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기권] 한우 폭락? ‘여전히 먼 당신’
[앵커]
매주 이 시간 선보이는 코너죠.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오늘(21일)도 박대기 기자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박 기자. 오늘 한웃값 이야기 한다고요.
[기자]
한웃값이 폭락해서 농가의 시름이 크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은 가격 변화를 못 느끼고 있어서 이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입니다.
한우가 그렇단 건데, 제가 오늘 대형마트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의 한 마트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손님이 많지만, 막상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원플러스 등심은 100 그램에 만 원대 중후반에 가격이 형성돼 있고 선물세트 하나에 30만 원이 넘습니다.
값이 내리긴 한 것인지, 되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경애/서울 영등포구 : "아직 비싸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 저도 두 개 살 걸 하나밖에 못 사고 있어요."]
한우는 아직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앵커]
이렇게 소비자들은 못 느끼는데, 그러나 농가에서는 어쨌든 폭락이라서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그래서 두 번째 키워드는 '소는 누가 키우나?'입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소 가격 폭락이 맞습니다.
받아가는 돈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송아지 한 마리 가격이 1년 전 370여만 원이었는데 어제는 280여만 원으로 20% 넘게 하락했습니다.
정부는 소 한 마리를 다 클 때까지 키우는 데 930만 원쯤 드는데 팔 땐 830만 원쯤으로 마리당 약 100만 원씩 손해를 본다고 추정합니다.
한우협회는 400만 원까지 적자를 본다고 합니다.
이러니 키울수록 적자라는 말이 나오고, 차라리 빨리 팔아치우자,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떨어진 원인이 뭡니까.
[기자]
네 그 원인이 다음 키워드입니다.
총, 균, 그리고 쇠고기입니다.
유명한 책 제목 패러디인데 전쟁과 질병이 배경이라는 말입니다.
값이 내려간 건 공급이 너무 많아서인데, 사육 중인 한우가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코로나 19로 몇 년간 외식이 어려웠고, 여행도 못 가다 보니 집에서 한우 굽는 거로 작은 사치를 누리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우 가격이 올랐는데 이렇게 오른 걸 보고 농가에서 소를 더 많이 키우다 보니 지금은 공급이 너무 많아진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가 세계의 곡창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사료 가격은 40%가량 급등했죠.
사룟값이 오르는데 솟값은 떨어지니 농가의 충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농가들은 울상인데, 정작 소비자들은 못 느끼는 건 결국, 그 중간 과정의 문제라고 봐야 하나요.
[기자]
네 그 부분이 다음 키워드입니다.
'유통, 이게 최선입니까?'입니다.
한우 소비자가격의 48%, 그러니까 반이 유통 비용입니다.
쇠고기가 만 원짜리면, 농가가 5천 원 유통단계가 5천원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농가 몫이 20% 떨어져서 4천 원이 돼도 유통이 꿈쩍을 안 하면 전체 가격은 큰 차이가 안 나는 겁니다.
게다가 국제 유가가 내려도 주유소 기름값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처럼 솟값이 내려도 가공과 유통에 시간이 걸려서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3주쯤 걸린다는게 정부 설명입니다.
소 한 마리가 팔릴때 농가가 받는 돈은 약 천만 원, 부분별 작업을 거쳐 소매업체로 팔리는 가격이 반올림하면 천3백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소가 백화점에서 팔리면 3천3백만 원 대형마트에서는 2천4백만 원 정육점에선 천8백만 원이 됩니다.
정부는 미국에 비하면 유통비가 적다고 하지만, 과연 이게 최선일까 의문이 듭니다.
[앵커]
그리고 아까 공급이 너무 많다고 했었잖아요.
그러니까 농가들이 소 키우는걸 좀 줄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문제는 한 번 늘린 물량이 해소되는 데 2~3년 걸린다는 점입니다.
소를 키우는 데 그만큼 걸리기 때문인데 당분간 농가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도 노력은 했다지만 결국 선제적인 수급 관리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할인행사를 하고 수출 방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한우협회는 정부가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대책 없이 나온다면, 아예 소를 반납하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박대기 기자 (wait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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