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 나앉게 생겼네”…세입자, 어쩔 수 없이 달려간 곳은?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1. 2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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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5일 서울 서대문구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세보다 싼 급매’ 매물이 있음을 안내하는 전단이 붙어있다. [이충우 기자]
#A씨는 지난해 말 생애 처음으로 주택경매에 뛰어들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신축빌라 입찰을 위해서였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2억300만원이었지만 유찰을 거듭하면서 결국 1억5500만원에 낙찰 받게 됐다. A씨는 이 집에서 전세살이 중인 세입자였다.

부동산 하락장에 전셋값이 매맷값을 뛰어넘는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물건이 늘어나면서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2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임차인이 집주인을 상대로 경매를 신청한 건수는 총 521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하반기(319건)와 2021년 하반기(410건)에 이어 지난해에도 100건 넘게 늘었다.

지난해 서울·경기·인천에서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경매법정에서 낙찰 받은 사례는 총 174건으로 집계됐다. 전년(112건) 대비 62건(55%) 늘었다. 하반기 기준으로는 48건에서 102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과반이 서울에 몰렸다.

이처럼 역전세난을 버티지 못한 물건들이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위축은 경매시장 침체를 함께 불러왔다. 수요자들이 좀처럼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임차인들은 낙찰자에게서 보증금을 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유찰이 거듭돼 입찰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매매차익을 보기 어렵고, 낙찰가보다 보증금이 높을 경우 차액만큼 자금을 조달해야 해 타산이 맞지 않으니 낙찰 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 빌라의 낙찰률은 11.1%로 나타났다. 10건 중 1건 정도만 새 주인을 찾았다는 의미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25.0%와 22.9%였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률도 17.9%에 불과했다. 인천과 경기 역시 각각 23.1%과 25.0%에 그쳤다.

이에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 임차인들의 발걸음이 경매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실상 전세 보증금으로 살고 있는 집을 매입하는 셈이다. 거주지에서 쫓겨나게 될까 봐 걱정스럽고, 경매가 진행되는 긴 시간 동안 목돈을 묶어 두는 것도 부담스러우니 경매 과정을 빨리 마무리 짓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경매시장이 얼어붙으면 낙찰금과 보증금 모두를 부담하려는 사람이 나오기 어렵기에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낙찰을 받는 측면이 있다”라며 “낙찰대금에서 경매 진행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은 물론 원하지 않게 주택을 매매했다는 우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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