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와 주지훈은 이 생고생 여행을 왜 자청했을까('두발로 티켓팅')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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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 티켓팅’, 44킬로 자전거, 12만보 걷기 ‘강철부대’인 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풍광만 보면 여지없이 힐링 가득한 여행 예능의 향기가 물씬 묻어난다. 저 멀리 설산이 보이고 그 밑에 파란 호수가 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게 펼쳐진 뉴질랜드 남섬의 아름다움이라니!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광에 연실 "미쳤다!"며 감탄하던 출연자들은 여지없이 생고생 미션 속으로 빠져든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두발로 티켓팅>은 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생고생을 하는 하정우, 주지훈, 최민호, 여진구의 면면이 때론 웃음을 때론 힐링과 더불어 감동을 주기도 하는 여행 예능이다.

이들의 생고생은 첫 날 뉴질랜드에서 준비된 캠핑카를 타고 이동하다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는 그 시점부터 예고됐다. 물론 하루 용돈 벌기 미션에서 여지없이 제작진에게 당해(?) 저녁거리로 상대적으로 값싼 감자, 소시지, 닭다리만 고심 끝에 살 때부터 어딘가 쎄한 느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마트 바깥으로 나왔을 때 순식간에 깨졌다. 제작진이 차를 타고 가버린 것. 고정 예능이 처음인 하정우는 그 황당한 상황 속에서 망연자실해졌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놓여진 건 네 대의 자전거와 미션 카드다. 44킬로 거리에 있는 캠핑장까지 정해진 시간 내에 자전거를 타고 도착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금세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인 하정우가 앞장서 자전거에 올라탔고, 맞지 않는 헬멧과 급격한 체력고갈로 힘겨워 하는 하정우에게 모두가 다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주지훈과 최민호가 나서 자전거 라이딩 완주를 하겠다고 자처했다. 하정우와 여진구가 먼저 캠핑장에 차를 타고 도착해 텐트를 펴고 불을 피우며 준비하는 동안, 주지훈과 최민호는 44킬로를 완주했다. 그 과정에서 최민호는 급격히 당이 떨어져 힘겨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 좋은 여행지에서 편안하게 여행을 하지 않고 생고생을 자처하게 됐을까. 그것은 주어진 생고생 미션을 수행해내면 할수록 그만큼의 티켓을 청춘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내건 룰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들로 여행을 갈 여유조차 없었던 청춘들에게 여행을 할 기회를 준다는 것. 사실 다소 독해 보이는 미션들을 이들이 기꺼이 수행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다.

44킬로 자전거 미션으로 7장의 티켓을 얻게 된 바로 그 날 밤, 제작진은 티켓을 신청한 몇몇 청춘들이 보낸 편지를 통해 그 사연을 들려줬다. "제가 보낼 사연의 주인공은 '사람이 이렇게까지 착할 수 있나' 바로 제 동생입니다. 저와 쌍둥이라고 불릴 만큼 닮은 제 동생은 저희 가족에게는 조금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입니다." 전북 군산의 김슬비씨가 보낸 사연은 동생에 대한 언니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사법고시 준비를 하던 동생은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자 일을 하는 슬비씨를 대신해 고향에 내려가 엄마를 챙기고 자신을 안심시키고 아버지 병간호를 그 일까지 대신하며 3년 간이나 했다는 것. 다행히 아버지는 완전히 회복되셨다고 했다. "그 어떤 원망도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럴 생각도 마음도 가지지 않는 저의 바보 같은 동생에게 이 기적 같은 기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과 거기 담겨진 언니의 마음에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마도 그 날 44킬로 자전거를 타는 생고생을 한 주지훈과 최민호가 느끼는 보람은 그만큼 커졌을 것이다.

캠핑카에서 차박을 하며 편치 않은 잠자리를 보낸 후 아침에 깨어난 출연자들은 또 다시 미션 카드를 발견하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12만 보를 걸으라는 미션이다. 해외에서의 자전거 라이딩이 주지훈의 버킷리스트였다면, 걷기는 하정우가 하고팠던 것이었다. 결국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이들은 트래킹에 나섰다. 하지만 트래킹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산행에 가까운 그 길을 걸으며 전날 자전거까지 달렸던 주지훈과 최민호는 뒤처지며 농담처럼 툴툴댔다. "지금 이게 티켓팅을 찍으러 온 거야? 강철부대를 찍으러 온 거야? 뭐 여기 부제가 뭐라고? 고생시켜 죽인다?"

'고생은 내가 여행은 네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아름다운 풍광과는 상반되는 출연자들의 생고생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색다른 맛을 낸다. 그게 가능한 건 그 생고생에 보는 이들은 웃음과 더불어 청춘들을 위한 진심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못내 힘든 미션은 어찌 보면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는 색다른 도전으로 다가오고, 좋은 취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를 즐겁게 수행해나가는 출연자들은 갈수록 끈끈해지는 케미의 재미도 생겨날 게 분명하다. 연예인들이 그저 해외 가서 편하게 여행하다 돌아오는 그런 예능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방식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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