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본가 갈 모습을 상상해봐요”…성소수자들이 말하는 설날

이주빈 2023. 1. 2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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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다수와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성소수자에게 명절은 어떤 날일까.

성소수자 인권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들로부터 '명절에 대한 기억'을 받아 21일 <한겨레> 에 공유했다.

성소수자에게 명절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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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친척들이 애인 유무나 결혼 계획 등을 질문하기 전에 내가 먼저 친척들에게 질문 공격을 해요.” (레즈비언 ㄱ씨)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다수와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성소수자에게 명절은 어떤 날일까. 성소수자 인권단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들로부터 ‘명절에 대한 기억’을 받아 21일 <한겨레>에 공유했다.

21살 레즈비언이라고 밝힌 ㄴ씨는 “(지난 명절에) 둘째 큰아버지께서 ‘내 아들이 연애를 안 해서 게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명절 저녁에 가족들 다 있는 자리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ㄴ씨는 “‘큰아빠, 나 레즈비언이에요. 혐오 발언 멈춰주세요’라고 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직접적인 발언이 없어도 성소수자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30대 게이라고 밝힌 ㄷ씨는 “친척들을 많이 만나지 않기 때문에 친척들로 인한 스트레스는 적다. 하지만 기독교 가족이라 명절에는 가족 예배를 드리고 온라인 예배를 유튜브로 하기도 하는데, ‘성소수자를 사랑하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과 나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성별 정체성에 대한 편견도 이들을 걱정에 빠트린다. 30대 트랜스젠더 ㄹ씨는 “이름으로만 부르던 조카가 지난 명절 때 성별을 물어봤다. 이번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굳이 삼촌인지 이모인지 구분이 필요한가. 이름으로 불러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성소수자들이 친척 모두에게 커밍아웃한 비율은 1%도 안 된다. 성소수자 주거권 네트워크가 2021년 4월 발표한 ‘성소수자, 주거권을 말하다’ 연구조사 자료집에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친척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 81.2%는 ‘모른다’라고 답했고, 12.6%는 ‘일부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대부분 알고 있다’와 ‘모두 알고 있다’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7%와 0.9%에 불과했다. 조사는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한 만 19살 이상 성소수자 949명 대상으로 2차례(2020년 12월 2~20일, 2021년 1월 4~17일)에 걸쳐 진행됐다.

성소수자에게 명절은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날이다. ㄷ씨는 “명절 때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성소수자 친구들과는 꼭 안부 인사를 나눈다. 우리에게 명절은 행복하지만은 않고 외롭고, 안전하지 않은 기간이라는 걸 서로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ㅁ씨는 “명절은 ‘동성 애인과 본가에 가보고 싶은 상상을 하게 하는 날”이라고 했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파트너를 가족에게 소개하지 못하는 어려움, 성별 이분법적 호칭과 역할에서 오는 갈등, 친척들의 혐오표현 등 성소수자들은 설날에 다양한 차별을 경험한다”며 “성소수자들을 위한 ‘퀴어한 설날’이 될 수 있도록 평등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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