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Biz] 매장수 절반, 매출은 2.5배...원조 제친 ‘캐나다의 던킨’ 팀홀튼
미국에서 캐나다로 가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깼을 때 캐나다 국경을 넘어왔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창밖 여기저기에 ‘팀홀튼(Tim Hortons)’ 간판이 보인다면 버스는 캐나다 영토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100% 확실하다고 봐도 된다.
팀홀튼은 캐나다의 ‘국민 카페’다. ‘팀스(Tims)’ 또는 ‘Timmys(티미스)’ 등의 애칭으로도 불린다. 팀 홀튼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면 ‘캐나다의 던킨도너츠’라고 봐도 무방하다. 던킨도너츠의 ‘먼치킨(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공 모양의 도넛)’을 팀 홀튼에서는 ‘팀빗(Timbits)이라고 부르는 식으로 메뉴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싱크로율이 70~80%는 된다.
그런데 팀홀튼의 매출은 던킨도너츠를 능가한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을 공개한 2019년 기준으로 비교하면 팀홀튼은 33억4400만 달러(약 4조1300억원), 던킨도너츠의 매출은 13억7000만 달러였다. 팀홀튼의 2021년 매출은 33억4200만 달러로 2019년과 비슷했고, 순익은 9억9700만 달러(약 1조2300억원)였다.
사실 캐나다를 벗어나면 팀홀튼은 국제적인 브랜드 인지도에서 ‘보스턴의 커피&도넛 명가’ 던킨의 적수가 되기 어렵다. 던킨도너츠는 40개국에서 약 1만26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팀홀튼은 캐나다와 미국·영국·필리핀 등 15개국에서 5300여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 수로는 던킨도너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캐나다의 던킨’이 매출은 ‘원조 던킨’을 훌쩍 넘어선 것.
매장 수가 적은데 매출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팀홀튼 고객의 40%는 매주 네 번 이상 매장을 방문할 만큼 단골이 많다. 80%에 달할 만큼 높은 캐나다 시장 의존도를 충성도와 연관 지어 보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국민 브랜드’로 사랑받을 수 있는 특권은 아무에게나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캐나다에도 ‘캐나다의 스타벅스’로 불렸던 ‘세컨드컵(Second Cup)과 스페셜티 커피를 앞세워 2000년대 후반 국내에 진출했던 티모시즈 월드 커피(Timothy’s World Coffee)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업체도 팀홀튼과 경쟁이 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팀홀튼은 캐나다 회사가 아니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을 보유한 브라질계 사모펀드 3G캐피털이 2014년 팀홀튼을 110억 달러(약 13조6000원)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인수 자금 중 30억 달러를 지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브랜즈 인터내셔널(RBI)은 2017년 2월 루이지애나 스타일의 프라이드 치킨으로 잘 알려진 파파이스 루이지애나 키친을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파파이스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37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BIS월드에 따르면 전 세계 패스트푸드 산업 매출 가운데 치킨은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도 캐나다에서 팀홀튼의 위상은 변함이 없다. 버거킹에 앞서 과거 또 다른 미국 햄버거 체인 ‘웬디스’가 12년(1995~2006년) 동안이나 팀홀튼의 주인 노릇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팀홀튼이 50년 넘게 캐나다의 국민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성공비결 1 |매력적인 창업 스토리
팀홀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토론토 메이플리프스와 피츠버그 펭귄스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팀 홀튼이 선수 시절이던 1964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 창업했다. 현재 본사는 토론토 인근 오크빌에 있다. 홀튼은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경찰이었던 론 조이스를 만나 동업을 하게 된다. 불행히도 홀튼은 현역 활동 중이던 1974년 44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조이스가 호튼 가족으로부터 100만 캐나다달러(약 9억1800만원)에 경영권을 인수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국기(國技)다. 캐나다 인구 3500만 명 가운데 정식 등록된 아이스하키 선수만 50여만 명에 이른다. 캐나다 전역에 실내외 링크가 3500개 있으며 뒤뜰에 미니 링크를 보유한 집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NHL 선수가 창업했다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생활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건 큰 불행이지만 캐나다에서 팀홀튼이란 브랜드에 불멸의 아우라를 덧입혀 줬다.
NHL 스타와 전직 경찰의 동업도 매력적인 스토리 요소였다. 북미에서 경찰은 도넛과 불가분의 관계다. 오죽하면 ‘도넛 가게(donut house)’가 ‘경찰서’를 뜻하는 속어로 널리 쓰일까. 참고로 ‘경찰’을 뜻하는 속어로는 ‘donut eaters(도넛 먹는 사람들)’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경찰들의 ‘잠복근무’ 시 간식으로 도넛이 자주 등장하면서 쓰이게 됐다.
성공비결 2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광고 캠페인
도넛 맛이 특별하면 얼마나 특별할까. 던킨도너츠건 팀홀튼이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의 상품 경쟁력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특정 브랜드와 매장의 이미지가 맛과 서비스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팀 홀튼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커피와 도넛 메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더블더블’ 커피와 ‘캐나다 특산’ 메이플시럽이 들어간 ‘캐네디언 메이플’ 도넛이다. 더블더블은 ‘설탕 둘 크림 둘’이라는 뜻으로 ‘다방커피’에 비길 만큼 달달하다.
팀홀튼의 광고 캠페인은 설립자 호튼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선수 시절 홀튼의 경기 스타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고 강인한 플레이로 무려 31시즌 동안 경기장을 누볐다. 감독과 동료들의 깊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고스란히 팀 홀튼의 핵심 가치가 됐다.
팀홀튼의 TV 광고는 홀튼의 플레이 스타일을 많이 닮았다.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거나 맛과 서비스에 대해 자화자찬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고객들의 입을 빌려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항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이민자도 있고, 추운 날씨에 어린 아들을 새벽같이 하키 연습에 보내고 돌아오는 엄마도 등장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실제 이야기(True Stories)’라는 제목으로 수년간 방영되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다.
팀홀튼 커피는 가끔 등장하는 종업원의 미소와 함께 인간적인 따뜻함을 전하는 소품일 뿐이지만 광고 효과는 컸다(커피와 도넛이 맛있다고 TV에서 떠들어 봐야 누가 신경 쓰겠는가?). 이런 종류의 TV 캠페인은 대부분의 경우 도넛이 아닌 커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던킨도너츠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팀홀튼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커피 판매에서 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비결 3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활동
광고 캠페인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 활동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광고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으면 효과는 오래 가지 않는다. 매장을 즐겨 찾는 ‘보통 사람들’의 정감 어린 모습을 앞세운 팀 홀튼의 광고 캠페인이 성공한 것은 지역사회와 상생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덕분이기도 했다.
팀홀튼은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어린이 재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을 책임감과 리더십을 겸비한 미래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한 캠프도 운영한다. 1년 중 하루를 ‘캠프 데이’로 정해 그날 수익 전부를 어린이들을 위한 여름 캠프 비용으로 후원한다. 연말연시에는 매장 점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각지에서 무료 스케이팅 행사도 연다.
또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위한 1달러짜리 ‘스마일 쿠키’ 판매 수익금을 여러 병원과 자선단체에 기부해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성공비결 4 |기상천외한 경품 이벤트
팀홀튼이 매년 2월 시작하는 ‘가장자리를 말아 올려요(Roll Up the Rim)’라는 이벤트는 패스트푸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경품 행사 중 하나다. 1986년에 시작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제공된 경품만 500만 개가 넘는다. 경품 종류도 자동차와 TV에서 도넛과 커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참가 방법은 간단하다. 매장에서 주문한 1회용 커피컵 상단 가장자리 말린 부분을 펴올리면 당첨 여부가 표시된 글귀가 나타난다. 정해진 횟수 이상 매장을 이용해야 응모 자격이 주어지는 다른 패스트푸드점의 이벤트와 달리 커피 한 잔을 구입하기만 해도 경품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자동차 경품에 당첨된 종이컵을 두 아이가 가지고 놀다가 뒤늦게 나타난 부모들이 서로 종이컵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는 촌극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몇해 전에는 ‘Scroll Up the Rim’이란 이름의 모바일 버전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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