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공희 대주교 "내 고향 진남포, 북녘 수도원…그리움 깃든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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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소원을 묻거든 고향 진남포, 신앙 생활을 시작한 덕원 신학교 자리를 다시 한번 둘러보는 것이라오."
윤 대주교의 삶에는 종교 탄압을 피해 월남한 성직자와 고향·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실향민,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오며 목격한 남북 이념 갈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는 고향은 물론 청년 시절 신학 생활을 했던 덕원 신학교 터를 다시 한번 둘러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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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분단 73년 역사 고스란히 안은 '실향민' 윤 대주교
명절 사무치는 고향 생각…"통일 염원 체념해선 안돼"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누가 내 소원을 묻거든 고향 진남포, 신앙 생활을 시작한 덕원 신학교 자리를 다시 한번 둘러보는 것이라오."
분단 73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있는 실향민인 윤공희(99) 빅토리노 대주교는 설 명절을 나흘 앞둔 18일 "우리는 통일이라는 염원을 체념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주교의 삶에는 종교 탄압을 피해 월남한 성직자와 고향·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실향민,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오며 목격한 남북 이념 갈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1924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태어난 윤 대주교는 진남포성당 본당 회장으로 일하던 아버지와 잡화상을 운영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7년 함경남도 덕원신학교에 입학한 그는 1950년 북한 공산당의 천주교 탄압이 본격화되자 신앙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월남을 결심했다. 그해 1월 윤 대주교는 '사제가 되기 위해 서울로 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부모님께 고백했다.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그를 격려했다.
월남 두 달 뒤인 3월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6·25 전쟁 도중 북으로 진격하던 국군을 따라 올라가 10월께 고향인 진남포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었다.
고향에 도착한 그는 유년시절 자신이 공부하던 소학교 성당에서 사제로서 미사를 올렸다. 당시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부모님의 표정이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다.
머지않아 중공군이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그는 부모님과 이렇다 할 작별 인사도 못한 채 또다시 고향을 떠나야 했다.
질곡어린 삶은 끝나지 않았다. 실향민인 자신의 신분이 이념 갈등의 불씨로서 이용될까봐 우려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1985년 5월 당시 중앙정보부는 윤 대주교에게 '남북 이산가족 고향 방문 및 예술 공연단'의 상호 교환 방문 차원에서 북한 방문을 권했다.
그러나 윤 대주교는 천주교 집안이었던 가족들이 자신의 방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방북을 포기했다.
이후 또 한번 찾아온 방북 기회도 이뤄지지 못했다.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 당시 초청을 받았으나 자신의 방문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심사숙고에 다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북녘의 외손녀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지만, 당시 북한 정권에 외손녀가 이용당하고 있음을 직감해 오래 연락 할 수 없었다.
100세에 가까운 나이가 되도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고향은 물론 청년 시절 신학 생활을 했던 덕원 신학교 터를 다시 한번 둘러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월남 직전까지 동고동락해온 동기들, 사랑으로 신부들을 감싸온 안셀름 로머 교장 신부를 비롯한 교수진 등은 오늘날 그를 있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비롯한 실향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선 통일에서 비롯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의회 가르침에 '평화는 정의의 실천'이라는 내용이 있다. 정의가 실현될 때 비로소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라며 "평화란 차별 의식이 없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남과 북의 민족 화해는 다른 한쪽에 대한 차별과 우월감을 극복해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덕원 신학교 숲을 이루던 나무들이 떠오른다. 올해도 여전히 가지마다 새싹이 돋고 푸른 잎이 날 것"이라며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우리 민족이 서로를 존중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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