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블루포인트가 청창사를 맡은 이유, 지방 스타트업 지원만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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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진흥공단의 프로그램,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있습니다. 창업씬에서는 한번 쯤을 들어봤던 이름이고, 10년이 넘은 프로그램이죠. 청창사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합니다. 입교하면 소액의 정부 지원금과 함께 여러 교육과 창업 코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방식인데요.
작년부터 중진공이 민간 액셀러레이터에게 운영권한을 맡기고, 후속투자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민간주도형 청창사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관 주도의 프로그램에서 민간의 DNA로 변화를 주려는 시도였죠. 그리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운영을 맡았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창업하지 않은, 지방 스타트업만 지원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작년 2호는 대전에서 열렸던 대전청창사 데모데이에 다녀왔었습니다. 야심찬 초기 스타트업들이 뾰족한 아이템을 들고 투자 유치를 위해 VC와 액셀러레이터들 앞에서 땀을 쏟았습니다. 한 창업자의 구수한 부산 사투리 피칭을 들으면서 지방 스타트업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그런 어려움은 청창사에서 어떻게 해소될 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민간주도형 대전청창사 다음 기수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민간주도 청창사 운영을 총괄했던 블루포인트 김용건 부대표님을 인터뷰 했습니다. 지방 스타트업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떻게 블루포인트가 그걸 해소하는지. 그리고 청창사는 어떤 프로그램인지를 들으려고요. 이 레터를 보고 있는 지방 스타트업, 지방에서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How를 묻는 초기 창업자들, Why를 생각해야
스타트업 성공 노하우는 PPT, 잠재력(Potential), 가능성(Probability), 타이밍(Timing)”
-기존의 청청사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청창사의 차이점은요?
”기존 청창사는 모집과 선발을 모두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진행하고, 운영만 민간 운영사에서 했습니다. 민간 주도형 청창사는 모든 프로세스를 전적으로 운영사인 블루포인트가 선발, 육성, 투자까지 주도적으로 실행합니다. 둘째는 프로그램은 운영하는 담당자와 심사역이 하나라는 점이죠. 과거엔 스타트업 육성을 돕는 운영자 따로, 그리고 투자 심사는 당연히 외부의 다른 심사역이 하는 구조였습니다. 운영사는 투자사와 매칭하는 자리만 마련해드렸고요. 블루포인트는 투자 심사역이 프로그램 운영도 같이 맡습니다. 심사역이 스타트업의 멘토이자 지원자지만, 투심 보고서도 쓰죠. 누구보다 해당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 지난 기수에도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회사들이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스타트업들은 지원 불가입니다. 자격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블루포인트도 본사가 대전이고, 대전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대전은 나은 환경이지만, 지방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관심을 오래 가져왔습니다. 중진공에서도 지방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관심이 많았고요. 좀 더 나은 지방 스타트업 발굴을 하고, 의미 있는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작년에 처음 선발하면서 ‘좋은 팀이 모일 수 있을까’ 약간 걱정했는데 좋은 팀이 많이 지원했습니다. 올해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 스타트업 창업자, 대표의 나이가 만 나이로 39세 이하여야 합니다.”
-지방 스타트업의 어려움, 가까이서 지켜보니 어떻습니까
”서울 스타트업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밋업 같은 행사가 굉장히 많습니다. 지방 스타트업들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려면 물리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서 와야하는 것이죠. 작년 참여 스타트업들의 연차는 대부분 1년 미만이었는데요, 스타트업도 먼저 경험 있는 창업자들과 업계 사람들의 경험치 다운로드가 필요합니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고, 자주 연락을 해야 이런 경험치 다운로드가 되는데, 그 자체가 어렵죠. 투자 관점에서도 서울에 투자사들이 있으니 IR 기회도 상대적으로 적고요. 작년 프로그램을 하면서 참가자들이 선배 스타트업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만족도가 특히 높았습니다. 자리를 만들었더니 무수히 많은 질문이 쏟아졌어요. 어려움을 돌파한 선배 스타트업 창업자로부터 에너지도 얻는다고요.위로도 얻는다고 합니다. 어려움을 만나서 ‘내가 그릇이 안 되나’라고 고민하고 있던 대표들에게 나름 자리를 잡은 선배 창업자들도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을 겪고 그걸 돌파했으니까요.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것이요. 정답을 주진 못하지만, 나도 가능하겠구나라는 위로. 그런 경험에 대한 반응이 좋았습니다. 올해는 그래서 이렇게 경험치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선배 스타트업 창업자와 만남 자리를 많이 만들 생각입니다.”
-수업이나 프로그램 진행 방식은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원래 청창사 포맷은 정기적인 집합 교육 중심이었어요. 1대 다 방식의 노하우 전수가 교육이었죠. 지금은 1대1 미팅, 코치 방식이 중심입니다. 전에도 1대1 교육, 코칭이 있었지만 외부 전문가가 그때그때 바뀌는 방식이었습니다. 인사 전문가, 세무 전문가 이렇게요. 그리고 한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바뀌기도 하고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매번 1대1 코칭 때마다 회사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연속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구조를 깨기 위해 선발과 동시에 담당 코치가 1명 정해지고 그 사람이 끝까지 멘토링을 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 코치가 블루포인트 심사역이고요.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멘토가 그때그때 매칭을 해주고, 상담 과정에 같이 배석해서 내용을 듣습니다. 그래야 연속성있는 코칭이 되거든요. 3개월 정도 지나면 담당 멘토와 스타트업이 아이스브레이킹이 되고, 케미가 좋아집니다. 어려움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게 되고요. 한명의 멘토가 10개 스타트업을 담당했는데, 올해는 내부 심사역을 청창사에 더 투입해 한명의 멘토가 6~8개 팀을 담당하도록 할 겁니다.”
-그래도 지방 스타트업이 한 곳으로 모이기, 어렵지 않나요
”오히려 잦은 집합 교육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불편함이 있었어요. 제일 바쁜 창업 초기에 지나치게 모인다고요. 하이브리드로 진행하고 있어요.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고요. 앞으로 프로그램은 대학교 과목처럼 전공 필수, 전공 선택 처럼 필수 수강 과목이나 프로그램과 선택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청창사에 막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하는 실수, 무엇입니까
”대부분 스타트업들의 첫 질문은 전부 ‘How’입니다. 투자 어떻게 받아요, 고객 인터뷰 어떻게 해야하나요. 이런 것을 물어봅니다. 처음 만나서 하는 멘토링은 ‘Why’를 하라고 합니다. 왜 창업하려고 하는가, 왜 이 아이템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 그래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한 달동안 계속 하고, 기업가 정신 관련한 강의를 자주 하고요.스타트업의 성공 요건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PPT라고 정의합니다. 잠재력(Potential), 가능성(Probability), 타이밍(Timing)이죠. 잠재력은 이 팀이 타겟하는 시장이 얼마나 큰가, 성공했을 때 잠식할 수 있는 시장 사이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능성은 시장을 타겟하면 과연 이 팀이 성공 가능성이 있느냐의 문제고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팀원들이 골고루 배분됐는지 등 팀 구성을 봐요. 너무 한쪽으로 팀원이 쏠려있으면 보강할 팀원을 알려주고요.세번째가 타이밍인데, 이것은 팀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 상황이 팀에 유리하게 돌아가야 해요. 이떄 제일 중요한 것이 기업가 정신입니다. 타이밍이 올 때까지 버텨야 되거든요. 아까 말했던 ‘Why’에 대한 답변이 명확한 팀들은 버팁니다. 단순하게 ‘짧은 시간안에 갈아 넣어서 돈을 많이 벌거야’라는 이유로 시작한 팀은 How만 쫓다가 난관을 만나면 돌파를 못하고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블루포인트는 Why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청창사에서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요
”블루포인트가 테크 베이스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하다보니 작년에도 테크 기반 팀이 많이 왔습니다. 대부분 가장 큰 오류는 ‘기술이 있으면 시장은 있다’고 믿는 경우입니다. 전혀 그렇게 워킹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고객 인터뷰를 많이 하도록 하고 있어요.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넓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드라마틱 하게 바뀐 스타트업은요
”청창사가 재밌는 것이 투자를 목적으로 어떤 스타트업을 만날 경우엔 핏이 안 맞으면 끝나는 게임이잖아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좌우지간 10개월 동고동락을 해야합니다. 그러다보니 초반에 빛이 나는 팀이 있고, 뒤로 갈수록 빛이 나는 팀이 있습니다. 아이템 자체가 피봇팅 되는 경우도 있고요. 예컨대 부산에서 온 샌드버그라는 팀은 임팩트 창업이 미션이었고 기부금 활성화 플랫폼을 아이템으로 골랐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멘토링 과정에서 좀 더 큰 시장, 빅 비즈니스를 노렸으면 좋겠다고 해서 온라인 셀러들을 위해 매출채권 분석을 기반으로 당일정산을 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임팩트 창업이라는 점에서 초기 미션은 그대로지만, 아이템이 바뀐 케이스죠. 사운더스트리 같은 경우는 창업자가 10년 동안 음성 인식 분야를 연구한 경우입니다. 솔루션과 기술에 대해서는 굉장한 전문가인데, 이걸로 어떻게 돈을 벌지를 모르셨죠. 청창사에 오셔서 정말 많은 고객 인터뷰를 하셨고, 그 인터뷰를 기반으로 영어교육 시장에 진입했어요.”
-올해 선발에 중점적으로 볼 포인트는요? 이런 팀이 왔으면 좋겠다 같은 것이요.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식이 있는 분들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빅 비즈니스, 큰 시장에 대한 야망이 있는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고요. 취업 대신 창업, 이런 느낌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조그마한 일이라도 변화를 주고 싶다’는 미션에 있는 분들이 오신다면, 재밌는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대전청창사 지원은 https://www.k-startup.go.kr/에서>
◇지방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느낀 청창사
사운더스트리의 이윤경 대표
“음성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영어 교육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음성 인식 기술을 연구했거든요. 발음을 들려주고 내가 실제 말한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지 AI가 채점을 해줍니다. 기존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사운더스트리는 그 기술을 더 업그렝드 했어요. 중간에 얼마나 망설이면서 말하는지, 억양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올바른 단어에 강세를 주고 있는지 등을 모두 AI가 체크해서 채점을 해줘요. 올해 4분기쯤 정식 앱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창업 전에 기술은 있었어요. 음성인식 기술과 평가 기술.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기술도 있었고, 단순 텍스트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강세나 억양 같은 것도 평가가 가능한 기술이고요. 아이템은 전화영어를 처음에 생각했거든요. 제가 전화 영어를 굉장히 오래 했어요. 전화영어 10~20분 통화하다보면 더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전화가 칼같이 끊기니까요. 전에 예습, 복습을 할 수 있는 솔루션 아이템을 생각했는데, 정말 브로드한 모델이었고 청창사에 들어와서 일대일 멘토링을 통해 타겟과 방법이 좁고 날카로워진 케이스입니다. 일단은 별도의 앱을 내고 차차 시장을 넓혀가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계획을 정교하게 세웠고요.”
“본사는 대전입니다. 대전이 그나마 낫다는데도 어려움이 있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 구하기 입니다. 연구원 생활이 길었다보니 친한 교수님에게 유능한 엔지니어 추천을 부탁해요. ‘잘하는 친구들은 다 서울 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본사가 지방인데도 서울에 작은 사무실을 내거나, 아예 해외에 개발자를 위한 사무실을 내는 대표님들까지 있더군요.”
“기술 외엔 창업에 대해서 정말 0도 모르고 시작했거든요. 이젠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이유로 무작정 퇴사한 케이스였어요. 그런데 하나하나 배웠습니다. 지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도 몰랐는데 투자를 받으면 지분이 어떻게 희석되고, 어떻게 IPO까지 가게 되는지. 좋은 투자사를 보는 방법이나,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도요. 재무제표도 볼 줄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올해 얼마를 투자를 받아야겠구나, 어떻게 운영을 해야겠구나. 팀원은 몇 명이 필요하겠구나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이 됐어요. 창업에 대한 의지는 있는데 지식이나 노하우가 하나도 없는 분들이 도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뉴월드의 신재형 대표
“바닥공사를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바닥재, 그러니까 지하주차장이나 옥상 같은 경우에 에폭시나 특수 소재로 마감을 하는데요. 이 공사는 별도의 노하우와 기술을 가진 업체가 합니다. 이 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고요. 보면 바닥재가 떨어져 나가거나 울퉁불퉁해진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공법의 문제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별도의 공법, 그리고 바닥공사의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어요.”
“바닥재 외부의 문제는 사실 콘크리트의 문제입니다. 콘크리트가 여러 소재의 결합이다보니 바닥에 콘크리트를 붓고 나면 굳으면서 시멘트, 모르타르, 콘트리트의 세가지 층으로 나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게 잘 배합이 되서 하나의 콘크리트가 되어야 하는데 마치 물과 기름 섞으면 나중에 층이 분리되듯이 맨 위에 시멘트 층이 불량을 일으키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위에 2개 층을 깎아내고 콘크리트만 남기는 공법을 씁니다. 그러면 바닥을 깎아 내야하는데 사람이 하기엔 너무 힘들어서 일종의 로봇 청소기처럼 자동으로 바닥을 깎아주는 장비도 개발했고요.”
“청창사 전에는 이런 공법을 만들고, 표준화를 해서 로열티를 받는 비즈니스를 생각했어요. 바닥 시공은 다른 시공과 달리 표준 공법이 없었고, 표준을 인정 받으면 로열티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청창사에 와서 네크워킹을 하면서 다른 대단한 대표님들을 알게 되고 자극을 받고, 시장 조사를 하면서 저희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야 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어요. 바닥 공사 시장 규모가 6조7000억원이거든요. 기술을 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기반으로 직접 시공을 해서 1등을 하자.”
“다들 무슨 바닥 공사냐, 스타트업이 하는 시장 맞냐. 이런 질문 많이 받았거든요. 전세계적으로 스마트 건설, 인력 중심의 건설의 자동화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이 시장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곳이 잘 없었는데 청창사에서 인정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청주에서 창업했어요. 청주도 창업 네크워트가 빈약한 곳이거든요. 저는 대전에만 왔는데도 신세계였습니다. 멘토 해주시는 선배 창업자부터 투자사까지 있었으니까요. 지방에 있다보면 네크워트가 제일 아쉽습니다.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어도 물어볼 데가 많지 않고, 돌아오는 답도 아쉬울 때가 많아요. 그 갈증이 청창사에서 상당부분 해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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