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과제, 알고보니 챗GPT가”···미 교육 현장의 고민

정원식 기자 2023. 1. 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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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냐 공존이냐’ 논란 가열
휴대폰에 설치된 챗GPT 화면 너머로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공립학교 건물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노던미시건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앤터니 우만 교수는 지난달 ‘세계종교’ 강의 과제물로 제출된 에세이를 채점하던 중 씁쓸한 발견을 했다. 풍부한 사례와 빈틈없는 논증으로 좋은 인상을 준 에세이가 표절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면담 결과 에세이를 제출한 학생은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우만 교수는 이 때문에 이번 학기부터 에세이 작성 방법을 바꿀 생각이다. 일단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작업 추적 기능이 있는 컴퓨터로 에세이 초고를 작성하도록 하고, 나중에 제출한 최종본이 초고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작성자가 직접 이유를 설명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만 교수는 NYT에 “이제 강의실에서 더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인간들끼리 토론해보자’고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이 로봇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고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인공지능 랩 오픈AI가 인공지능 챗봇 ‘챗GPT’를 발표한 이후 이 새로운 세대의 AI 서비스를 둘러싼 미국 교육 현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뉴욕과 시애틀 등의 일부 공립학교에서는 학교 와이파이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통한 챗GPT에 접속을 금지했다. 대학에서는 자율성 침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챗GPT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는 어렵다. 대학들은 이 때문에 구술 시험과 그룹 과제를 늘리고 과제물을 손으로 써서 내도록 바꾸는 추세다.

플로리다 대학의 조 글로버 학장은 특정 부정행위를 겨냥하는 대신 “강의 운영에 대한 교수들의 재량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기술 혁신과 관련해 이 같은 일이 생기는 게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챗GPT를 금지하는 대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의 기술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최근 칼럼에서 교육 현장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챗GPT를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금지해봐야 실효성이 없다. 학교 컴퓨터나 학교 네트워크에서 챗GPT를 차단하더라도 학생들이 챗GPT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루스는 챗GPT에 학교의 금지 조치를 피할 방법을 물어보면 다섯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면서 자신이 보기에 모두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챗 GPT를 잘 사용하면 학습 효율을 높일 수도 있다고 루스는 지적했다. 학생들이 궁금한 내용을 구글로 검색하듯 챗GPT에 물어보는 식으로 방과 후 학습에 사용할 수도 있고 챗GPT를 상대로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연습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교사들이 챗GPT를 사용해 빠른 시간 안에 특정 주제에 대한 문제를 제출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인간이 결국은 AI와 공존하는 시대를 맞게 되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루스는 “오늘날의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AI로 가득찬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면서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편견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오용되거나 무기화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경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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