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명령'에 감자탕먹다, 샤워하다 달려나가는 새내기 소방관
가족 떨어져 지내는 첫 명절 근무 "긴장의 연속"
(김제=뉴스1) 이지선 기자 = "명절에 부모님을 뵙지 못하는 건 죄송하지만, 소방관에게는 시민들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설 연휴 첫날인 21일 전북 김제소방서 교동119안전센터에서 만난 백다현 소방사(26)가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백다현 소방사는 소방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해 4월13일 김제 교동센터에 임용돼 올해 소방관 생활 2년차에 접어드는 20대 새내기 소방관이다.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는 백 소방사에게 가족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다. 게다가 백 소방사에게 이번 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첫 명절이기도 하다.
평소 같으면 서울에 있는 부모님, 두 동생들과 복작대는 연휴를 보냈을테지만, 이번 명절은 230여㎞ 떨어진 곳에서 소방관 선배들과 함께다.
다른 사람을 돕는 보람이 좋아 소방관을 업으로 택했다는 그는 "명절에 가족들 얼굴을 보지 못하는게 당연히 아쉽다"면서도 "명절 이후에 찾아뵙고 아쉬운만큼 더 잘 해드리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꿈꿨던 직업이지만 힘들 때도 있기 마련이다. 백 소방사는 "항상 출동에 대비하다보니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가장 당연하면서도 힘든 점"이라고 털어놨다.
올해 초 화재진압에서 구급팀으로 자리를 옮긴 백 소방사는 주로 교통사고 등 응급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처치 업무를 하고 있다. 때로는 끔찍한 사고 현장이나 환자의 얼굴이 잔상처럼 머리에 남기도 한다. 늘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 앞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긴장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이날도 김제교동센터 대원들은 소방 차량과 보호장구 등 각종 장비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일상을 뒤로하고 가족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명절 기간에도 이들의 근무는 평소와 다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다만 명절 비상 근무시에는 대원들 식사 해결이 어렵다. 식당 직원들이 명절에는 근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대원들은 점심 메뉴로 '감자탕'을 선택했다. 다행히 근처에 배달이 가능한 집이 있어서다.
하지만 백 소방사와 팀원들은 배달된 뜨끈한 감자탕을 몇술 떠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통증을 호소한 홀로 어르신이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지령이 전파됐기 때문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새내기지만 백 소방사는 '소방관의 숙명'을 이미 진지한 마음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그는 "전에 화재 진압 대원으로 근무할 때는 현장에서 복귀해 샤워를 하던 중 상황 지령이 나오면 거품이 묻은 채로 다시 옷을 입고 출동하기도 했다"며 "밥을 먹으면서도 언제 출동 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좀 빠르게 먹게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백 소방사는 인터뷰 내내 울리는 상황 방송에 흠칫 흠칫 놀라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던 찰나 백 소방사를 호출하는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사진을 찍다말고 장비를 집어든 백 소방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구급차로 달려갔다.
설 연휴 첫날, 백 소방사는 아침부터 교통 사고로 심정지가 온 여성과 통증을 호소한 남성, 안전사고로 발을 다친 어린이 등 도움이 필요한 요구조자들을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했다.
끝으로 백 소방사는 함께하는 동료 소방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선배들과 동기들이 있어 정말 큰 힘이 된다"면서 "앞으로 겪게될 많은 사건사고들 앞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든든한 소방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전북소방은 지난 20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엿새간 설 연휴 특별경계근무에 돌입했다. 도내 전 소방관서 소방공무원 3456명과 의용소방대원 8220명이 비상동원체계에 동원된다.
관련 주요 업무에 인력도 확대 배치된다. 사람이 몰리는 역과 터미널, 추모시설 등에 119 구급차 11대와 구급대원 33명을 전진배치한다. 119종합상황실에는 전문 의료상담 인력을 3명에서 7명으로 보강한다. 이들은 연휴 기간 운영되는 병원이나 약국에 대한 정보를 24시간 도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 대형 사고에 대비해 다중이용시설과 전통시장 등 화재 취약 대상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사전예방활동을 포함한 24시간 감시 체계를 유지한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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