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심'이 곧 '윤심'?…전당대회 앞두고 커지는 '장제원의 존재감'
커지는 당내 우려 목소리
"'정치 신인' 尹 대통령,
당 장악력 높이는 과정서
張 존재감도 함께 키웠다"
"요새 가장 핫한 남자죠. 화제를 몰고 다니시는 장제원 의원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삼전동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 인사회.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장 의원을 이렇게 소개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김·장(김기현 장제원) 연대'의 주인공으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장 의원이 악수를 하는 순간에는 카메라 플래시가 빗발쳤다.
◆'尹心'의 통로 역할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국면마다 장 의원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김·장연대'를 통해 김 의원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김 의원이 '윤심(尹心) 후보'임을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두고 나경원 전 의원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는 나 전 의원 '저격수'로 직접 등판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나 전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을 위하는 척 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 신파극",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으로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했던 패륜"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올린 뒤 이렇게 마무리했다.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이 느닷없이 민주 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선언을 기대해 봅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에서 장 의원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그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김·장연대는 공천연대이자 공포정치" 라고 표현했다. 나 전 의원도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고 반격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장 의원을 겨냥해 "사무총장 호소인을 심판하면 된다"고 표현했고, 장 의원과 손 잡았던 김 의원조차 "김장철은 다 지났다"며 '김·장연대'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정치신인'이 키운 존재감
장 의원은 친윤계 내에서도 윤심을 정확히 읽는 인사로 평가된다. 장 의원은 대선캠프 상황실장에 이어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상황을 정리했다. 여권에서는 그의 말 한마디가 윤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내는 시그널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신인'인 윤 대통령이 당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서 장 의원의 존재감을 키웠다고 분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10년 이상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 온 과거의 복심들과는 달리 윤 대통령은 정치적 측근이 없는 사람"이라며 "과거의 실세들처럼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대신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인 '가처분 정국'에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자 2선 후퇴를 선언했던 장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 의원이 이 정도로 총대를 메는 이유는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장 의원이 아닌 사람이 총선 공천에 대한 실무를 맡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은 것이라는 이른바 '장제원 사무총장 내정설'이 여권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김 의원은 "누구에게도 당직을 제안한 적이 없고 내정한 사실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영원한 2인자는 없다"
장 의원의 행보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 대표 선거에서 비전이 사라지고 자신이 얼마나 '친윤'인지, 윤 대통령과 얼마나 친한지를 과시하는 경쟁의 장이 되어버렸다"며 "이런 과정에서 지도부가 선출된다면 정당정치는 사라지고, 여당이 대통령 아래로 들어가는 그림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돌격 대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나 전 의원을 억지로 주저앉히는 듯한 그림이 만들어지면서 나 전 의원이 중도에 포기해도, 2등을 해도, 1등을 해도 모든 부담은 대통령에게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장 의원의 존재감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한다. 황 평론가는 "대통령의 측근은 늘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존재한다"며 "한쪽에 힘이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좋아하는 권력자는 없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었다고 보여지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짧아 당에 대한 장악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내년 공천에서 대통령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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