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뒤처졌다”… 세계는 ‘드론 전쟁’ 한창인데, 한국은 ‘뒷북’ [박수찬의 軍]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는 드론(무인기)이 현대전 양상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은 공격용 드론으로 러시아군의 공세를 저지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본토 타격에 드론을 투입했다. 러시아군도 이란산 자폭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습하고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드론의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물론이고 주변국과의 갈등 속에서 드론 개발을 지속해온 이스라엘, 튀르키예보다 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동 넓히는 드론…전투기 시장까지 영향
과거에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만이 드론으로 표적을 공격하거나 전자전을 벌일 수 있었다.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일정 수준의 산업능력을 갖춘 국가라면 고성능 군용 드론을 제작,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다. 2014년부터 튀르키예가 생산하는 바이락타르 드론은 대당 가격이 500만 달러(60억 원)에 불과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하다. 27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하고, 카메라와 공대지미사일 및 폭탄을 장착해 정찰과 공격 작전을 함께 수행할 수 있다.
같은해 시리아 이들립에서 튀르키예군은 시리아 정부군 기갑부대를 바이락타르·앙카 공격용 드론을 앞세워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드론이 모은 정보는 T-155 자주포 부대의 포격에 활용됐다. 그 결과 시리아 정부군 기갑차량 100여대가 파괴되고 수백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은 바이락타르 드론으로 러시아군을 공격했다. 또한 공중 정찰을 통해 포병대에 러시아군의 위치를 알리는 등 크게 활약했다. 우크라이나 쇼핑몰에 바이락타르의 모양을 본뜬 장난감이 등장할 정도로 우크라이나인들은 바이락타르에 열광했다.
중국도 CH-4, CH-5 공격용 드론을 개발해 아프리카 지역 등에 수출했다. 판매된 드론 중 일부는 대테러전쟁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제작국가가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 사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정찰 및 공격 외에 전자전에도 드론이 쓰이는 모양새다.
미군 EA-18G 전자전기처럼 과거에는 전투기나 수송기에 전자전 장비를 탑재해야 했지만, 전자기술의 발달로 에너지 소모가 적고 크기가 작으며 가벼운 전자전 장비들이 등장하면서 전자전 드론이 등장하고 있다.
전투기와의 성능 격차를 줄이는 고성능 고속 드론 개발도 한창이다. 드론을 요격하는 무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능력이 요구되고 있고, 정찰이나 지상공격보다 더 정교한 임무도 수행할 필요성이 높아진 결과다.
고성능 고속 드론을 만들려면 작고 가벼우면서도 높은 추력을 내는 터보팬 엔진이 필수다. 이같은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 난도가 높다.
하지만 드론이 적기와 공중전을 벌이거나 정밀 폭격을 할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어서 주요 선진국들의 개발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현재 미국은 로열 윙맨과 XQ-58A를 개발중이다. 로열 윙맨은 호주의 지원으로 미 보잉사가 개발중이고, X-58A는 미군의 지원을 받아 크라토스사가 만든다. 두 기종은 전투기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러시아 S-70처럼 전투기 호위를 넘어서 전폭기를 대체할 드론도 개발중이다.
전투기나 전폭기의 임무를 고성능 고속 드론이 대체하는 경향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찰과 공중전, 지상공격, 내륙 지역에 대한 정밀 폭격까지 드론이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전폭기 중에서 무장 장착 능력이 가장 뛰어난 기종은 F-15, 타이푼, 라팔이다. 이들 기종은 15개 안팎의 무장장착대를 갖추고 있다.
현재 드론의 무장 장착대는 4~6개. 전문가들은 향후 드론이 10개 이상의 무장을 장착하고 비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2030년대 등장할 6세대 전투기는 드론 통제 등을 위해서는 실전배치가 필요하다. F-35도 보조적 임무 수행에 투입될 수 있다.
반면 F-16과 KF-21 같은 4~4.5세대 전투기는 드론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4~4.5세대 기종이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설 자리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드론이 전쟁과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 혁신 없이는 ‘드론전쟁’ 불가능
드론을 활용해 국방과 경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은 안보 문제를 갖고 있는 국가다. 아랍국가들과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은 공군 조종사를 보호하고자 드론을 전장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했고,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전쟁 개념을 바꿨다.
튀르키예도 쿠르드 분리주의 운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론과 포병, 기갑부대를 결합하는 전술을 익혔다. 이를 통해 신형 드론을 개발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군에서 드론의 활용도는 현재 RQ-101과 리모아이, 글로벌호크 등 정찰 용도에 국한되어 있다. 공격용 드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드론 분야에서는 튀르키예보다도 뒤진 셈이다.
한국군이 1980년대 미군 전투방식인 공지전투 개념을 유지하면서 전투기와 야포 등 과시 효과가 큰 첨단 무기 도입에 집중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에티오피아나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 군대조차 정찰 및 공격용 드론으로 무장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미군의 최신 개념인 다영역작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내에서도 드론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개발이 진행중인 중고도 무인정찰기나 차기군단급무인정찰기 외에 전투기와 함께 움직일 스텔스 드론인 ‘저피탐 무인편대기’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하에 대한항공이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이 시작, 2033년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튀르키예, 중국, 이란 등이 이미 진행중인 계획을 따르는 ‘추격형 전략’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지상 표적을 타격하면서, 적 전투기와 싸울 수 있는 무장 탑재량을 충분히 갖춘 드론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적 레이더나 지대공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자폭 드론과 전자전 드론, 공중전 수행이 가능한 고성능 고속 드론 등의 다양한 기종들을 개발해 합동드론사령부에 배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육군은 수년 전부터 정찰, 지휘통제, 공격, 보급 등의 임무를 드론이 수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육군도 드론을 중심으로 싸우는 방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무인기에 드론으로 맞선다는 ‘일대일 대응’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무기지만, 드론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드론을 적극 활용해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군도 드론으로 표적을 타격하는 과정에서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른 무기체계와 함께 사용하는 합동작전이 필수인 이유다.
한국군도 드론과 더불어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의 포병화력을 함께 활용하는 합동작전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훈련해야 한다.
육군 아미타이거 전투여단이 드론으로 표적을 확인하고 공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지만, 전쟁에서 강력한 타격력을 발휘하려면 포병 및 미사일 부대와 드론을 결합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래의 전쟁은 드론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드론 개발과 운용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뒤진 한국은 창의적인 전술과 전략을 선제적으로 개발, 적용하면서 전투용 드론을 비롯한 다양한 기종을 만들고 육군 내 다양한 병종과 훈련을 실시해 합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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