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사실혼 배우자,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 받은 이유는? [이번주 이판결]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2023. 1. 2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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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벌금 200만원 구형→법원 징역 1년 선고
“형사 사법권 행사에 큰 지장 초래”
지난 20일 공판에 출석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자료=연합뉴스>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 A씨에게 법원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애초 검찰이 구형한 벌금 200만원보다 높은 형량이다. 유 전 본부장과 A씨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은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검찰에 허위 진술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대장동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이 애초에 휴대전화를 은닉·인멸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고, A씨도 고의로 휴대전화를 파기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9월 언론에 대장동 사건이 보도되고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A씨와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기존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새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기존 휴대전화는 초기화하지 않고 집에 보관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검찰에서 기존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기가 검찰에 압수되지 않도록 미리 A씨에게 지시해 이를 폐기하도록 했고, 체포·구속된 뒤에도 검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휴대전화에 대해 허위 진술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에야 ‘휴대전화를 찾아서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이 진술도 허위라고 봤다.

유 전 본부장과 A씨가 휴대전화 인멸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A씨가 재판에서 “단순히 유 전 본부장이 짐을 버려달라는 말에 다른 짐과 함께 휴대전화를 버린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믿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유 전 본부장과 A씨가 휴대전화 인멸 과정에 대해 불명확한 진술로 일관한 것도 형량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A씨를 어떻게든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A씨는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유 전 본부장의 태도 변화에 의존해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측이 주장한 ‘형법 제155조 제4항 적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법 제155조 제4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A씨와 유 전 본부장이 사실혼 관계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는 민법 소정의 친족이라 할 수 없어 해당 조항에서 말하는 친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A씨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유 전 본부장을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이어서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이 뒤늦게나마 휴대전화기에 저장됐던 전자정보의 일부를 수사기관이 획득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조건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저장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인멸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통한 적절한 형사 사법권의 행사에 큰 지장을 초래해 그에 합당한 형사적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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