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급발진’ 사고 논란…운전자가 결함 증명까지 해야 하나요? “구제 대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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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오모(64) 씨는 지난 6일 오전 9시 자신의 SUV 차량으로 손자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려다 아파트 단지 1층에 주차 돼 있던 차량 7대를 들이받는 큰 사고를 겪었다.
특히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이 지하통로로 추락해 12살 손자가 숨진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가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며 급발진의 원인을 운전자가 증명해야 하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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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년 간 접수된 급발진 피해 신고 중 결함 인정은 ‘0건’
운전자 위한 개선책 없다 지적 “준공공기관·대학 등에도 급발진 검증 자격 부여해야”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오모(64) 씨는 지난 6일 오전 9시 자신의 SUV 차량으로 손자를 유치원에 등원시키려다 아파트 단지 1층에 주차 돼 있던 차량 7대를 들이받는 큰 사고를 겪었다. 손자가 탑승하는 순간 멈춰있던 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앞으로 튀어나갔고, 전방에 있던 차량과 나무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섰다고 그는 말했다. 오씨는 "차량이 스스로 움직였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제조사에 ‘급발진’ 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억울한 마음에 경찰에도 사건을 의뢰했지만 기록 확인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33년 운전경력의 오 씨는 당시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현재 같은 차량으로는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 씨는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하는데 제조사를 상대로 이를 반박할 방법이 없다"며 "민사소송도 생각해봤지만 주변에선 ‘달걀로 바위 치기’라며 만류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량이 지하통로로 추락해 12살 손자가 숨진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가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며 급발진의 원인을 운전자가 증명해야 하는 현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6년 간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200여 건의 자동차 급발진 피해 신고 중 결함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기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동차리콜센터 급발진 신고현황’ 자료를 보면 급발진 사고 피해접수는 2017년 58건, 2018년 39건, 2019년 33건, 2020년 25건, 2021년 39건, 2022년(1∼7월) 7건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유종별로는 경유 차량 72건, 휘발유 65건, 액화석유가스(LPG) 25건, 전기 20건, 하이브리드 19건 등이었다. 제조사별 피해 신고 건수는 현대자동차 95건, 기아차 29건, 르노 18건, BMW 15건, 쌍용차 11건, 한국GM 9건, 벤츠 7건, 폭스바겐 6건, 도요타·혼다(이상 3건) 순이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는 국토부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의 제작결함조사 제도로 급발진 차량에 대해 지속해서 전수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고, 원인 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급발진 사고는 예고 없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계부처는 사고 피해자의 구제율을 높일 방안과 사고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끊임없이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발진 조사가 사실상 제조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가가 공인하는 조사기관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발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운전자를 위한 개선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거대 제조사를 상대로 개인이 무과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고 조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준공공기관이나 충분한 인프라를 갖춘 대학 연구기관 등에도 급발진을 검증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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