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told] '칼치오폴리로부터 17년' 깨달은 것이 없는 유벤투스

한유철 기자 2023. 1.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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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치오폴리로부터 17년이 지났다.

유벤투스가 승점 삭감 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탈리아 증권 규제 위원회는 2021년 유벤투스의 예산이 준수되지 않았으며, 이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17년 전 이탈리아 축구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칼치오폴리의 중심에도 유벤투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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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한유철]


칼치오폴리로부터 17년이 지났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유벤투스는 변하지 않았다.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다. 유벤투스가 승점 삭감 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연맹(FIGC)은 2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연방 항소 법원은 검찰청의 항소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 유벤투스에 이번 시즌 승점 15점 삭감이라는 페널티와 11명의 임원들의 자격 정지라는 제재를 내렸다. 또한 법원은 이와 관련된 다른 8개 클럽(삼프도리아, 프로 베르첼리, 제노아, 파르마, 피사, 엠폴리, 노바라, 페스카라)과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분식회계' 때문이었다. 토리노 시의회에 따르면, 유벤투스가 재정적인 성과를 실제보다 더 높게 보이기 위해 선수들의 이적료를 부풀렸으며 이로 인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전해졌다.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을 중심으로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과 과거 유벤투스 단장으로 있었던 파비오 파라티치 등이 사건에 연루됐다.


유벤투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단은 "우리는 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법률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명명백백했다. 이탈리아 증권 규제 위원회는 2021년 유벤투스의 예산이 준수되지 않았으며, 이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결국 지난해부터 조사가 시작됐고 최종적으로 승점 15점 삭감이라는 페널티를 받게 됐다.


꽤 오랫동안 축구를 지켜봐 온 팬들이라면, '또 유벤투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17년 전 이탈리아 축구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칼치오폴리의 중심에도 유벤투스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단순한 '승부조작'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심판과 관계자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것도 맞다. 하지만 칼치오폴리는 승부조작보다 복잡하고 치밀한 '범죄'였다. 그 배후엔 당시 유벤투스 총재였던 알레산드로 모지가 있었다. 그는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인맥을 십분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구단과 심판, 감독, 기자, 경찰까지 연루됐다.


오랫동안 진행된 '스캔들'은 다행히 경찰들의 길고 긴 조사 끝에 수면 위로 드러났다. 파장은 컸다. 유벤투스는 세리에 B로 강등된 후 승점 9점이 삭감됐고 2시즌 간 우승 자격이 박탈됐다. 이외 사건에 가담한 레지나와 SS 라치오, 피오렌티나, AC 밀란도 승점이 삭감되는 징계를 받았다.


칼치오폴리는 이탈리아 축구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해당 사건이 발생한 2000년대 중반 때는 스페인 라리가에 밀려 조금씩 '저무는 해'로 여겨졌지만, 여전히 잉글랜드나 프랑스, 독일보다 강한 리그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그를 이끌어야 할 유벤투스와 AC 밀란, 라치오 등이 징계를 받음으로써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고 수준급 선수들의 영입 경쟁에서도 타 리그에 밀리게 됐다. 강팀들의 성장 지체는 리그 전체의 수준을 낮췄고 이는 이탈리아 세리에 A가 암흑기로 들어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17년. 세리에 A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명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와는 차이가 크고 프랑스나 포르투갈과 비교해야 할 정도다. 다행히 유벤투스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되찾았다. 2010년대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도 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이번 사건은 칼치오폴리에 비해 규모가 크거나 많은 구단이 얽혀있지는 않다. 하지만 많은 축구 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던 '칼치오폴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이는 분명히 리그 전체의 성장에 있어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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