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성호 "꽃제비의 기적…北에 자유의 위대함 알릴 계기"

정호영 2023. 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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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호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 인터뷰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왼쪽 가슴에 금배지를 단 남자의 유일한 손이 벽면 액자를 가리켰다. 액자 속에는 웅크린 자세로 무언가를 주워먹는 소년이 있었다. '꽃제비'라는 이름의 작품. '꽃제비'는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북한 사람을 의미한다. 남자는 "제 과거 모습"이라며 옅게 웃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1982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과 굶주림이 일상인 유년기를 보냈다. 꽃제비로 살아야만 했다. 10대 소년 시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탄광 화물열차에 매달려 석탄을 훔치다 왼쪽 팔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도 겪었다. 불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참혹한 경험이었다.

2006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기어이 탈북에 성공했다. 4년 뒤 북한인권단체 NAUH(Now Action Unity for Human rights)를 설립했다. 인권활동가로서 구출한 탈북민만 500여명. 2018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연두교서에서 북한 체제의 인권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쏟아지는 기립박수 속 목발을 들어올린 그의 모습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정계 진출로 이어졌다. 2020년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청년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낸 지성호(41) 의원 이야기다.

◆"韓, 자유·기회의 땅…한반도 모두가 누려야"

지 의원은 1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팔다리도 없이, 꽃제비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다 대한민국에 넘어왔다.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사무실 한켠에 걸린 '꽃제비'를 바라본 뒤 꺼낸 말이다. 그는 '기적'과 '자유'를 거듭 입에 담았다. 자유를 찾아 탈북하는 과정에서 이동한 거리만 무려 1만여km. 죽을 고비도 수 차례 넘겼다고 한다. 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목발을 든 것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된 것도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보니, 대한민국에서 누린 자유의 경계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가 됐다. 지 의원은 "대한민국은 저에게 자유와 기회의 땅이었고, 약자를 배려하는 정의로운 사회였다"며 "대한민국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 땅의 청년들이, 나아가 한반도 주민 모두가 누리는 날을 반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 의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모두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당선 의미를 묻는 말에는 "북한 꽃제비가 조선노동당 상무위원이 되는 것과 같다. (북한) 최룡해, 김덕훈의 반열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 의원은 "제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북한에 전달된다. 북한에 주는 충격이 굉장히 클 것"이라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북한에 알리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국제 네트워크 있는 유일 후보…年 2회 교류 추진"

지 의원은 출마 배경에 대해 "북한에서 가난과 차별의 고통을 극복했고, 20대 중반부터 대한민국에 살며 많은 풍파를 이겨냈다. 어려운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강점에 대해서는 "국제인권활동가로서 국제 네트워크가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국제 네트워크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는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IRI(International Republican Institute·국제공화연구소)가 있다"며 "이들이 청년 수십 명과 방한했을 때 제가 연사로서 조언도 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 2회 정도 다양한 나라와 교류하면서 청년들에게 제3자 입장에서 한반도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주요 공약은 ▲중앙청년위·미래세대위·대학생위 정식기구화 ▲청년 정치인 양성을 위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 정례화 ▲지방선거 공천 시 군 복무 가산점·지방선거 공관위 청년위원직 신설 등이다.

지 의원은 당내 청년조직 3개 정식기구화 공약에 대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고, 중앙당에서 도움을 줄 환경도 조성돼 있지 않다"며 "당대표, 정책위의장은 물론 대통령실과의 대화도 추진하고, 중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北에 '우리 자녀도 저런 세상에서 살면…' 영감 주고파"

지 의원은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다. 안 의원이 중도·청년층에 소구력이 있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설계했다는 이유다. 지 의원은 "다음 총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수도권은 물론 호남, 제주에서도 당선자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중도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2030 세대 마음도 잘 알아야 한다. 안 의원이 적임자라고 봤다"고 했다.

이어 "(안 의원은) 인수위원장을 지내며 국정과제를 만들었다"며 "본인이 만든 것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출신 유일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특별한 사명감도 있다. 지 의원은 "옛날에는 비례대표를 '전국구'라고 불렀다. 국회의원이 됐을 때 대한민국 5천만 국민과 2천500만 북한 주민을 함께 대변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 행보 하나하나가 북한 주민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주민들이 저를 보면서 '우리도 남한처럼 돼야 한다'고, 북한의 40대가 '나이 40살 먹은 저 불구자가 대한민국에 와서 저렇게 잘될 때 나는 뭘 하고 있었나'라고, 북한의 50, 60대 분들이 '우리 자녀도 저런 세상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그런 식으로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다음은 지 의원과의 일문일답.

-청년최고위원 출마 배경과 경쟁력은.

"국민과 당을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북한에서 가난과 차별의 고통을 극복했다. 20대 중반부터 대한민국에 살며 많은 풍파를 이겨냈다. 어려운 청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세금을 내는 당당한 사람이 되고픈 꿈이 있었고, 지금은 국회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국제인권활동가로서 국제 네트워크가 있는 유일한 후보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국제 네트워크를 소개한다면.

"미국과 유럽의 많은 나라와 네트워크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IRI(국제공화연구소)다. 미국은 정치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인재로서 전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준다. IRI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들이 청년 수십 명과 방한했을 때 제가 연사로서 조언도 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연 2회 정도 다양한 나라와 교류하면서 청년들에게 제3자 입장에서 한반도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싶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 혼자 미국에 가서 백악관과 국무부·의회를 움직였다. 이듬해 미 의회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열게 하는 데 기여했다."

-지도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벽면을 가리키며) '꽃제비'라는 작품이다. 쓰레기를 주워먹는 저 소년이 제 과거 모습이다. 북한에서 팔다리도 없이 꽃제비로 손가락질 받으며 살다 대한민국에 넘어왔다.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목발을 든 것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된 것도 기적이다. 저는 평양도 못 가보고 평양냉면도 못 먹어본 북한 거지였다. 제가 여당 청년최고위원이 된다는 것은, 쉽게 말해 북한 꽃제비가 (북한) 조선노동당 상무위원이 되는 것과 같다. 최룡해, 김덕훈의 반열에 올라가는 것이다. 제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북한에 전달된다. 북한에 주는 충격이 굉장히 클 것이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북한에 알리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작품 '꽃제비'를 입수한 배경이 궁금하다.

"탈북민이 만든 작품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등원 전에 그분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그림은 꼭 지 의원 방에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다고 공짜로 받을 수는 없었다. 소정의 사례를 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당내 청년조직 3개 정식기구화를 공약했는데.

"중앙청년위, 미래세대위, 대학생위가 있는데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고 중앙당에서 도움을 줄 환경도 조성돼 있지 않다. 당대표, 정책위의장은 물론 대통령실과의 대화도 추진하고, 중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교육 아카데미도 만들 것이다. 청년 정치인을 양성해야 20, 30년 뒤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의 러닝메이트를 선언했는데.

"다음 총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국민 마음을 얻어야 한다. 지난 번 참패한 수도권은 물론 호남, 제주에서도 당선자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중도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2030 세대 마음도 잘 알아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적임자라고 봤다. 또 인수위원장을 지내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만들었지 않나. 본인이 만든 것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 의원과 함께 하게 된 이유다."

-최근 당 초선의원 50명이 참여한 '나경원 전 의원 규탄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연락은 왔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저는 선거를 뛰는 입장이다. 출마한 상황에서 그런 부분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정착할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제적인 것보다도 정서적인 부분이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대한민국으로 넘어올 때의 트라우마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착해야 하고, 법을 잘 모르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탈북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옛날에는 비례대표를 전국구라고 불렀다. 국회의원이 됐을 때 대한민국 5천만 국민과 2천500만 북한 주민을 함께 대변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 행보 하나하나가 북한 주민에게 영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이 저를 보면서 '우리도 남한처럼 돼야 한다'고, 북한의 40대가 '나이 40살 먹은 저 불구자가 대한민국에 와서 저렇게 잘될 때 나는 뭘 하고 있었나'라고, 북한의 50, 60대 분들이 '우리 자녀도 저런 세상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그런 식으로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훔치고 싶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설 연휴 계획은.

"안보 현장을 방문할 것이다. 경기 평택에 있는 천안함, 강원 고성의 통일전망대에 갈 예정이다. 대통령께서 주신 설 선물세트를 안 먹고 아껴놨다. 이걸로 국군포로분들과 떡국을 끓여 먹으며 따뜻한 설을 보내려고 한다. 보훈은 중요하다. 국가가 국가에 충성한 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때 국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목표는.

"대한민국이 '북수저'를 받아줬다. 기초생활수급자를 거쳐 국회의원이 됐다. 은혜를 받았다. 대한민국은 저에게 자유와 기회의 땅이었고 약자를 배려하는 정의로운 사회였다. 대한민국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을 이 땅의 청년들이, 나아가 한반도 주민 모두가 누리는 날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자유 의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모두 자유를 누리는 세상 말이다. 통일은 '도둑처럼' 올 것이다. 우리 청년들이 그런 환경도 대비하면서, 북한 주민들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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