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승용차 다니면 상권 살까… 연세로 운행재개 두고 논란

송은아 2023. 1. 21. 18: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신촌에 승용차가 돌아오면 상가 매출도 돌아올까. 신촌 연세로가 9년 만에 승용차 운행을 재개한다.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게 된 후 상권이 침체됐다는 상인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구청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대문구는 약 8개월간 차량 운행을 허용해 매출·교통량 추이를 보는 실험에 나선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서울시의 보행정책 후퇴·기후위기 대응 실패’라며 반발하고 있다. 

21일 서울 서대문구에 따르면 연세로는 20일 자정부터 이륜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 통행이 허용됐다. 기간은 오는 9월30일 자정까지다. 서대문구는 2014년부터 시행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약 8개월 동안 일시 해제한다.

연세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일시정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그간 연세로는 간간이 다니는 버스를 제외하면 차량 운행이 금지돼 걷기 좋은 길이었다. 버스킹 공연이 수시로 열렸고, 행인들은 발길을 멈추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낭만’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상인과 주민의 사정은 달랐다. 상권이 침체되자 인근 상인들은 차량 통행을 허용해달라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차량들이 연세로를 피해 주변 골목으로 우회하면서 주민들도 안전·소음 문제로 민원을 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연세로 차량 운행 재개를 약속했다. 이 구청장은 지난 19일 신촌 파랑고래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연세로 차량 통행 정상화는 신촌 상권 회복을 위한 하나의 핵심 수단”이라며 “신촌 되살리기를 위한 전방위 사업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오는 6월까지 상권, 9월까지 교통 변화를 모니터링한다. 결과에 따라 계속 차량운행을 허용할지, 버스 운행만 허용할지 방향을 결정한다.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됐지만 버스킹이나 중급 규모 이하의 축제는 언제든 가능하다. 서대문구는 신촌플레이버스 앞 스타광장, 명물길 보행자쉼터, 창천문화공원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차량이 몰리며 발생할 주차난은 주변 기관과 주차장을 공유해 해결한다. 서대문구와 협약을 맺은 연세대는 이달 말부터 토·일요일, 공휴일에 시간당 1000원대의 요금으로 1000대 규모의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대문구는 현대백화점, 창천교회, 세브란스병원, 이화여대 등과도 비슷한 협약을 추진 중이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 차량들이 통행하고 있다. 뉴스1
상인들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시민·환경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서울환경연합 등 10개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연세로 공동행동은 20일 연세로 곳곳에 차량 통행을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사람 중심 거리, 연세로를 원합니다. 연세대학교 학생 김선우’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차 없는 연세로. 연희동 주민’ 등 현수막 문구와 명의를 신청받아 30여장을 게시했다.

1인 시위와 단체 퍼포먼스도 했다. 1인 시위에 앞서 서울환경연합의 이민호 기후에너지팀장은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상권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상권을 연결짓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서대문구 주민 송민호씨는 “안전하게 다닐 수 있고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어 신촌을 자주 방문했는데, 차가 다녀서 문화 없는 거리가 됐다”며 “차량 통행이 오히려 신촌 방문을 꺼리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7일 ‘차보다 사람이다’라고 쓰인 만장과 보행정책 후퇴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했다. 이 단체는 “연세로 일반차량통행 임시허용은 서울시의 보행정책 후퇴이자, 기후위기 대응 실패”라고 못 박으며 “보행정책을 확대하겠다던 서울시는 10년 동안 운영됐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임시 해제하며, 차량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차량 운행 허용 기간 동안 모니터링단을 모집해 보행자 대상 만족도 조사, 차량통행 전후 비교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