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은 디폴트” MZ ‘결혼=행복’ 공식 깨졌다[저출산 0.8의 경고]

2023. 1. 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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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오히려 부담”…MZ, 결혼 피한다
혼인 급감…2019년 처음 20만 밑으로
“저출생 정책, 사회구조적 대응 미흡” 지적도
해외선 ‘혼외출산’ 부상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1. “가족은 필요한데, 그게 남편일 필요는 없어요. 비혼이 ‘디폴트(기본값)’입니다.” 한때 결혼을 인생의 ‘필수조건’이라 여겼던 권모(27‧여) 씨의 가치관이 변한 건 성인이 되던 무렵이다. 권씨는 “경력단절, 가사노동같이 결혼하면서 필연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지점들이 보이면서 결혼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미 자매, 친구들과 함께 미래 계획을 함께 세우고 있다.

#2. 청소년기부터 비혼을 결심한 전지민(36‧남) 씨는 결혼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인식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전씨는 “너무 비싼 집값, 결혼비용, 아이를 키우기 힘든 환경같이 결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해주는 요소들이 사회에 너무 많다”고 했다. 전씨는 결혼이 곧 불행이라 생각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연애나 동거, 독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저출생 현상 밑바탕엔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2030청년들 사이 보편화된 ‘비혼’ 문화가 있다. 과거에 결혼과 출산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던 인식은 청년 세대 사이에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장 최근 자료인 통계청의 2021년 1~10월 혼인건수는 15만4000건으로 5년 전인 2017년 26만4999건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연간 혼인건수는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30만건 선으로 유지됐지만 2016년(28만1000건) 처음으로 깨졌다.

‘결혼=행복’ 옛말…“비혼이 행복”

청년들이 비혼을 결심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성별에 따른 차이가 다소 있지만 ‘결혼=행복, 비혼=불행’이란 도식이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지난해 9월 인구보건복지협회는 만 19~34세 청년 1047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제1차 저출산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혼 의향에 대해 ‘하고 싶지 않은 편’이라 답한 청년은 51%였다. 남성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71.4%)’라고 가장 많이 답한 반면, 여성은 ‘혼자 사는 게 행복해서(37.5%)’라고 답했다. 출산 의향에 대한 답변에선 부정적 인식이 더욱 두드러졌다. 출산을 꼭 하겠다는 응답은 17.1%에 불과했으며, 그 이유는 양육비나 교육비 등 경제적 이유가 57%로 가장 컸다. 이 밖에도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39.9%)’, ‘사회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36.8%)’ 등이 꼽혔다.

청년들이 결혼에 따르는 주택 마련, 양육 등 각종 부담을 피하는 대안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것이다. 장모(27) 씨는 “결혼하려면 집도 있고, 양가 부모님을 부양할 능력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취업을 해도 독립부터가 쉽지 않은 상황에 결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고용·부동산·양육비 해결부터” 지적도…해외선 ‘혼외출산’ 대세
국회입법조사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자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생 정책에 이같은 ‘사회구조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해 5월 국회입법조사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제4차 기본계획에서 저출산의 사회경제적 요인을 진단하고 있음에도 2021년도 시행계획에서 관련 세부 과제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고용격차, 주택가격 급등, 양육비 부담에 대해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혼이 사회 전반의 추세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결혼을 출산의 전제로 보는 관행을 깨는 대안도 있다. ‘혼외출산’ 인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결혼은 원치 않지만 출산은 원하는 ‘동거’ 커플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가족 개념을 혈연 중심으로 보는 한국이 해외에 비해 뒤처지는 대목이다. 국내 혼외출생률은 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2018년 기준 프랑스(60.4%), 스웨덴(54.5%), 영국(48.4%) 등과 크게 차이가 난다.

프랑스가 이런 방법으로 출생률 전환에 성공한 사례다. 프랑스는 1999년 동거가구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해 법률혼 관계와 동일한 세제 및 사회보장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2021년 합계출생률은 1.8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데, 같은 해 혼외출생률 비율은 62.2%에 달했다.

국내서도 해당 논의가 나왔지만 현재는 무산된 상태다. 2019년 여성가족부는 ‘4차 건강가정기본 계획’을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해 가족의 범위와 규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국회에 다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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