최근 미국 프로농구(NBA)는 유럽파들의 활약이 예전에 비해 훨씬 돋보이는 모습이다. 정규리그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 수상자 명단만 봐도 그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6~2007 덕 노비츠키(독일) 이후 미국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MVP를 최근 네 시즌 동안은 유럽선수들이 독점했다. 2017~2018, 2018~2019시즌엔 밀워키 벅스의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테토쿤보가 2연패했고, 2019~2020, 2020~2021시즌엔 덴버 너기츠의 ‘The Joker’(조커)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정규리그 MVP를 연달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도 유럽파들의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2022~2023시즌이 절반 이상의 일정을 소화한 가운데 MVP 레이스 랭킹 TOP5에 유럽선수들이 3명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MVP 후보 1순위는 올해도 요키치다. 22일 기준 그의 시즌 성적은 평균 25.1득점 11리바운드 9.9어시스트 1.4스틸 0.6블록슛. 지난 시즌에 비해 득점(27.1점→ 25.1점)과 리바운드(13.8개→11개)로 다소 떨어졌지만, 어시스트 개수는 7.9개에서 9.9개로 더욱 늘었다. 역대 최고의 패싱 센스를 보유한 빅맨 답게 어시스트 개수를 조금 더 늘린다면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에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다.
올 시즌엔 팀 성적도 요키치의 MVP 3연패 도전에 날개를 달아주는 분위기다. 22일까지 덴버는 33승13패로 서부컨퍼런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1위인 보스턴(35승12패)와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분위기다.
요키치의 MVP 도전에 딱 하나 걸림돌이 있다면 MVP 3연패를 주지 않으려는 여론 정도다. NBA 역사상 정규리그 MVP 3연패는 ‘고대 괴수’라 불리는 빌 러셀(보스턴, 1960~63)과 윌트 체임벌린(필라델피아, 1965~1968) 둘 뿐이다. NBA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로 꼽히는 마이클 조던도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5개 보유 중이지만, 연달아 받은 것은 1990~1991, 1991~1992 두 시즌 연속이 다 였다. 요키치가 3연패에 대한 현지 여론의 거부감만 극복해낸다면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을 앞세워 3연패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키치 외에도 유럽선수들 2명이 더 MVP 레이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할렐루카’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가 4위, 아테토쿤보가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대체불가 에이스로 활약 중인 돈치치는 시즌 평균 33.7득점 8.9리바운드 8.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득점은 전체 1위이며 어시스트도 4위다. 댈러스의 공격은 돈치치가 코트 존재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정도로 돈치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개인 성적은 요키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돈치치에게 아쉬운 것은 팀 성적이다. 22일 기준 댈러스는 25승22패로 서부컨퍼런스 5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요키치가 서부 컨퍼런스 6위라는 팀 성적으로 MVP 수상에 성공하긴 했지만, 지난 시즌엔 요키치의 전통적인 스탯과 2차 스탯이 워낙 완벽에 가까웠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돈치치가 MVP 수상에 성공하려면 댈러스의 팀 성적을 지금보다 훨씬 더 끌어올리는 방법밖엔 없다. 개인 성적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리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테토쿤보 역시 올 시즌 평균 31득점 11.9리바운드 5.3어시스트로 빼어난 기록을 보여주고 있지만, 지난 11일 이후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 MVP 수상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유럽파들의 MVP 수상을 저지할 미국 본토 선수들 중 첫 손에 꼽히는 선수는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보스턴의 에이스 제이슨 테이텀이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보스턴에 입단한 이후 매 시즌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 테이텀은 지난 시즌 All-NBA 퍼스트팀에 들며 슈퍼스타 영역으로 진입하더니 올 시즌엔 MVP 후보로까지 성장했다. 개인 성적은 시즌 평균 31.2득점 8.5리바운드, 4.3어시스트. All-NBA 퍼스트팀을 수상했던 지난 시즌 성적인 26.9득점 8.0리바운드, 4.4어시스트보다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다.
요키치나 돈치치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개인 성적에도 테이텀이 MVP 레이스에서 요키치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 이유는 팀 성적이다. 테이텀의 소속팀 보스턴은 22일까지 35승12패로 NBA 전체 승률 1위에 올라있다. 보스턴이 이대로 전체 승률 1위를 유지하고, 요키치의 정규리그 MVP 3연패에 대한 거부감 여론이 커지면 테이텀이 생애 첫 MVP를 거머쥘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The Process’ 조엘 엠비드도 MVP 레이스에서 테이텀에 이어 3위에 자리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 두 시즌 간 MVP를 수상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던 엠비드가 두 시즌 연속 MVP 투표에서 2위에 머물렀던 이유는 자신보다 한층 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던 센터 라이벌 요키치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All-NBA에서도 센터 부문 세컨드팀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엠비드의 올 시즌 성적은 평균 33.6득점(2위) 9.8리바운드 4.2어시스트. 개인 성적은 MVP를 받아도 충분한 만큼 엠비드의 생애 첫 MVP 수상 역시 팀 승률을 전체 1위로 끌어올리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엠비드는 3중 국적(카메룬, 프랑스, 미국)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