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며 “멈춰!”…구리포천고속도로 사고, 언성히어로 있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rightside@mk.co.kr) 2023. 1. 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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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밤에 발생한 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연쇄 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4중 추돌사고가 더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숨은 영웅이 노력이 있었다. 주인공은 당시 사고 당사자이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선후배인 안재영(57)씨와 이노성(42)씨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5일 오후 9시께 쏘렌토 차량을 몰고 구리~포천고속도로의 축석령 터널을 빠져나가던 중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져 앞의 두 대 차량과 충돌한 후 멈췄다.

두 사람이 차량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5대의 차량이 추돌사고로 멈춰 서 있었다. 안씨는 사고 충격으로 왼쪽 다리를 살짝 절면서도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고속도로 중앙 가드레일 밖의 풀 속을 헤치며 터널 쪽으로 달렸다.

초등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전 100m 은메달리스트였던 안씨는 사고 지점에서 터널까지 1km를 뛰어가 터널 앞 30m 지점의 1차선 도로로 뛰어들었고, “안돼, 스톱”을 외치며 다가오는 차량에게 경고 신호를 줬다.

그는 터널까지 가는 도중 112에 신고했는데, 안씨가 전화 끊는 것을 깜빡해 당시 음성이 그대로 녹음됐다.

안재영(57·오른쪽)씨와 이노성(42)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안씨가 사고 지점에서 터널까지 올라오는 중에도 차량 수십대가 미끄러지며 추돌 사고가 났는데 그가 차량 통행을 제지하자 진입하는 차량들이 속도를 늦췄고, 추돌 사고가 멈추기 시작했다.

추돌 사고를 피한 50여대의 차량은 1, 3차로와 갓길에 수백m 거리로 늘어서 있었으며 뒤따라 오던 다른 차량도 정차한 차량을 보고 축석령터널 안에서 모두 안전하게 멈췄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씨는 “평소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인데 누군가는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한다 생각하고 그냥 달려 나갔다”며 “특히 사람이 많이 탄 버스를 막아 큰 인명 피해를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일을 제보한 이씨는 전복된 차량에서 다친 사람을 구조하고 있어서 안씨가 터널까지 뛰어 올라간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그는 “재영 형님은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위험을 감수했다”며 “평소 후배들과 어른들을 잘 챙기는 형님의 미담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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