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에 울컥" "e북 출시 절실"…'슬램덩크'로 세대 대통합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영화 '슬램덩크' 인기 장기화
'교섭'·'유령' 사이서 뒷심 발휘
3040 이어 1020 세대까지 팬덤 형성
만화책도 굿즈처럼…소비 욕구 자극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최근 가수 박상민은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오프닝 곡 '너에게로 가는 길'을 불렀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열풍과 함께 소환된 것이다. 영화에는 해당 OST가 나오지 않지만, 추억에 젖은 관객들은 '너에게로 가는 길'을 자발적으로 다시 찾고 있다. 음원 사이트 내 해당 곡에는 '영화를 보고 들으러 왔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박상민은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떼창'이 나오는 영화관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 대학교 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던 때와 반응이 똑같았다. 관객들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데 일조한 것 같아 기쁘다. 나 역시 추억에 빠졌다. 한 시간 넘게 포스터에 사인도 해주고, 사진 요청에도 응했다. 행복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함께 온 부자(父子) 기억에 남는다. 어린 아들에게 '네게도 이 노래가 의미가 있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좋아한다고 하더라"면서 "30~40대가 다수였지만 20대도 많아 보였다. 특히 여성분들이 30~40%라서 놀랐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핵심 소비층인 30·40세대의 지지에 힘입어 1월 극장가의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떠오른 '슬램덩크'는 이제 원작 만화를 모르던 세대까지 아우르며 '팬덤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연령 제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설 연휴 기간에도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꾸준히 애니메이션 배급 대행을 해온 NEW의 뚝심은 '슬램덩크'로 빛을 발했다. NEW는 지난해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 사이에서도 '포켓몬', '뽀로로' 등 슈퍼 IP를 기반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 작품을 배급해 실적 안정성을 높였던 바다.
지난 4일 개봉한 '슬램덩크'는 2주 만에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아바타2'에 이어 '교섭', '유령'까지 대작이 줄줄이 개봉해 상영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일 예매율 상위권에 머물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 만화책을 굿즈처럼 구매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다", "만화책을 다시 안 볼 수가 없었다", "농구에 푹 빠져 있던 그 시절이 생각나 사진을 찾아봤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가장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는 연령대는 농구 붐을 경험한 30~40대다. 이들은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김훈, 서장훈 등을 주축으로 한 연세대 농구팀이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니던 때를 기억하는 세대이자, 만화 '슬램덩크' 외에도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인기 중심에 서 있었던 세대다. 농구라는 소재 자체만으로도 향수를 자극하기 충분한데, 스포츠 만화 권당 판매량 1위·역대 일본 만화 권당 판매량 4위를 기록한 '슬램덩크'라니 팬들은 열광했다.
CGV에 따르면 '슬램덩크'를 예매한 관객 비중은 30대(41%)와 40대(33%)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20대(15%), 50대(8%), 10대(2%) 순이었다.
원작 만화책 전편을 여러 번 읽었을 정도로 '슬램덩크'의 열렬한 팬이라는 30대 후반 유모 씨는 "개봉하자마자 관람했다. 스토리적인 부분 외에도 '내가 이걸 극장에서 보고 있다니'라는 생각에 심장이 뛰더라.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소장 중이었던 만화책을 다시 읽었다. 프로농구 올스타전도 예매를 시도했으나 '광탈'했다"고 전했다.
만석의 상영관에서 관람했다는 40대 오모 씨는 "아들과 함께 온 부자 혹은 40~50대 남성들이 많았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추억을 되새김하며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전했다.
놀라운 건 '슬램덩크' 열풍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10~20대 팬의 유입이다. 관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최애(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밝히며 영화의 즐거움을 이어가고 있다.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교복을 입은 채로 '슬램덩크'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 포즈를 취한 10대 김모 양은 "재밌다는 얘기가 많아서 보러 왔는데 보는 내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떠오르더라. 경기 자체도 재밌었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한동안 친구들과 강백호냐, 서태웅이냐, 송태섭이냐 말이 오갈 것 같다"며 웃었다.
20대 관객 민모 씨는 "만화책을 읽은 사람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원작을 정주행하고 싶었으나 종이책을 구해야 하더라. 결국 못 본 채로 관람했는데 골을 넣을 때마다 곳곳에서 '아!' 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터져 나와 덩달아 몰입할 수 있었다. 원작이 더 궁금해지더라. e북 출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화의 인기가 '팬덤형'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n차 관람부터 굿즈 모으기까지 '덕질'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만화 '슬램덩크' 특별판은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새해 첫날부터 이틀간 종합 베스트 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시리즈 5종은 여전히 10위권에 안착해 있다. 만화 분야에서는 '슬램덩크' 시리즈가 1위부터 30위까지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는 더현대 서울 B2 아이코닉 팝업존에서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극장판 굿즈였던 키링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던 것에 비추어 보아 팝업 스토어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팝업 스토어를 통해 200SKU(취급 상품 수)의 슬램덩크 굿즈가 준비된다. 팬들의 요청이 많았던 슬램덩크 한정판 피규어를 비롯해 캐릭터 유니폼 패키지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과 함께 '슬램덩크'를 두 번이나 봤다는 40대 이모 씨는 "딸이 '최애'가 누구냐고 묻더라. 추억의 만화로 어린 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영화도 같이 한 번 더 보고, 팝업 스토어도 함께 방문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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