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악 식량난’이라는데 ‘국경 봉쇄’에 국제사회 지원 ‘뚝’…올해는 나아질까

박세영 2023. 1.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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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제사회 北에 달랑 28억원 지원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집계…코로나 확산이후 원조 급감
노동신문 “제국주의가 주는 원조는 우리를 예속시키려는 것” 김정은, 해외 원조 거부
뼈만 남은 처참한 몰골로 자신이 먹을 토끼풀을 뜯는 영상이 국내외 TV로 방송돼 충격을 줬던 북한의 20대 ‘꽃제비’ 여성. 사진은 지난 2010년 보도된 KBS 스페셜 영상 캡처
2012년 9월 북한 개성 농민들이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정리하고 있. 게티이미지

북한이 지난해 국제사회에서 받은 인도적 지원금은 총 233만8232달러(약 28억원)로 집계됐다.

22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자금추적서비스(FTS)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에 지원금을 보낸 나라는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였다.

스위스가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외교부 산하 스위스개발협력청(SDC) 등을 통해 가장 많은 금액인 162만4704달러를 보냈으며 스웨덴은 스웨덴적십자를 통해 51만3927달러를 지원했다. 노르웨이는 노르웨이적십자를 통해 19만9601달러를 보냈다.

OCHA는 각국 정부, 유엔 산하기관, 비정부단체, 자선단체 등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을 비롯한 저개발국가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현황을 집계한다.

지난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규모는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1억1779만 달러)의 1.9%에 그쳤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뤄진 2016년과 2017년 이후로도 3천만∼4천만 달러 선을 유지하던 대북지원은 2020년 4188만 달러에서 2021년 1403만 달러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233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국경을 봉쇄한 데다 각국 정부도 코로나 대처로 재정 여력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올해 들어 1월 4일 기준 121만4128달러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과 마찬가지로 스위스가 어린이 영양공급 등을 명목으로 유엔아동기금을 통해 기부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재 적용되는 각종 제재와 향후 모든 제재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면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면서 향후 대북지원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대북제재에서는 인도적 지원이 예외 사항으로 명시돼 있기는 하지만, 인도적 지원이 제재 예외라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서 마련돼 대북 지원에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현재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식적으로 해외원조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만나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북 식량지원 사업이 준비돼 있지만 북한의 국경 통제 등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기사에서 "제국주의자들은 그 누구에게도 선심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무엇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딴 속심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주는 ‘원조’와 ‘고도기술’도 남을 예속시키기 위한 것이고 그들이 운운하는 ‘동맹’과 ‘협조’도 남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지원이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자립으로 버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식량난 속에서 북한 주민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 이라는 우려가 국제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북한의 식량난은 지난 1990년대 100만 명이 아사한 대기근 이후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북한의 식량 가격과 북한의 식량 재고량 등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기준으로 북한의 식량 가용성이 최소한의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자료, 데일리 NK, 아시아프레스 등 북한 전문 매체를 통해 입수한 자료 등을 비교·분석해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1990년대 북한을 덮친 대기근은 북한으로서는 ‘재앙’이었다. 당시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60만∼100만명의 주민이 아사했다는 집계도 있다.

매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주식량인 쌀 가격이 최근 급등한 가운데 대체재인 옥수수 가격의 오름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는 쌀이 부족해지면 옥수수나 보리 등의 대체 작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쌀 대비 옥수수의 가격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식량난이 가중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매체는 2009년 이후로 북한의 곡물가가 국제 곡물가를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는 것도 하나의 ‘신호’라는 해석을 내놨다. 북한의 식량 공급망이 와해됐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38노스는 북한이 수십년에 걸친 경제 실정과 현 정권의 대내외 정책으로 만성적인 식량 불안정을 겪어 왔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자급자족’이라는 정책을 통해 식량 안보라는 국가적 목표를 수립해둔 상태인데, 토양이 비옥하지 않은 북한은 역설적으로 비료 등 수입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벌 충격과 외교 갈등 등에 더욱 취약해지게 하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극단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경을 봉쇄하고 국내 이동까지 극심히 제한하자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2021년 4월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세포비서대회 등에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하면서 식량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한 바 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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