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려인마을 “설 맞아 우크라 전쟁 빨리 끝나 가족들 만나고 싶어요”
이들이 준비한 설 명절 음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려인 동포들은 서로 나물을 다듬고 생선을 굽고 고기를 삶았다. 마르코프채(당근채)와 필메니(만두) 등 우크라이나에서 먹던 음식도 준비했다. 어느 새 푸짐한 상차림이 완성됐다. 이들은 전쟁의 참화를 피해온 이후 달라진 삶을 서로 이야기하며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원했다. 광주고려인마을 신조야 대표는 “올해는 전쟁이 종식되고 다시 평화를 되찾으면 소원한다”며 “고려인 마을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동포들도 이제 자리를 잡고 일상적인 생활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러시아 전쟁 이후 이날까지 874명의 우크라이나 동포들이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고려인마을 동포는 7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러시아 전쟁으로 난민이 된 우크라이나 동포들이 광주 고려인마을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도움이 컸다. 고려인마을은 이들을 데려오기위해 모금운동을 펼쳤다. 광주지역사회에서 낸 후원금으로 비행기표를 구입해 지금까지 874명이 들어왔다. 고려인마을 대안학교인 새날학교 이천영 교장(목사)는 “아직도 고려인 동포 수백여명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과 시민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려인 동포들이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보내는 첫 설 명절은 설렘과 우려가 함께했다. 한국 생활에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이들은 입국 후부터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 낮에는 농촌과 건설현장의 일용근로자로 일을 하고 밤과 휴일에는 한국말을 배우거나 문화를 익히는 주경야독의 낯선 생활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에서 고려인마을로 온 고려인 동포 안엘레나씨는 이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가 있다”면서도 “낯선 곳에서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 가장 큰 애로는 언어다. 고려인마을은 3곳에서 매주 2∼3차례 한국어 교실을 연다. 이날 고려인마을 교회에 마련된 한글학교에서는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주제로 말하기 수업을 했다. 강사는 한국어 자격증을 취득한 고려인 동포다.
국내에 고려인 마을은 광주 광산구 월곡동을 비롯해 경기 안산과 인천 함박마을에 있다.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해방 전까지 항일 독립운동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농업이민 등 다양한 이유로 러시아(구소련) 연해주 일대로 이주한 우리 동포다.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흩어지게 됐다. 또 1938년 소련의 민족어 사용금지 정책으로 고려인 후손들은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점점 잃게 됐다. 2, 3세 등 고려인 후손들은 한국과 단절된 채 낯선 땅에서 살았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고려인 상당수는 무국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고려인에게 국적 회복 신청 기회를 부여했지만 대부분 시골에서 살아 그 기회를 놓쳤다. 또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가 없어 국적 취득을 하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무국적 고려인에게 국적 취득을 허용하면서 600여명의 고려인이 기회를 얻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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