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안돼 스톱"…고속도로 뛰어든 50대, 100중 추돌사고 막았다

김대호 2023. 1. 22.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축석령터널 앞 1차선 도로에서 달리는 차 제지
"누군가 더 큰 피해 막아야 한다 생각하고 달려"
목격자 "많은 차량 멀쩡하게 줄지어 서 있었다"
포천구리고속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는 차들 50대 남성이 지난 15일 포천구리고속도로에서 44중 추돌사고가 발생한 시간 경찰이 도착하기 전 달리는 차들을 정지시켜 초대형 참사를 막았다. 견인차 기사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최근 구리포천고속도로의 44중 추돌사고는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전 한 50대 남성의 헌신적인 활약에 힘입어 피해를 줄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후 9시 10분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동네 선후배인 안재영(57)씨와 이노성(42)씨는 쏘렌토 차량을 몰고 구리포천고속도로의 축석령 터널을 빠져나가다 블랙아이스에 미끄러지며 추돌사고를 당했다.

안씨 차량은 앞의 다른 두 대 차량과 충돌한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안씨와 이씨는 차량을 빠져나와 보니 이미 앞쪽에 5대의 차량이 추돌사고로 멈춰 서 있었다고 한다. 안씨는 차에서 내린 후 블랙아이스에 다시 미끄러지며 넘어졌는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차량 추돌과 미끄러짐 사고로 왼쪽 다리를 살짝 저는 모습이 보였다.

안씨는 그러나 이때 "더 큰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112로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면서 고속도로 중앙 가드레일 밖의 풀 속을 헤치며 터널 쪽으로 달렸다고 한다. 갓길은 미끄러워 발을 디딜 수 없었기 때문에 눈이 덮인 풀을 밟고 터널을 향해 전속력으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전 100m 은메달리스트였다는 그는 사고 지점에서 터널까지 1km에 달할 정도로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단숨에 뛰어간 후 터널 앞 30m 지점의 1차선 도로로 뛰어들어 손을 흔들며 "안돼 안돼~ 스톱 스톱~"을 외쳤다. 당시 급박했던 상황은 안씨가 112에 신고한 후 전화 끊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그대로 녹음돼 있다.

그가 사고지점에서 터널까지 올라오는 중에도 차량 수십대가 미끄러지며 '쾅 쾅 쾅' 추돌사고 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가 차량 통행을 제지하자 이상하게 느낀 사람들이 속도를 늦춰 추돌사고가 멈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재영(57·오른쪽)씨와 이노성(42)씨 안재영씨는 지난 15일 구리포천고속도로에서 44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던 시간 고속도로로 뛰어들어 지나는 차들을 막아 더 큰 참사를 방지했다. 안씨와 이노성씨가 지난 20일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아 포즈를 취했다. 안재영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렇게 10분 정도 도로에 서서 50여대의 차들에 신호를 보냈는데, 이들 차량은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정차한 모습이 당시 목격자에 의해 사진으로 찍혔다. 그가 차량을 통제한 후 유일하게 한대만 말을 듣지 않고 고속으로 지나쳤다가 추돌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

이노성씨는 같은 시간 근처의 전복된 차량에서 다친 사람을 구조하느라 안씨가 터널까지 뛰어 올라간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고 한다.

안씨 덕에 추돌사고를 피한 50여대의 차량은 1, 3차로와 갓길에 수백m 거리로 늘어서 있었으며, 뒤에서 오던 다른 차들도 정차한 차량 행렬들을 보고 축석령터널 안에서 모두 안전하게 멈췄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안씨의 활약이 없었다면 초대형 참사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이다.

당시 사고 현장에 도착했던 견인차 기사 A씨는 "차 사고로 현장이 엉망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 3차로와 갓길에 50여대의 차량이 줄지어 멀쩡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100km인데다 터널을 나오면 내리막길이어서 (안씨가)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다면 모두 추돌사고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목숨을 걸었다고 본다. 그분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온전한 차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석령터널 안에 서 있는 차들 구리포천고속도로 44중 추돌사고 당시 모습. 견인차 기사 A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씨는 지난 18일 포천경찰서를 찾아 이상의 내용을 포함해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안씨는 "평소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인데 누군가는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한다 생각하고 그냥 달려 나갔다. 특히 사람이 많이 탄 버스를 막아 큰 인명 피해를 막은 것 같다. 평생 기억에 남을 거 같으며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제보한 이씨는 "축석령 터널 부근은 작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났기 때문에 블랙아이스에 대비해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을 설치하던지, 제한속도를 낮추는 조치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면서 "재영 형님은 고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는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위험을 감수했다. 평소 후배들과 어른들을 잘 챙기는 형님의 미담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daeho@yna.co.kr

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