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근혜와 친윤석열은 평행이론... '2016년 악몽' 어른대는 與 전대

김민순 2023. 1.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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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윤석열 대통령 직간접적 개입에
친박·비박, 친윤·비윤 쪼개져 치른 전대
공천까지 영향... 2016년 총선 참패요인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왼쪽)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의원, 나경원 전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로지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대표 선거에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이들 사이에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두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당 주류인 친윤석열계가 중심이 돼 '진윤(진짜 친윤) 주자' 가리기에 총동원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전대 출마 여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대사 해임을 두고 대통령실, 친윤계와 갈등관계에 놓인 나경원 전 의원은 순식간에 '반윤'으로 내몰리면서 정치적 입지마저 위태롭다. 이처럼 '친윤·비윤'으로 갈라치는 전대 분위기에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눈 밖에 났다가는 공천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친윤계의 집중 견제를 받은 나 전 의원이 대표적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을 향해 "제2의 진박(진짜 친박근혜계) 감별사"라며 "2016년 악몽이 떠오른다"고 한 이유다.


전대 계파갈등, 2년 후 공천갈등·총선 패배 씨앗으로

그러한 점에서 지난 2014년 친박·비박으로 쪼개져 전대를 치렀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상황이 지금과 거의 같다는 지적이 많다. 2014년 전대에서 선출된 당대표가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 점도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쥘 당대표를 선출하는 이번 전대와 닮은꼴이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총선을 앞둔 2015년 11월 "진실한 사람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밝히자, 최경환 조원진 등 친박 의원들과 친박 인사인 이한구 공천심사위원장이 비박계 후보들을 배제한 '진박 공천'을 주도하면서 시작됐다. 비박이었던 김무성 대표는 이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갖고 부산으로 내려가버린 '옥새 파동'을 일으켰다. 계파 갈등이 낳은 공천 파동은 그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패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번 국민의힘 전대에선 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없지만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견제하거나 친윤 의원들이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퍼붓는 것이 2016년 총선을 앞둔 박 대통령과 친박들의 행보와 겹쳐 보인다는 견해가 많다.


2014년 전대 '친박·비박' 진흙탕 싸움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경쟁했던 김무성(왼쪽) 전 의원과 서청원 전 의원. 오대근 기자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대로 거슬러 올라기면, 당시 화두는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당시 박심을 등에 업은 것으로 평가받았던 서청원 의원과 원래 친박이었으나 당시 비박 구심점이 된 김무성 의원 간 경쟁으로 진행됐다. 친박들은 같은 계파인 서 의원을 차기 공천권을 쥔 대표로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교통정리에 나섰고, 박 전 대통령도 측면 지원했다.

이번 전대의 흐름도 비슷하다. 윤심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점쳐졌던 김기현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싱겁게 정리됐다. 나 전 의원도 윤심에 기대어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통령실이 저출산 정책 관련해 나 전 의원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친윤계 초선의원들이 연판장까지 돌리며 사실상 불출마를 종용했다. 나 전 의원에게 윤심 대표주자라는 타이틀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2014년 전대에선 주자들 간 비방전이 이어졌다. 비박을 대표한 김 의원이 서 의원의 '박심 마케팅'을 겨냥해 "전대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자, 서 의원도 "정치 공작" "이따위 짓" 등의 거친 표현으로 반박했다. 상대 후보를 향한 '계파 줄세우기' 비판도 잇따르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을 깊어갔다.


'여론조사 30%'로 승리한 비박... '당원투표 100%'에선?

2017년 7월 새누리당 당권 도전에 나선 김무성 당시 의원이 서울 노량진 고시촌 거리의 한 포장마차에서 컵밥을 먹고 있다. 오대근 기자

서 의원은 '박심'을 앞세워 조직력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김 의원은 대중성을 앞세워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앞섰다. 서 의원은 당시 김 의원을 향해 "차기 대권에 나올 사람이 당권을 맡으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번 전대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 '차기 대권주자는 당권을 잡으면 안 된다'는 친윤계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서 의원은 끝까지 당심과 조직력을 앞세웠다.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김 의원은 수도권과 청년층을 적극 공략했다. 결국 민심을 적극 공략한 김 의원이 박심과 당심에만 호소한 서 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당시 전대 룰이 선거인단 투표(70%)와 여론조사(30%)를 혼합한 방식이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번 전대에선 친윤이 주도해 '당원투표 100%'로 바꾸면서 윤심이 보다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해 두었다.

국민의힘 나경원(오른쪽)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전대는 2014년 박근혜를 윤석열로 바꾼 정도"

그럼에도 본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제로 승부를 결정 짓는다. 윤심과 친윤의 절대적 지지를 확보한 김기현 의원이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승부는 어느 쪽으로 기울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의원의 경쟁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과 나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모두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후보들인 탓이다. 특히 이들이 수도권 연대나 윤핵관에 대한 당내 비토를 결집시킬 경우, 2014년 전대처럼 주류가 아닌 측에서 대표가 나올 수 있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친윤·비윤 간 견제와 갈등은 더욱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전대 레이스 초기부터 대통령실까지 참전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2016년의 공천 파동과 같은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에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번 전대는 당권주자들 구호에서 '박근혜'를 '윤석열'로만 바꾼 정도"라며 "이번 전대에서 지는 쪽은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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