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설 쇱니다"…다양해진 명절 풍경
고향 대신 향하는 명절 비행기 여행에도 반려견 동행, 호텔 펫캉스도 쉽게 볼 수 있어
부득이 홀로 남겨두면 고비용 감수하고 애견호텔 등에 맡기는 '애틋함'도
전통적 가족 개념 해체 속 새로운 가족 일원 '반려동물' 우선하는 설명절 일반화 추세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이른바 '반려 가족'이 꾸준히 늘면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던 익숙한 풍경 대신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사례가 증가하는 등 명절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크게 변화하면서 이 같은 변화상은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분위기다.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반려견 놀이터를 운영하는 정유리(30대·여)씨는 설 명절 며칠 전부터 분주하게 손님맞이를 준비했다. 연휴가 한참 남은 이 달 초순부터 설 연휴 기간에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 씨는 강아지와 함께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마련하고 놀이터 곳곳을 점검하는 등 일찍부터 단장을 마쳤다. 강아지를 위한 명절 간식 주문도 밀려들다 보니 미리 음식을 만들고 포장하기에도 일손이 부족할 정도였다.
지난해 추석 때는 강아지 송편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손님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설 연휴 방문객들에게는 사과와 배, 약과 등 다채로운 모양의 머핀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정씨는 "강아지와 함께 특별한 명절을 보내려고 연휴에 카페를 방문해 한복을 입히고 사진을 찍거나 색다른 간식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반려견과 함께 명절을 보내려는 발걸음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강아지는 이를 간절하게 쳐다보기만 하는 모습은 이미 옛 풍경"이라고 전했다.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반려견 카페와 운동장을 운영하는 장동현(40대·남)씨도 명절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다양해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이번 설에도 손님이 많이 찾을 것에 대비해 비만 오지 않으면 계속 문을 열 계획이다.
장씨는 "지난 명절에도 할아버지와 손녀 등 대가족이 반려견과 함께 찾아와 뛰어놀고 음식을 먹었다"면서 "전날도 운동장에 20마리가 방문했다. 하루에 많이 오면 100마리가 방문한다"고 말했다.
또 "여름 휴가철에는 반려견과 함께 요트 투어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도 많다"며 "반려동물을 소중한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이제 당연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족과 함께 보내는 전통적인 설 연휴 대신 반려동물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반려동물 동반여행이 늘면서 부산 연고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지난해 1년간 무려 1만 1747 마리의 반려 동물을 수송하기도 했다. 2년 연속 1만 마리 이상 수송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데, 부산-제주노선에서만 4600 마리에 달하는 등 에어부산의 전체 반려동물 수송 실적의 80%가 제주 노선에서 발생할 정도로 반려동물을 동반한 제주 여행이 대중화되고 있다.
이번 설 연휴 역시 고향 방문 대신 제주 여행을 선택한 여행객들은 어렵지 않게 공항과 기내에서 제주여행을 다녀오는 반려동물을 볼 수 있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위한 국제선에서도 반려동물 동반 여행 사례를 목격할 수도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호텔에서 휴식을 즐기는 '펫캉스' 상품도 이미 해운대 등 부산의 특급호텔에서 인기 판촉 상품으로 홍보되고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설연휴를 함께 하지 못하는 반려가족들은 홀로 남려진 반려견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도 한다.
부산진구에 사는 김모 씨(28세·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광주 본가에 다녀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애견호텔에 반려견을 맡겼다"면서 "저렴한 곳은 1박에 2만원 정도하는 시설도 있었지만, 혹여나 대형견에 물리거나 하는 등의 안전사고나 관리 소홀로 잃어버리는 사례를 뉴스로 접한 터라, 하루 4만 원씩 하는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믿을 만한 시설을 수소문해 반려견을 맡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혈연이나 결혼을 통해 구성되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가 해체되고, 친구나 애인, 동물과 거주하는 등 비친족 가구가 늘어나고, 특히 1인 가구 천만 시대를 앞두게 되면서 정서적 안정을 주는 반려동물과 더불어 사는 사례는 명절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평균 수명 증가, 산업구조 변화 등 영향으로 전통적인 가족 형태 해체와 함께 1인 가구 등 극소로 원자화된 가구도 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이 정서적 지탱 역할을 해주는 만큼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에게 쓰던 '반려'라는 용어를 동물에게 쓰는 게 이미 익숙해진 사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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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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