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총력전①]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신동빈, '부산 세일즈' 발 벗고 나섰다

이성락 2023. 1. 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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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총수, 다보스포럼서 정·재계 리더 상대로 '부산 알리기' 총력
지난해부터 발로 뛰며 '사업 보국' 실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한상의가 지난 1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한 '한국의 밤' 행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국제행사'로 손꼽히는 세계박람회 개최지가 오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유치 시 경제유발 효과 61조 원, 5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빅 이벤트'에 한국의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엑스포' 성사를 위해 정부는 물론 경제계도 원팀이 되어 홍보전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홍보맨'을 자처한 그룹 총수들과 주요 대기업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소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현재 재계 총수들은 '부산 세일즈맨'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영향력이 크고 화려한 글로벌 인맥을 자랑하는 5대 그룹 총수들이 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알리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이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국제행사 개최가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격과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주요 그룹을 관통하는 기업가 정신인 '사업 보국'(기업 활동으로 나라에 보답한다)을 실천하는 것으로, 과거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올림픽 등도 당시 경쟁국에 비해 열세라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마무리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는 부산엑스포 개최를 향한 5대 그룹 총수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총출동해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재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부산 알리기'에 나섰다. 대한상의가 부산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한 '한국의 밤' 행사에도 일제히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한국의 밤' 행사에서 최근 몇 년간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했다며 엑스포 유치 활동에 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정의선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와 자사 브랜드 홍보 성과에 대해 "만족스럽다. 다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외빈들을 두루 만난 최태원 회장은 "좋은 결과가 이미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하니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9월 멕시코시티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트위터 캡처

◆ 이재용 삼성 회장,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활용해 지원 총력

5대 그룹 총수들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그룹 차원의 부산엑스포 지원 전담팀이 만들어지고, 지난해 5월 민간유치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총수들의 발걸음이 한층 더 빨라졌다. 개인별로 살펴보면, 먼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보폭을 넓힌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 물밑에서 지원 활동을 가장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 중남미, 동남아, 중동 출장 중 가진 미팅 자리에서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개적으로는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등을 만나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재용 회장의 부산엑스포 관련 활동을 돕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에만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7월), 이브라힘 파텔 남아공 통상산업부장관과 그레이스 날레디 만디사 판도 국제협력부장관(8월), 렛시에 3세 레소토 국왕과 마체포 몰리세 라마코에 외교국제관계부 장관(8월), 안나 할베리 스웨덴 외교부 통상장관(8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9월),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부장관(10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전 국가주석(12월) 등을 만나 부산엑스포의 경쟁력을 알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최태원 SK 회장, 올해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선봉장

최태원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위 공동위원장 겸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에 공식적으로, 또 비공식적으로도 가장 폭넓게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봉장 역할'이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직접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펼쳤고, BIE 총회와 관련해 프리젠테이션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 차별화 전략을 제시하는 등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밀로 주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 등을 대상으로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최태원 회장은 다보스포럼을 마친 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BIE 회원국 대사 등 10여 명을 초청,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어갔다.

최태원 회장은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회원사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SK그룹 차원에서는 전 계열사가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뛰어들도록 했다. 특히 그룹 월드엑스포(WE) TF를 꾸려 주요 경영진을 TF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책임감을 갖도록 했다. 최태원 회장의 '복심'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TF 수장을 맡긴 것만으로도 엑스포 유치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상당하다는 걸 엿볼 수 있다는 게 재계 해석이다. 현재까지 SK 주요 경영진은 수리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팔라우, 루마니아, 폴란드 정부 측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올해는 2030년 월드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부산엑스포는 외형적인 경제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인 만큼 우리나라가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도록 엑스포 회원국들의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과 국민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요청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 가장 먼저 '엑스포 전담팀' 만든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정의선 회장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2021년 8월 5대 그룹 중 가장 먼저 그룹 차원의 부산엑스포 전담조직을 만들 정도로 지원 활동에 진심이라는 평가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차량용 반도체 부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보호무역주의 강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각종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수차례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부산 홍보를 빼놓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지난해 10월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 등을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한 것이 회사 측으로부터 공개된 내용이다.

정의선 회장은 정부 주요 인사를 만나 단순히 협조를 요청할 뿐만 아니라 부산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등 '영업맨' 면모를 드러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한국은 스마트 혁신 강국으로서 기후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과 역량을 보유했다. 부산엑스포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주제로 자연 친화적인 삶과 기술 혁신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고 국제사회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며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이자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물류 허브다. 세계적 수준의 관광 인프라와 문화 콘텐츠, 다수의 대규모 국제 행사 개최 경험을 보유해 엑스포를 위한 최적의 도시"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 사장단 불러 모아 부산엑스포 논의한 구광모 LG 회장

구광모 회장 역시 사장단 워크숍에서 별도 세션을 마련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논의하는 등 열정을 드러내 왔다. 지금까지 유치 지원 현황과 향후 계획을 수시로 챙긴다는 후문이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10월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고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구광모 회장은 부산엑스포와 관련해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LG에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의미가 큰 곳이다. 수많은 한국 기업이 이곳에서 태동하고 도약해 오늘날 한국 산업을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다"며 "엑스포가 추구하는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소통의 장이 부산에서 마련되길 기대한다. 한국의 모든 국민이 엑스포 유치에 어느 나라보다 열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행사에 참석한 송용덕(왼쪽부터)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가수 비, 이동우 부회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 '부산 찐사랑' 신동빈 롯데 회장, 발로 뛰며 세일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발로 뛰며 '부산 홍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부산이 실질적 연고지인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의미가 남다른 부산에서의 엑스포 개최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내에서는 롯데지주 대표가 팀장을 맡는 '유치 지원 TFT'를 구성했다. 신동빈 회장은 "글로벌 전시 역량뿐만 아니라 풍부한 관광자원, 항구도시 특유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문화까지 갖춘 부산이 월드엑스포 개최 최적지라고 생각한다"며 "부산과 함께 성장해온 롯데그룹도 월드엑스포 유치를 향한 부산의 도전에 힘을 보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6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2 롯데 오픈' 현장을 찾아 직접 포토라인에 섰다. 부산엑스포 유치 열기를 확산시키려는 목적으로 롯데 골프단 소속 인기 선수들과 함께 홍보전에 나섰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세계소비재포럼(CGF) 글로벌 서밋이 열린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건너가 롯데 부스에서 글로벌 소비재 경영진을 비롯한 포럼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부산엑스포를 홍보했다. 그룹 사장단 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해 주요 경영진과 유치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으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 참석차 베트남 출장길에 오른 뒤 정부 인사를 만나 부산의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부산엑스포 홍보를 위해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팀 롯데자이언츠를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사직구장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행사 '플라이 투 월드 엑스포'를 열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도 골프와 야구 등 스포츠 분야를 적극 활용해 홍보 활동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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