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동 에이팩트 대표 “반도체 테스트·패키징 ‘종합 후공정’ 기업 도약할 것”

김민국 기자 2023. 1.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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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테스트 분야 독자적 기술 보유
지난해 패키징 사업 인수해 사업 확장
반도체 기술 고도화…테스트 기술도 발전 필요
이성동 에이팩트 대표가 지난 18일 경기 안성시 에이팩트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고객들은 한 업체에서 반도체 테스트와 패키징(포장)까지 모두 하길 원한다. 최근 시작한 패키징 사업을 토대로 단순 테스트 업체를 넘어 OSAT(패키징·테스트 외주업체)로 거듭 날 것이다.”

이성동 에이팩트 대표는 지난 18일 경기 안성시 에이팩트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 2020년 패키징 사업을 위해 충북 음성에 제2공장을 준설했고 2022년엔 패키징 기업인 에이티세미콘과의 영업 양수도 계약을 통해 충북 진천 공장까지 인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객들은 테스트와 패키징 분야 별로 각각 다른 기업과 거래를 하면 거래구조가 복잡해지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고충을 겪게 된다”며 “패키징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후처리 공정을 모두 도맡는 식으로 고객의 고충을 덜어주고 회사도 수익성을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에이팩트는 반도체 테스트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이미 이름을 알린 업체다. 이 대표는 “에이팩트는 ‘하이브리드 번인’이라는 독자적인 테스트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반도체를 초고온 상태에 두고 전류를 흘려 극한 상황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테스트 하는 기술이다”라 말했다. 극한 상황속에서 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자동차, 우주선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품질 보증을 위해 만든 테스트라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번인은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장비를 별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데 SK하이닉스 물량 80%가량을 받아 사업 구조가 안정돼 있는 에이팩트는 이를 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독자적인 기술을 통해 고객도 더 늘릴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테스트 업계의 규모가 빠르게 커졌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반도체 테스트가 그렇게 중요시 되는 분야는 아니었다”며 “정보기술(IT)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이 점점 고도화 되면서 반도체 품질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졌기에 테스트 업계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점점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는 많아지는데 테스트 기술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업계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를 검사하는 기술과 장비도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반도체 테스트 학회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텔리전트 테스트’ 장비 개발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 반도체 테스트는 코어테스트(고유 기능 작동 테스트), 스피드테스트(D램 읽기 쓰기 속도 테스트) 등을 담당하는 별도 장비가 한 가지 종류의 테스트만 수행하고 있다. 반면 인텔리전트 테스트는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적용된 장비가 자율적인 판단을 통해 다양한 조건에서 반도체를 시험하는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한 개의 IT기기에 여러 기능이 탑재된 현 시점에서 제품에 들어갈 반도체에 대한 테스트도 AI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새로운 테스트 방식의 도입으로 업계가 크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에이팩트 사옥. /김민국 기자

에이팩트는 지난 2007년 SK하이닉스 협력사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회사다. 당시 모바일 기기나 인터넷 관련 장비에 대한 붐이 일어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반도체 테스트엔 쓸 자금이 부족했다. 이때 협력사들이 주요 고객인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의 품질 보호를 위해 에이팩트를 설립했다. 이 대표와 반도체 테스트업의 중요성과 앞으로 전망, 에이팩트의 사업 확장 방안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는 지난 1988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테스트 엔지니어로 입사해 지난 2015년 중국 충칭법인장, 2016년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제조기술 분야 등을 맡았다. 지난 2019년 에이팩트로 입사한 뒤 대표로 선임돼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와 일문일답.

—테스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지. 그리고 테스트 과정에서 쓰이는 에이팩트만의 독자적인 기술이 있는지.

“코어 테스트, 번인 테스트, 스피드 테스트 순으로 진행이 된다. 코어 테스트는 메모리에 전류를 흘려 회로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기본적인 검사다. 번인 테스트는 125℃의 고온에 메모리를 노출시키는 시험 방식인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제품이 망가지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메모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온도는 0~70℃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실외에서 쓰이는 기기가 저온이나 고온에 노출됐다는 이유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안되지 않나. 이 같은 부분을 점검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다. 마지막으로 스피드 테스트에서는 메모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지 점검한다. 예컨대 데이터 처리 속도를 1~10bps(기가비트) 구간에서 점차 올려 어느 정도의 속도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에이팩트는 ‘하이브리드 번인’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메모리를 고온에 노출시킨다는 점에서는 번인 테스트와 같지만 메모리에 전류를 흘리거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가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과정이다. 하이브리드 번인 테스트에 쓰이는 장비는 고객사의 요구 사항 등에 맞춰 별도 제작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쉽게 만들기 어렵다. 에이팩트는 SK하이닉스라는 최대 고객사를 두고 있는 만큼 장비에 투자할 여력이 있었다. 장비를 제작한 이후 하이브리드 번인 방식의 테스트에 매력을 느낀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거래를 제안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번인 테스트 방식이 어떤 분야에서 강점을 가질 것이라 보나.

“지난해 9월에 전장용 반도체 테스트 사업을 시작했다. 자동차의 경우 실외에서 사용하는 기계다보니 저·고온에 노출될 일이 잦기에 적용될 반도체에 대해서도 더 엄격한 테스트 방식이 필요하다. 메모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운전자의 생명까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신뢰성이 높은 반도체를 원하는데 이 수요를 하이브리드 번인 테스트를 통해 채울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 반도체 패키징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확장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충북 음성과 진천 공장 총 2곳을 추가 확보해 패키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에이티세미콘의 반도체 패키징 영업 분야를 별도로 인수하기도 했다. 반도체의 구조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후공정에 있어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 확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사가 테스트, 패키징 공정 별로 기업을 나눠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생각했다. 공정 별로 거래 기업이 나뉘게 되면 거래 구조와 책임 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키징 사업을 시작한 뒤 잠재 고객사들에게 에이팩트와 거래하면 후처리 공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로 인해 고객사를 더 늘릴 수 있었고 회사도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는 웨이퍼(반도체 원판)의 후면을 갈아 반도체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방식을 적용하는 등 패키징 관련 기술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에이팩트를 종합 반도체 후처리 공정 기업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성동 에이팩트 대표가 지난 18일 경기 안성시 에이팩트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민국 기자

—반도체 테스트 업계의 미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잠재력이 큰 분야고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반도체 제조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는 만큼 테스트 기술의 수준도 점차 높아져야 업계 성장도 가능하다. 이제 공기청정기 같은 일반적인 가전에도 AI가 탑재돼 한 번에 수십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시대다. 자연스레 반도체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있는데 테스트 기술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면 어떻게 좋은 품질의 반도체를 골라낼 수가 있겠나. 현재 반도체 테스트 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인텔리전트 테스트’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장비가 한 종류의 테스트만 수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탑재한 장비가 자율적인 판단 하에 반도체를 여러가지 방식으로 검사하는 식이다. 현재는 반도체 테스트가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기술이 상용화돼 기술적 장벽을 뛰어넘는다면 업계도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확장해 나갈 것인가.

“패키징 분야의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인 만큼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수익 비율이 9대1 수준으로 메모리 쪽 수익의 의존도가 너무 큰 상황이다. 한 쪽에 쏠려 있는 의존도를 줄이고 회사의 수익도 늘리기 위해 비메모리 사업에 집중해 수익 비중을 6대4까지 분산해 볼 계획이다. 주력 분야가 아닌 만큼 당장 높은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 비메모리 반도체를 테스트하기는 어렵다. 다만 조명에 들어가는 광학센서 등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진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부터 시작해 포트폴리오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나중에는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고급 기술이 적용된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손을 뻗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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