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아들 생각 절절하죠…" 명절 회한 사무치는 새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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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산천, 두고 온 두 아들 모두 하루에 열 두 번도 넘게 생각나죠."
새터민 나순영(68·여)씨는 설을 나흘 앞둔 18일 "돈을 벌러 고향을 떠난다는 말에 바짓가랑이를 붙잡던 둘째 아들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씨는 "죽이라도 제대로 끓어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두 아들과 헤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단했던 모두의 삶을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혼자만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 죄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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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광주 정착 새터민들, 가족 그리워하며 명절 속앓이
"'돈 벌어 올게' 엄마 약속…지키지 못해 미안" 한탄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고향 산천, 두고 온 두 아들 모두 하루에 열 두 번도 넘게 생각나죠."
새터민 나순영(68·여)씨는 설을 나흘 앞둔 18일 "돈을 벌러 고향을 떠난다는 말에 바짓가랑이를 붙잡던 둘째 아들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씨는 지난 1997년 고향인 함경북도 은덕을 떠나 중국 길림성에 정착했다.
1990년대 내내 이어진 고난의 행군 여파로 죽조차 제대로 끓일 수 없었던 가계를 부양하고자 혈혈단신으로 두만강을 건넜다.
정착 이후 중국 공안의 불시 검문에 적발돼 3차례나 북한으로 돌려 보내졌지만, 가족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향땅을 떠나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
2010년에서야 비로소 남녘 땅을 밟게 되면서 북송 위기는 완전히 벗어났지만 고향 땅에 남겨둔 가족 생각에 죄책감이 사무친다.
혹시 자신 때문에 가족이 고초를 겪지는 않았을지, 두 아들이 심한 병이라도 앓았을지 등 무수한 걱정이 지난 26년 탈북 생활을 가득 채웠다.
반복되는 납북과 탈북 과정에서 두 아들을 모두 중국으로 빼내는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머지않아 아들들이 공안에 붙잡혀 북송돼 2002년 이후 생이별 상태다.
나씨의 첫 탈북 당시 고작 17살, 14살에 불과했던 두 아들은 세월이 흘러 벌써 불혹의 나이를 맞았다.
남녘 땅에 정착한 이후 두 아들의 소식을 극적으로 듣게 되면서 주기적으로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과 두 아들의 생일이 있는 5월마다 아들들과 나눈 통화 녹음을 들으며 무사하길 기도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나씨는 첫 탈북 당시 둘째 아들이 바짓가랑이를 붙들며 '가지 말라'고 애원하던 당시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돈 많이 벌어올게'라는 말로 애써 다독였지만, 두 아들은 나씨의 말에서 무거운 각오와 아주 긴 이별을 읽어냈던 것이다.
나씨는 "죽이라도 제대로 끓어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두 아들과 헤어질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단했던 모두의 삶을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혼자만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 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이 끊긴 지난 3년 동안 두 아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크게 든다"며 "두 아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아했던 달걀을 실컷 먹여주고 싶다. 빨리 조국 통일이 돼 아들들을 보고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지난 2013년 남녘 땅에 정착한 새터민 최모(49·여)씨도 '묻어두고 살아온 고향의 가족들 소식이 명절마다 사무친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느라 가족 생각이 뒷전이었지만 종종 생각날 때가 있다"며 "먹고 살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아 선택한 탈북이 고향 땅에 대한 회한으로 느껴질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영원히 묻어두고 살아야만 하는 삶이 괴롭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싶다"며 "고향 땅의 푸른 산천과 이웃 사이의 끈끈한 정, 설이면 가족끼리 둘러 나눠 먹던 만둣국이 그립다"고 토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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