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박진주 “작은 역할이라도 하나에만 집중…작은 그릇으로 살기”
심금 울리는 영화 처음…윤제균 감독 도와줘
유재석과 ‘놀면뭐하니’ 하며 삶이 다채로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박진주(34)가 요즘 더욱 바빠졌다.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에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 전부터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활약하며 유쾌한 웃음을 주고 있다.
박진주가 영화 ‘영웅’에서 맡은 역할은 안중근(정성화)과 함께 항일운동에 나서 독립군을 보살피는 동지 ‘마진주’ 역이다. 마진주는 평범한 소녀였지만 오빠(조우진)가 독립 운동을 하다 죽자 목숨 바쳐 독립 운동에 나선다.
“마진주는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오빠도 죽고, 존경하는 사람(안중근)이 실수로 포로를 풀어주는 바람에 당하는 상황에 놓여진 아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아 캐릭터에 대한 답도 없었다. 너무 밝은 것도 아니고 너무 침울하지도 않았다. 오빠를 잃었지만 도망가지 않고 독립운동에 참가한다. 상황에 빙의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함께 자란 오빠가 그렇게 됐다면 나도 마진주처럼 했을 것 같다.”
박진주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WSG워너비의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영웅’에서 호소력 있는 노래를 불러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다.
“뮤지컬로도 잘 표현된 작품인 것 같다. 어른들이 조국을 위해 싸우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소녀가 그 상황에 합류되면서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시간이 흘러간다. 자세히 들어보면 음악으로도 이 상황이 잘 표현돼 있다. 나는 노래나 연기를 할 때, 이런 상황을 알고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아무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있다가 당하는 게 더 안타깝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임했다.”
박진주는 서울예술대학 연기과에서 뮤지컬을 전공해 2011년 영화 ‘써니’의 욕쟁이 황진희 역을 맡으며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연기 활동도 활발하지 않았고 노래 부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없었다. 최근에야 예능 고정 멤버가 됐다.
“‘써니’ 이후로 뮤지컬 배우를 할 줄 알았다. 가수 제의는 많았는데, 연기 위주로 활동했다. 뮤지컬 배우는 항상 해보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 제 성격이 하나를 하면 열심히 해야 한다. 이것저것 하지 못한다. 그릇이 작다. 조연 하나만 주어져도 그것 하나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점들이 박진주가 언제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해줬더니 “아, 계속 작은 그릇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박진주는 2016년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몇 장면 되지 않았는데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간호사 오진주 역할을 리얼한 생활 연기로 소화해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있다.
박진주는 ‘영웅’에서 ‘독립군 유동하 역의 이현우와 애틋한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두 남녀 간 아픈 사랑이 잘 그려졌다. 노래를 부를 때는 애틋함이 잘 묻어났다.
“현우가 실제 소년같다. 현우로 인해 나도 맑아진다. 첫사랑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다. 환상 속에서 동하(이현우)랑 자전거를 타고 꽃다발 선물을 받을 때는 정말 좋았다.”
박진주는 “나를 보고 몰입감이 깨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오빠(조우진)가 죽고난 후에는 촬영장에서도 나를 불쌍하게 보고 장난도 치지 않았다”고 전해주었다.
“그런 고민이 있었지만 장난 칠 때는 장난치고 슬퍼할 때는 슬퍼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독립운동을 한다고 해서 24시간 내내 심각하게 있을 수는 없지않나.”
박진주는 시청자의 댓글 중 가장 좋았던 것으로 “귀엽고 재밌고 슬프고 다한다”라는 표현이라고 했다.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안중근 어머니로 나오는)나문희 선생님이 노래 하실 때 누가 올린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감정에서 다 무너진다’”라고 했다.
“나문희 선생님의 슬픔을 보면서 안중근 삶의 전체가 느껴졌다. 정성화(안중근 역)라는 사람 자체의 삶도 느껴졌다. 정 선배가 이걸 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을까. 선배가 멘탈이 흔들지지 않도록 스스로 부담감을 이겨내고 무게를 잡는 모습도 봤다. 나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선배님처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진주는 심금을 울리는 영화에는 처음 도전했다고 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윤제균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윤 감독님이 작품에 모든 걸 쏟아내는 진심이 대단하셨다. 감독님이 화내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큰 프로젝트라 예민했을텐데, 항상 ‘너네들이랑 같이 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또한 예능에서 자신을 믿어준 유재석에 대한 감사의 말도 남겼다. 유재석과 신봉선, 정준하, 하하 등 예능선배들이 따뜻하고 맞아주었다고 한다.
“웃음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유재석 선배님을 통해 예능을 배웠다. 재석 선배가 까까머리 분장을 하는데 우리도 남자 분장을 안할 수 없다. 진도준하찾기의 남성 분장은 10분 만에 한 거다. 나는 예능할 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유재석 선배님이 ‘지금처럼 하면 된다’고 했다. ‘놀면 뭐하니’를 통해 삶의 다양한 색깔이 들어온 것 같다.”
박진주는 “평생 못 잊을 윤제균, 유재석 두 분을 만나 응원 받은 것만으로도 제 삶은 또 다르게 나아갈 것”이라면서 “두려워하고 주춤한 것 같은데, 두 분을 만나 자신 있게 나아가고 싶다. 나도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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