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높이고 더 채워라…‘K-배터리’는 진화 중 [전기차, 멀리 가야 이긴다]
충전시간 60→30분…니켈 함량 90%로 높여
얇고 강한 분리막·고체 전해액 연구·개발 활발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운송수단의 중심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초기 전기차는 150~200㎞의 주행거리를 달리는 데 그쳤지만, 이제 주행거리가 500㎞ 이상까지 늘어나며 내연기관차와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진화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세대를 거듭하며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출시된 1세대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150~200㎞에 그쳤다. 1회 충전 시 서울에서 수도권 이상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1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80% 충전까지 급속 충전 기준 60분가량이 소요됐다. 에너지 밀도는 250~350Wh/L였다. 1세대 차량의 경우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양극재 니켈의 함량이 33% 수준에 불과했다.
2016~2021년 사이 출시된 전기차는 2세대로 분류된다. 1회 충전 시 200~400㎞를 달릴 수 있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450~550Wh/L로 향상됐고, 충전 시간은 40분으로 단축됐다. 양극재 니켈의 함유량은 60~70%로 높아졌다. 1세대보다 성능과 주행거리가 향상되면서 수요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2021년 이후 등장한 전기차는 주행 거리가 500㎞ 이상으로 크게 개선됐다. 배터리 급속 충전 시간 역시 30분으로 줄었다. 에너지 밀도는 620~750Wh/L까지 확대됐다. 양극재의 니켈 함유량은 80% 수준까지 늘었다.
세대별로 전기차가 진화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단연 배터리였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대한 개발이 꾸준히 이뤄졌다.
특히 배터리의 출력과 용량을 결정하는 양극재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활발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5~5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다양한 원소를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 양극 에너지 밀도를 높여 왔다.
양극재를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3~4개의 비철금속으로 구성하면 삼원계 혹은 사원계 배터리가 된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이 분야에 집중했다. 반면 중국 회사들은 코발트 대신 인산철을 넣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렸다.
LFP 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크리스털 형태의 육면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격자 구조인 ‘올리빈 구조’로 이뤄져 화재 위험이 낮다. 하지만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삼원계 모델보다 주행거리가 짧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LFP 배터리 시장을 주시하면서 삼-사원계를 주력으로 기술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함량을 9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둔 건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니켈 비중이 높아지면 주행거리가 증가하고 배터리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SK온은 니켈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고성능 배터리를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인 제품 ‘젠5’를 생산하고 있으며, 니켈 함량을 91% 이상으로 높인 차세대 배터리 제품 ‘젠6’를 현재 개발 중이다.
에너지를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음극재에 대한 개발도 꾸준하다. 음극재에는 오래전부터 흑연(천연흑연, 인조흑연)이 주로 쓰였다. 흑연은 규칙적인 층상 구조를 가져 리튬이온이 사이사이에 들어가 저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배터리의 성능과 용량이 증가하면서 더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 차세대 음극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흑연의 뒤를 이을 소재로는 실리콘이 주목받고 있다. 흑연은 탄소 6개당 리튬이온 1개를 저장하는데, 실리콘은 실리콘 원자 1개당 리튬이온 4.4개를 저장한다.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은 물론 배터리의 급속 충전 설계에도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초로 실리콘 7% 함량의 음극재 적용을 위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양극과 음극이 닿지 않도록 막아주는 ‘벽’이자 리튬이온의 ‘통로’ 역할을 하는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요소다. 배터리의 소형화·경량화·고용량화 추세에 맞춰 분리막도 진화하고 있다. 분리막이 얇아지면 양극재의 함량을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도 높아진다. 다만 너무 얇으면 양극과 음극이 물리적으로 맞닿아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다. 이온 전도도가 높은 액체 형태의 전해질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체 전해질이 핵심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유기물 형태로 구성된 액체 전해질과 달리 고체 전해질은 그 자체로 분리막 역할을 할 수 있어, 분리막이 없는 배터리를 만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에 따른 누액 위험도 없어 안전하다. 고체 전해질은 크게 황화물계, 산화물계, 폴리머 3가지 종류로 나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2026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SK온과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특히 삼성SDI는 배터리 업체 중 가장 이른 시점인 2027년을 양산 시점으로 잡았다. 업계 최초로 경기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생산 파일럿 라인도 만들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번거로운 충전, 무거운 배터리, 짧은 주행거리 등이 개선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전지의 한계를 극복한 전고체 배터리 등이 차세대 배터리 경쟁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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