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어디로]②국정원-정보수집, 경찰-수사…협조체계 구축 서둘러야

송상현 기자 김동규 기자 2023. 1. 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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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년간 준비했는데…인력·예산 한계 '답답'

[편집자주]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이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간첩단 의혹이 드러나자 여당이 국정원의 수사권 유지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75년간 대공 수사를 해 온 데다가 이관을 위해 인프라를 강화해 온 만큼 달라진 분위기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인력·예산 등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대공수사권 이관 후 불안감도 상존한다. <뉴스1>은 2년간 대공 수사권 이관을 위해 정부와 경찰이 무엇을 준비했고, 남은 1년 간의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서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2023. 1.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김동규 기자 = 경찰은 정부 수립 이래 75년간 대공 수사를 놓은 적이 없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가져오기로 결정된 이후부턴 안보 경찰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최근 여권에서 안보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이 불편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경찰이 내년부터 당장 국정원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지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없다 보니 주어진 인력·예산 내에서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의 첩보 역량을 활용해 경찰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는 공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2022.6.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대공 수사권 이관 앞둔 경찰, 인력 충원·조직개편 등 2년간 준비했지만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관이 결정된 이후 인력 충원·조직개편·교육 강화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등 전국 56개 경찰서에 안보수사팀을 신설하고, 131명을 새로 배치했다. 기존에 일선 경찰서 안보과는 탈북민 신변 보호 위주로 운영됐는데 안보수사팀 신설로 수사 전담 인력이 일선서에도 생긴 것이다. 2020년 말 2107명이던 안보 경찰 숫자도 2022년 말 2177명으로 70명 늘었다.

지난해부턴 안보 경찰의 수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보안경과 시험에서 수사 관련 출제 비율을 높이는 등 보안(안보)경과제도 강화했다. 보안경과제는 시험을 통해 안보 경찰을 선발한 후 안보부서에만 근무해 전문성을 키우는 방안으로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 3월부턴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를 신설해 연간 570명의 안보 경찰을 집중 교육하기로 했다.

이처럼 경찰은 대공 수사권 이관에 대비해 2년간 꾸준히 준비했다. 최근 여권에서 나오는 철회 움직임이 당혹스러운 이유다.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한 안보 경찰은 "경찰도 보안경과라는 게 있어서 수십년 전부터 안보 업무만 한 전문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찰이 지난 10년간 검거된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 사범 517명중 439명(77%)을 붙잡았다는 점에서 역량 부족은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 기간 국정원은 108명(19%)을 검거하는데 그쳤다. 다른 안보 경찰은 "경찰이 국정원에 비해 정보수집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한다"면서도 "수사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앞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사무실 앞을 통제하고 있다. 2023.1.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정부 지원 없어 인력·예산에 한계…국정원도 비협조적

다만 당장 1년 앞으로 다가온 대공 수사권 이관에 우려를 나타내는 경찰도 적지 않다. 인력·예산 등에 있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선서 안보 경찰 관계자는 "인력은 늘 부족함을 느낀다"며 "일선서에 수사 경과자가 많이 없어 대공 수사가 넘어오면 잘 커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안보 경찰 숫자가 현재보다 1000여명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보 경찰 숫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기 위해선 결국 경찰 정원이 늘어나야 하지만 이는 행정안전부 등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최근 여당(국민의힘)은 경찰이 해외 방첩망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해외공관에 안보 경찰 영사가 배치되기 위해선 인사혁신처·행안부·외교부 등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국정원 역시 대공 수사권 이관에 협조적이진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단계적으로 국정원의 인력과 예산 등을 가져오기 위해 국정원에 관련 자료 공유 등을 제안했지만, 비공개 규정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경찰은 국정원 인력이 경찰로 넘어오기 어렵다면 국정원 퇴직자 숫자만큼만이라도 경찰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국정원 정원은 대통령 승인을 받도록 규정돼 양자 간 협의가 불가하다'며 논의를 원천 차단했다.

(뉴스1 DB) 2020.7.30/뉴스1

◇국정원 정보받아, 경찰은 수사에 집중해야…협력센터 논의시작했지만

당장 내년 이관을 앞두고 현실적인 방안은 결국 경찰과 국정원 간의 협력 체계 구축이다. 해외 방첩만 구축에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는 만큼 경찰이 당장 해외에 인력을 파견한다고 해도 내년부터 무리 없이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원의 대북 정보 수집·분석역량을 활용해 경찰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는 공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방안은 국정원이 이미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국정원은 경찰과 군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안보범죄정보협의회'와 '안보범죄정보협력센터'를 만들어 안보 범죄와 관련한 정보공유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협의회에서 안보 범죄와 관련한 정책을 총괄하고, 협력 센터에서 경찰과 국정원 소속 공무원들이 합동으로 근무하며 국내외 안보 범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공유하는 협력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수집한 양질의 정보를 경찰이 수사로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안보범죄정보 업무규정'을 입법예고까지 한 상태지만 수정안을 만들겠다며 지난해 11월 법제처 심사를 철회했다. 경찰은 상반기 내에 법 제정이 완료되고, 하반기에는 협력 센터가 개설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여권의 대공 수사권 이관 철회 움직임으로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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