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문화유산으로 본 ‘토끼’…“장수와 부부애, 서민의 대변자”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오늘(21일)은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한국 문화유산에 등장하는 토끼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특유의 친근한 모습답게 권력자보다는 서민의 모습으로, 또 따뜻한 가족애를 상징하는 동물로 그려졌는데요.
안다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토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신주호/초등학생 : "(토끼는) 귀엽고, 날쌔고, 힘이 약하다..."]
선조들이 남긴 옛 그림 속 토끼도 비슷했습니다.
매를 피해 도망치는 토끼를 빠르지만 연약한 동물로 표현했습니다.
반면 토끼 두 마리가 그려진 '쌍토도'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열매가 풍성하게 달린 나무 아래서, 다정하고 여유롭습니다.
부부애와 가정의 화목을 상징하는 겁니다.
유교의 8가지 덕목인 '효제충신예의염치'를 형상화한 '문자도'에서 '염치'를 뜻하는 마지막 글자 '치'에는 꼭 토끼가 등장합니다.
염치의 정신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며, 다산과 장수의 상징이었던 토끼를 그려 넣은 거로 해석됩니다.
[오아란/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 "예로부터 지혜로움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한국 고전 속에서도 토끼는 거북이랑 용왕이라고 하는 권력에 대항하는 서민의 대변자로 표현되기도 하고요."]
19세기 말 조선 백자 청화 연적에서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려시대 청동 거울, 국보로 지정된 고려 청자 향로에 이르기까지.
선조들의 삶과 아주 밀접한 생활 유물에서도 토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토끼는 예로부터 달에서 절구를 찧으며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을 만드는 영물로 알려져, 달을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조선 왕실 행차 때 토끼가 그려진 의장기를 비롯해, 궁중 잔치나 제례에서 토끼 문양이 새겨진 은주전자를 사용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김충배/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 : "토끼가 상징하는 달의 어떤 의미를 담고 있고, 곧 '일월'이 상징하고 있는 천체질서 운행의 원리, 그런 내용들이 이 유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친근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토끼.
그 풍부한 이야기만큼이나 지혜와 풍요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꿈꿔봅니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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