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갈린 박근혜와 변양균의 ‘제3자 뇌물’…이재명의 운명은?

이종민 2023. 1. 21. 21: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檢 “李, 정치적 이득 목적”…제3자 뇌물 적용
李 대표 “성남FC는 미르재단과 구조 달라”
朴 전 대통령 ‘미르·K재단 후원’으로 징역 15년
‘신정아 지원’ 卞 전 청와대 정책실장 대법서 무죄

“성남시의 소유이고 성남시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성남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서 성남시, 성남 시민들한테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닙니다.”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재소환한 건 성남FC 사건이 미르·K재단의 후원 강요 혐의 사건과 구조가 비슷하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발표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0억원 후원받고 편의 제공 혐의

이 대표는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2016∼2018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를 지내면서 네이버와 두산건설, 차병원 등 6개 기업으로부터 약 170억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형법 제130조에 규정된 제삼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삼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제삼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입증돼야 한다. 또 청탁 내용이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대가’가 오갔다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부정 청탁’ 인정 여부 따라 갈린 판결

제삼자 뇌물죄가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이 전 대표가 언급한 미르·K재단의 후원 강요 사건이다. 이 재단은 박 전 대통령의 편의 제공 대가로 대기업 16곳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냈다. 재단은 박 전 대통령과 이른바 ‘경제공동체’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실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기부금이 결국 최씨의 금전적 이익으로 돌아갔다는 게 당시 검찰 주장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뉴시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제삼자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사업 선정을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통해 롯데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지원한 것은 ‘부정한 청탁’이라고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나온 경우도 있다.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기업 10곳으로 하여금 연인관계인 신정아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8억5000여만원의 후원금 등을 내도록 한 혐의(제삼자뇌물) 등으로 기소됐다. 기업들의 후원금은 당시 변 전 실장의 직위 등을 감안한 뇌물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혐의에 대해 “막연히 선처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해 제삼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적 이득 목적” vs. “정당한 광고비” 

결국 성남FC 사건에서도 후원금의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두산건설 대표 A씨를 먼저 기소하면서 이 대표를 이 사건의 공범이라고 적시한 상태다.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만나 후원금을 대가로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후원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시로부터 후원금 요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기업이 지급한 돈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 계약에 따른 광고비라는 입장이다. 2015년경 성남FC가 FA컵 우승에 따른 아시안컵 진출, 프로축구 1부 중위권, 시민구단 중 관중 수 1위 등 좋은 성적을 내면서 광고비가 붙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의 병원 부지를 용도변경 해준 것은 20년 가까이 흉물로 방치된 곳에 기업을 유치하면서 이익 일부를 환수했기 때문에 시의 세수 확보, 지역사회 일자리 확보 및 상권 활성화 등 공익을 위한 적법하고 정당한 행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성남시장으로서 행정을 대가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한 일도 없고, 구단의 광고 영업에 관여한 바 없다는 게 이 대표 주장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