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6만명 증가' 힘입어 다시 상승곡선 그리는 넷플릭스
3개월 전과 비교해 주가 27.7% 상승
세계 1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 주가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성장 둔화 우려를 딛고 지난해 4분기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8% 넘게 올라 342.5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 실적발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발표한 영향이다. 넷플릭스 주가를 좌우한 건 실적이 아닌 가입자 수였다. 넷플릭스의 세계 유료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해 4분기에 766만명이 늘었다. 이는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산하 시장정보업체 스트리트어카운트의 예상치인 457만명을 크게 상회한 숫자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말 기준 세계 회원 수는 2억3100만명으로 집계됐다.
가입자 수는 곧 시장점유율이다.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하는 구독료가 다시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또 새로운 가입자를 유입하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간다. OTT업계가 콘텐츠 출혈 경쟁을 이어 가고 다른 플랫폼과 손잡는 이유도 가입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 역시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5530만 달러를 기록했음에도 가입자 수 확대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 매출은 1.9% 증가한 78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 급감은 회사의 손실이 아니라 강달러로 인한 유로화 채권 헤지로 인한 실현되지 않은 손실의 결과라는 게 넷플릭스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하루 35.12% 추락했던 주가
지난해 넷플릭스 주가는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4월 넷플릭스 주가는 하루 만에 35.12% 추락했고 5월에는 성장 둔화 우려에 162.7달러까지 급락했다. 2022년 1분기 가입자가 직전 해 4분기와 비교해 20만 명 줄면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위기 극복을 위해 정리해고 등 회사 구조조정에 나섰고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며 새로운 수익화 전략을 꺼내 들었다. 넷플릭스가 제시한 광고 요금제는 월 5500원으로 베이식 요금제(9500원)의 반값 수준이다. 그 대신 1시간에 4~5분 정도 광고를 시청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가격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동남아시아지역에서 광고 요금제가 서비스 될 경우 파급효과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3개월 동안 주가는 다시 회복하며 27.7% 상승했다. AP 통신은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가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초기 시그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요금제뿐 아니라 콘텐츠 파워 역시 넷플릭스 성장을 견인했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웬즈데이', 영화 '나이브스 아우:글래스 어니언', 해리 왕자 부부의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의 영향으로 가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콘텐츠의 힘도 컸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료 가입자 중 60%가 한국 작품을 1편 이상 시청했으며,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작년 넷플릭스 비영어권 최고 인기 시리즈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공개한 ‘더 글로리’와 ‘환혼’ 역시 아시아가 아닌 글로벌 TOP10 순위권에 안착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넷플릭스 왕국 세운 헤이스팅스 퇴장
지난 19일 넷플릭스 4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리드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공동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넷플릭스를 설립한 지 25년 5개월 만이다. 그는 DVD 대여로 사업을 시작해 OTT라는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며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헤이스팅스는 퇴진 이유에 대해 “창업자도 진화해야 한다”며 앞으로 회장 역할과 자선 사업 등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헤이스팅스 CEO는 향후 이사회와 후임 CEO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자선 사업 투자와 넷플릭스 주가 관리 등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헤이스팅스 CEO는 20일 성명을 통해 “우리 이사회는 수년 간 승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며 “나는 기업 창업자들(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 등)이 CEO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자주 맡은 역할인 회장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이스팅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넷플릭스의 지휘봉은 서랜도스와 그레그 피터스 공동 CEO에게 넘어갔다.
서랜도스는 2020년 7월부터 공동 CEO로 활약해왔고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이번에 승진한 피터스는 광고 요금제 출시를 주도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주주 서한에서 "지난해 시작은 평탄치 않았으나 마무리는 밝았다"며 "성장을 다시 가속할 확실한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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