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브레인 김일두 대표 "AI, 결국 모두의 비서 될 것"
"생성형 AI, 5∼10년 넘게 갈 트렌드…제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할 것"
(성남=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인공지능(AI)은 결국 전문성을 가진 모두의 비서나 조수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화를 통해 정보를 찾아주고, 일도 대신해 주고, 그림을 그려 주거나 의사의 진료를 도우면서 효율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카카오의 AI 연구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김일두(35)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정말 AI 없이는 못 사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012년 카카오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카카오브레인 설립 이듬해인 2018년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장으로 합류했다. 2021년 4월 카카오 본사와 주요 계열사 중 최연소 대표로 파격 선임됐고, 지금도 여전히 카카오 계열사 최연소 대표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에선 대표로서 중요한 역할이 전략·기획보다도 기술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연구원, 개발자들과 편하게 소통하며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어려운 점 없이 몰입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고 지난 2년을 돌아봤다.
부임 당시 60명 정도였던 조직 규모는 현재 약 140명으로 불어났다. '초거대 AI'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KoGPT'(코지피티)와 AI 화가 'Karlo'(칼로) 등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였고, 지난해부터는 의료영상 판독을 돕는 AI 헬스케어 연구에도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김 대표는 "제가 잘했다기보단 운 좋은 시점에 좋은 역할을 맡았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칼로는 작년 10월 모바일 앱 서비스 '비 디스커버'(B^DISCOVER)로 출시된 지 약 3달 만에 174만여 건의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칼로의 품질을 대폭 향상한 '칼로 2.0' 모델은 이르면 오는 4월 선보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공개된 텍스트-이미지 생성 모델 중 가장 성능이 좋을 것"이라며 이전의 AI는 여러 사물과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했지만, 칼로 2.0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칼로와 코지피티를 비롯한 주요 AI 모델과 이미지 생성 모델 개발의 기반이 된 이미지·텍스트 데이터셋 '코요'를 오픈소스(무상 공개 소프트웨어) 커뮤니티 깃허브 등에 공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공개를 결정한 건 저였지만 회사 출범 때부터 기본적으로 기술 자체를 공개한다는 기조가 있었다"면서 "생태계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연구자로부터 연구 제안을 받고 아이디어나 방향성, 개선 지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이 중점을 둔 언어, 이미지, 헬스케어 3대 초거대 AI 기술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문장이나 그림, 질환 판독문 등 결과를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다. 지난 1∼2년 사이 화두로 떠오른 생성형 AI는 앞으로도 최소 5∼10년은 트렌드로 지속되라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단순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인식 위주의 AI 모델이 과거 7∼8년간 트렌드였는데, 2021년 말부터 인식을 기반으로 한 '생성' 모델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작년 말에는 확실히 이 분야가 트렌드라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 모델이 사람의 일을 완전히 대신할 날도 머지않은 것일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함부로 예측하긴 어렵지만, 우리는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증강된 사람'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클 것 같다"면서 "전문가들이 칼로를 활용해 고품질의 작품을 내거나 영감을 얻고, 의사들도 헬스케어 AI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화제가 된 오픈AI의 '챗GPT'나, 업계에서 올해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는 초거대 AI 모델 'GPT4' 역시 인간 지능의 모든 면을 가질 수는 없는 한계가 있기에 AI는 아직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카카오브레인의 올해 목표는 생성형 AI 모델의 성능을 사람이 사고하는 수준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높이고, 고객사들이 기존에는 내놓지 못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는 글로벌 도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그는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에 대해 "필요하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적절한 시점에 추진할 수 있겠지만, 우선 시장에 파급력을 주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카카오브레인 대표 자리에서 언젠가 내려온다면,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제가 (대표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별로 안 가지고 있어요. 생성형 AI라는 트렌드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대표로서든, 연구자나 개발자로서든 역할을 할 것이고요. 이 트렌드가 카카오에 너무너무 중요하다면 더 큰 일을 맡을 수도 있겠죠. 역할에 대한 문제는 개의치 않습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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