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보' 김동연 "내가 반란의 수괴가 되겠다" [경기도는 지금]
경기도 팀장금 450여명 직원에
'유쾌한 반란' 강연 "공직 틀 깨자"
"승자 독식구조가 근본문제" 지적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도를 바꿔서 대한민국을 바꾸는 유쾌한 반란. 기꺼이 이 반란의 ‘수괴’가 될 테니 함께하자”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경기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3 기회경기 공감 워크숍’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의 유쾌한 반란’을 주제로 특강에 나섰다. 성장과정과 공직생활 이야기, 정치를 하는 이유 등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경기도청 팀장급 직원들에게 소상히 밝혔다.
유쾌한 반란의 유래
김 지사는 "오늘 강연이 도정 철학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제목인 '유쾌한 반란'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김 지사 아주대 총장 취임사 제목이었고, 그는 대선 출마를 고심하던 시기 전국으로 같은 제목을 내걸고 강연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유쾌한 반란이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에 오른 직후 했던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예산실은 상명하복과 조직 논리가 강조될 수 밖에 없는 조직"이라며 "기존의 틀을 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공직에 임하는 자세로 이러한 '틀 깨기'와 '질문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인정을 하든 그렇지 않는 공직사회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에 대해 저항감을 갖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틀을 깨기 위해선 공직자의 철학이 중요하다. 김 지사는 톨스토이 단편 '세 가지 질문'을 언급하면서 "남이 내게 내는 문제, 내 스스로 내는 문제, 우리 사회가 나에게 내는 문제 등 세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 반란 "내 환경 깨기"
김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깨는 것’을 첫 번째 반란으로 꼽았다.
그는 무허가 판자촌에서 자라 공무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줬다. 김 지사는 청계천 판잣집에서 쫓겨나 광주군 중부면 단대리(현 성남시 단대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 지사는 이곳에서 지난 대선 출마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인문학교(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고 싶었으나, 상업학교(상고)로 진학했던 게 지금 생각해도 크게 좌절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고3땐 취직 시험을 봐 만 17세 12월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당시엔 너무도 기뻤다"고 했다.
김 지사는 한동한 성남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했다. 버스를 타며 지나다니던 말죽거리, 송파구 일대는 비만 오면 진창이 되던 시절이었다. 직원 기숙사에 살던 한 선배의 책장에서 '고시'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야간대학에 다니며 말그대로 주경야독을 하며 고시 공부를 했다. 그는 "17세부터 약 8년간, 제 이력서에서 나오지 않는 시간"이라며 "나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그는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한다.
이 과정 자체가 내 바깥, 환경으로부터의 반란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힘든 환경과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눈 먼 열정, 낙관적인 자세로 극복하면 그 뒤에 빛나는 축복이 있더라. 만약 경기도민에게 어려움과 힘든 환경이 닥칠 때 그런 것들을 우리가 ‘위장된 축복’으로 만들겠다는 그런 반란을 일으켜 보자”고 했다.
두 번째 반란 "내 자신을 바로 세우기"
김 지사는 "내 20, 30대의 대표적 감정은 열등감이었다"고 했다. 사무관 생활을 시작했지만, 상고출신으로 적지 앟은 설움을 받았다. 그는 "조직을 사랑할 자신이 없어졌다. 결론은 가방끈을 늘려야 겠다는 것. 공부를 좀 더 하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절박함에서 죽기 직전까지 노력했다.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런데 "왜 공부하는 거지"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는 "꿈을 세우고 실천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무관 7년차. 그는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결심했다. 기존에는 '학점을 잘 받을 것 같은 과목'을 선택했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이 뭘까'를 고민해 과목을 택했다. 한국 유학생들이 꺼리던 세미나 수업도 찾아 들었다. 이후 공직생활 속에서도 '내가 하고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찾는 노력을 계속했다. 유학 시절은 남이 좋다고 말하는 길, 걸어온 길을 돌파하던 김동연이 자기의 길을 찾게 된 순간이었다.
세 번째 반란 "사회를 위한 반란"
김 지사는 "공직자들에겐 사회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며 "공직자의 책임은 '무한책임'이라는 점을 깊게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과거엔 작동했던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이제는 단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순간 부모의 직업과 소득이 자녀의 학력 간의 코릴레이션(상관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면 양반과 상놈의 시대, 카스트제도의 시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력 격차가 벌어진 순간 대공황 등 경제 위기가 왔고, 앞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예산실장 시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망교육 사다리 프로그램에 수천억의 예산을 써보기도 했고, 경기도지사로서도 똑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아주대 총장 시절 벌였던 '애프터 유'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소득층 학생을 해외 명문대에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으로 경기도도 '청년 기회사다리'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취지의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해외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은 도전과 배려를 배워 눈빛부터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승자독식구조 '정치판 뒤집어야'
그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승자 독식 구조'를 꼽았다. 그는 "정치, 경제, 교육 모두 그렇다"며 "독점적 시장과 불공정 문제들이 산적해있고, 누군가는 기여에 비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책임에 비해 큰 권한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 는 국회의원을 파면할 순 없다"고 했다.
그는 "저는 아직 재작년 8월 입문한 정치 초짜"라며 "이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절박감 때문에 대선까지 출마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가 나서 경제의 역동성을 키우고, 저소득층에도 기회를 줘야한다"고 언급하면서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의석 수에 비례해 국가가 정당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4200만 유권자에게 매년 5000원씩 줘 지지하는 정당, 정치인에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가장 장벽이 높은 시장이 정치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은 경세유표를 쓸 때 이 잘못된 나라를 뒤집어 바꾸자는 의도로 썼다고 밝히고 있다"며 "경기도의 유쾌한 반란을 여러분과 함께 하자고 제안을 드린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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