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터지는 현실에 법정예능 속속…'지옥법정' vs '안방판사'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부부 사이의 사소한 말다툼부터 회사에서 겪는 억울한 일까지 생활 속 분통 터지는 일들로 속앓이하는 이들을 위한 예능이 잇따라 나온다.
22일 방송가에 따르면 SBS TV는 오는 26일 새 예능 '이상한 나라의 지옥법정'(이하 '지옥법정')을, JTBC는 오는 24일 '안방판사'를 선보인다.
두 프로그램은 현실에서 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 이웃 간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을 다룬다.
'지옥법정'은 툭 터놓고 말하지 못했던 갈등 당사자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고, '안방 판사'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기 애매한 문제를 법적으로 따져본다.
한풀이쇼 '지옥법정'…"하고 싶은 말 모두 들어주는 데 집중"
'지옥법정'은 '대국민 한풀이 재판쇼'를 표방한다.
연예인 변호인단이 주황팀과 민트팀 두 팀으로 나뉘어 양쪽 갈등 당사자의 답답한 심경을 대변한다. 방송인 은지원과 댄서 아이키, 전직 야구선수 김태균이 주황팀, 방송인 지상렬과 가수 강승윤, 릴체리가 민트팀으로 활약한다. 이들은 전적으로 변호를 맡은 출연자의 편이 돼서 때로는 논리적으로 때로는 뻔뻔하게 입장을 대변한다.
MC 강호동은 양 팀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현직 변호사들은 법적 조언이 필요할 때마다 각 팀의 조언자로 지원에 나선다.
연출은 맡은 박경식 PD는 "요즘 사회에 크고 작은 갈등들이 많아지고 다양해졌다"며 "갈등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이를 들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SBS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하기도 했던 박 PD는 "모두에게 손가락질받는 사람도 2∼3시간씩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며 "법정 예능이라고는 하지만, 꼭 증거나 법적인 절차를 따라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무조건 내 편'인 변호인단이 억울하고 분한 출연자의 입장을 들어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첫 회에는 이종격투기계에 앙숙으로 꼽히는 권아솔과 명현만 선수가 나온다. 두 사람은 온라인에서 서로를 저격하는 등 그간 쌓아뒀던 묵은 감정을 털어놓는다. 또 스킨십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예비부부를 비롯해 형제, 직장 동료 등도 출연한다.
양 팀의 치열한 공방이 끝나고 나면 전직 판사인 지옥판사의 판결도 내려진다. 재판에서 진 팀은 지옥행에 처한다.
박 PD는 "'지옥법정'에서는 현실의 법 논리만으로 싸우지 않는다. 출연자 편에서 대중의 심리 등 법 외적인 부분을 고려해 변호한다"며 "출연자들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니 승패를 떠나 속 시원해하고, 지옥행 처분을 받으면서 상대 입장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변론쇼 '안방판사'…"애매한 인간관계 속 분쟁 이성적으로 접근"
'안방지옥'은 분쟁의 시시비비를 '법'대로 따지는 변론쇼다.
KBS에서 '1박 2일'을 연출했던 정동현 PD가 JTBC로 이적해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일상의 분쟁에 법적 잣대를 들이댄다.
'지옥법정'과 마찬가지로 연예인 변호인단이 두 팀으로 나눠 분쟁 당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만, 현직 변호사 7명이 변호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방송인 전현무와 배우 오나라는 신진 변호사 4명과 함께 패기의 주니어팀으로, 방송인 홍진경과 가수 이찬원은 경험이 많은 변호사 3명과 관록의 시니어팀으로 활약한다.
정 PD는 "인간관계에서 묘하게 기분 나쁜 일들을 겪을 때가 많은데 그동안 방송에서는 주로 상담이나 힐링을 하는 방식으로 소화를 해왔다"며 "누구나 내가 못된 건지, 상대가 잘못한 건지 모르는 애매한 상황들을 겪는데, 이런 상황에는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은 냉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철학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두루 살핀다"며 "법 해석에도 변호사마다 각각 생각의 차이가 있어서 그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섭외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덧붙였다.
방송에서는 '10년간 나 몰래 모은 배우자의 비상금, 법의 잣대로 봤을 때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헤어진 연인이 내 물건을 허락 없이 버렸다면 법의 잣대로 봤을 때 횡령죄를 물을 수 있을까' 등 누구도 정확히 따져주지 못했던 주제들을 다룬다. 불꽃 튀는 법정 공방이 끝나면, 시청자 배심원단이 판정을 내린다.
정 PD는 "법적으로 잘잘못을 따지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이혼, 상속 등의 일상적인 사건들에서 생각해 볼 법한 법적 쟁점이나 당사자들의 권리 등을 쉽고 재밌게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라며 "법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지는데, 방송을 보면 살면서 필요한 법률 정보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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