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선 박사의 쉼터] 나의 심리적 자산은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이순용 2023. 1. 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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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은행 잔고 이상으로 중요하지만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는 장부가 있으니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 심리 자산으로 기록되는'원장(ledger)'이다.

하지만 부모의 알코올 중독이나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수치와 분노'라는 부정(-) 유산을 받은 사람이 보고 배운 대로 문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면 원장의 자산은 더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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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상담학 박사

[김미선 상담학 박사]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우리 민족의 대명절이자 계묘년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 아침이다. 먹고 사느라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모처럼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는 분위기는 가정마다 사뭇 달라 보인다. A 씨 가정은 감사와 배려가 넘치고 B 씨 가정은 살얼음을 밟는 듯한 긴장감이 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들을 지닌 채 서로를 마주한 결과다.

유난히 경제가 어렵다고 전망하는 올 한 해, 우리는 은행 통장을 들여다보며 잔액은 얼마나 남았는지 점검하게 된다. 은행 잔고 이상으로 중요하지만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는 장부가 있으니 바로 우리의 마음속에 심리 자산으로 기록되는‘원장(ledger)’이다. 이 원장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legacy)’과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신용(credit)’을 합해 계산해 놓은 장부를 말한다.

부모로부터 좋은 가르침과 양육을 받아 ‘사랑과 감사’라는 긍정(+) 유산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돌보고 베푸는 삶으로 쌓은 자신의 신용이 배가되어 원장의 자산은 늘어난다. 하지만 부모의 알코올 중독이나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수치와 분노’라는 부정(-) 유산을 받은 사람이 보고 배운 대로 문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면 원장의 자산은 더 줄어들게 된다. 즉, 긍정 유산에 우량 신용이 더해지면 자산은 불어나고, 부정 유산의 빚과 신용 불량에 의한 빚이 합쳐지면 파산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심리 유산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역동적이라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가에 따라 ‘심리 자산’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려서 아버지에게 맞고 자란 사람이 자신은 절대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단하고, 자신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동들을 지원한다면 부모로부터 받은 부정 유산의 빚을 자신이 쌓은 신용으로 탕감하고도 남아 플러스 자산으로 돌아설 수 있다. 역으로 부모에게 긍정 유산을 물려받았어도 부모의 기대와 가르침대로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착취하거나 게으름으로 자신의 유산을 탕진한다면 마이너스 자산이 된다.

부모로부터 받은 나의 유산이 설혹 부정적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라는 의지적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은 때로는 의지로만 통제되지는 않는다. ‘지, 정, 의’를 지닌 존재인 우리 인간은 ‘의지’를 다지기 이전에 자신의 상처 난 ‘마음’과 그로 인해 왜곡된 ‘사고’를 돌아보아야 한다. 오래된 마음의 상처는 이제 익숙한 듯싶어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면 그 고통은 재현된다. 이번 설 가족 모임에서 자신의 아픈 상처에 대해 담담히 나눌 수 있다면 의미 있는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상처였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상황은 어떤 것이었는지 들어보게 되면 부모가 용서되고 이해되는, 그래서 상처의 크기가 줄어드는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버거운 작업을 내가 먼저 용기 내어 시작해보자. 가족은 톱니바퀴와 같아서 내가 바뀌면 부모도, 배우자도, 자녀도 변화되면서 가족 전체가 성장하고 각 개인의 심리적 자산도 늘어난다. 새해에는 가족과 좀 더 깊은 마음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함으로 ‘재접속(rejunction)’이 이루어지는 통합의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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