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심'이 곧 '윤심'?…전당대회 앞두고 커지는 '장제원의 존재감'

고재연 2023. 1. 21.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향한 십자포화에
커지는 당내 우려 목소리
"'정치 신인' 尹 대통령,
당 장악력 높이는 과정서
張 존재감도 함께 키웠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의원, 배현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새 가장 핫한 남자죠. 화제를 몰고 다니시는 장제원 의원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삼전동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 인사회.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장 의원을 이렇게 소개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김·장(김기현 장제원) 연대'의 주인공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장 의원이 악수를 하는 순간에는 카메라 플래시가 빗발쳤다. 

 ◆'尹心'의 통로 역할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국면마다 장 의원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김·장연대'를 통해 김 의원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김 의원이 '윤심(尹心) 후보'임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두고 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는 나 전 의원 '저격수'로 직접 등판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 전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을 위하는 척 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 신파극",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으로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했던 패륜"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올린 뒤 이렇게 마무리했다.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이 느닷없이 민주 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선언을 기대해 봅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장 의원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그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김·장연대는 공천연대이자 공포정치" 라고 표현했다. 나 전 의원도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고 반격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장 의원을 겨냥해 "사무총장 호소인을 심판하면 된다"고 표현했고, 장 의원과 손 잡았던 김 의원조차 "김장철은 다 지났다"며 '김·장연대'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송파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정치신인'이 키운 존재감

장 의원은 친윤계 내에서도 윤심을 정확히 읽는 인사로 평가된다. 장 의원은 대선캠프 상황실장에 이어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상황을 정리했다. 여권에서는 그의 말 한마디가 윤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내는 시그널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서 장 의원의 존재감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10년 이상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 온 과거의 복심들과는 달리 윤 대통령은 정치적 측근이 없는 사람"이라며 "과거의 실세들처럼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대신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인 '가처분 정국'에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자 2선 후퇴를 선언했던 장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 의원이 이 정도로 총대를 메는 이유는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장 의원이 아닌 사람이 총선 공천에 대한 실무를 맡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은 것이라는 이른바 '장제원 사무총장 내정설'이 여권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김 의원은 "누구에게도 당직을 제안한 적이 없고 내정한 사실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송파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영원한 2인자는 없다"

장 의원의 행보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 대표 선거에서 비전이 사라지고 자신이 얼마나 '친윤'인지, 윤 대통령과 얼마나 친한지를 과시하는 경쟁의 장이 되어버렸다"며 "이런 과정에서 지도부가 선출된다면 정당정치는 사라지고, 여당이 대통령 아래로 들어가는 그림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돌격 대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나 전 의원을 억지로 주저앉히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지면서 나 전 의원이 중도에 포기해도, 2등을 해도, 1등을 해도 모든 부담은 대통령에게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장 의원의 존재감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황 평론가는 "대통령의 측근은 늘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존재한다"며 "한쪽에 힘이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좋아하는 권력자는 없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었다고 보여지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짧아 당에 대한 장악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내년 공천에서 대통령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