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 받는 수억원짜리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달면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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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엔진을 탑재한 벤틀리의 대형 세단 플라잉스퍼의 가격은 3억3000만원부터다.
이 중 261대(84%)는 법인차였다.
작년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3대 중 2대는 법인차였다는 얘기다.
국회에는 1억원이 넘는 고가 법인차에 세금을 감면해주지 않는 법안(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2년 넘게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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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엔진을 탑재한 벤틀리의 대형 세단 플라잉스퍼의 가격은 3억3000만원부터다. 작년에 국내에서 380대가 팔리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 중 305대(80%)가 법인 명의였다.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우루스도 최저 2억원대 슈퍼카인데, 작년 국내에서 309대가 팔려 신기록을 썼다. 이 중 261대(84%)는 법인차였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총 7만1899대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중 법인차는 총 4만7399대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작년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3대 중 2대는 법인차였다는 얘기다. 작년 기준 롤스로이스의 91%, 람보르기니의 85%, 벤틀리의 77%가 법인차로 조사됐다.
법인차 통계로 잡힌 자동차에는 개인이 출고한 리스 차량도 포함됐다. 개인이 리스로 차를 출고하면 차량 명의가 리스사(법인)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는 법인차 구매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리스차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는데, 리스를 뺀 법인차 비중은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 개인이 법인 명의로 고가의 차량을 구매해 유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고가 수입차에 법인차가 많은 이유는 법인차에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인이 쓰는 업무용 차량에 세제 혜택을 준다. 기업의 사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법인차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감가상각비, 연간 최대 1500만원까지 차량 유지비(유류비, 보험료, 자동차세, 통행료 포함)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과세표준을 낮춰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세금 탈루를 위한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는 자녀들에게 법인명의 슈퍼카 10여대(최고가 7억원, 총액 26억원)를 사용하게한 한 식품제조업체 대표가 국세청에 적발되기도 했다.
법인차를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적용받는데, 관리·감독이 부실해 세무당국이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법인의 고가 수입차 구매가 줄지 않는 이유다. 국회에는 1억원이 넘는 고가 법인차에 세금을 감면해주지 않는 법안(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2년 넘게 계류돼 있다.
정부는 ‘연두색 번호판’으로 법인차의 편법 운영과 탈세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국회의 문턱을 넘는 법령 개정이 아닌 국토교통부 고시(자동차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변경으로 곧장 시행할 수 있다.
법인차 번호판 색깔을 연두색으로 바꿔 일반 차량과 구분하면, 운전자가 법인차를 주말에 휴양지로 끌고 다니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 중으로, 올해 주요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두색 번호판은 운전자에게 윤리적인 책임감을 준다는 취지인데,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법인차의 운행 대장을 보다 엄격하게 하는 방식으로 편법 운행을 막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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