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와 관찰 예능, 비릿한 날 것이 필요해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골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은 SBS의 간판 예능이다.
최고 10%(이하 닐슨코리아)를 넘겼고 시즌이 거듭되면서 다소 시청률은 내려왔지만 인기 예능의 기준선이라 할 5% 이상은 확고히 지키면서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다. '골때녀'는 SBS 예능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뭉쳐야찬다'와 함께 한국 스포츠 예능의 상징적 지위를 양분하는 프로그램이다.
'뭉쳐야찬다'는 스포츠 예능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골때녀'는 여자 축구하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내 스포츠 예능의 지평을 넓혔고, 진정성이라는 가치가 예능의 새로운 호소력이 되는 혁신을 스포츠 예능에 불러 왔다.
'골떄녀'는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면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기 쉬운 스포츠를 소재로 쓰는 예능이다. 축구에 서투른 여자 연예인들이라 볼거리가 있을지 시작 전 우려됐지만 이들이 활동에 지장이 되는 부상을 입을 정도로 경기에 전력을 다해 뛰고, 평소 사적인 시간을 축구 연습으로 채우는 열정을 쏟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렇다 보니 인기 캐릭터를 쉽게 교체하는 일도 자주 벌어지는데 이는 다른 예능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보통 예능의 경우 캐릭터를 구축해 인기를 끌면 그 캐릭터의 힘으로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것이 상례다.
반면 '골때녀'는 한혜진 최여진 송소희 이정은 윤태진 등 수많은 화제의 캐릭터가 개인 사정, 또는 룰(성적에 따른 소속팀의 탈락)로 인해 프로그램 밖으로 퇴장했지만 남은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은 그대로이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의 인기는 별 변함이 없다.
이처럼 선수들의 열정과 이에 따른 승부욕이 가장 중요한 방송의 동력이다 보니 '골때녀'의 최근 방송분에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 골씩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구척장신이 4-3으로 승리한 명승부였던 5일 구척장신 대 액셔니스타의 시즌3 슈퍼리그 4강전에서 이혜정(액셔니스타)과 허경희(구척장신)의 충돌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날 허경희가 이혜정을 코너킥 수비하는 과정에서 집요하게 붙잡고 견제하자 이혜정이 '찐'으로 화를 버럭 내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다. 이혜정도 모델 출신 배우라 모델들의 팀인 구척장신의 멤버들과 선후배지간이지만 이날 경기는 시작 전 서로 인사도 안 하고 '야 전쟁이야'를 외치며 경기에 돌입할 정도로 뜨거운 승부욕이 방송을 지배했다.
충돌 이후 허경희는 멘탈이 붕괴돼 같은 팀 멤버들이 수습에 바빴고 전체적인 경기 분위기는 어색함 속에 흘러갔다. 이어 12일 월드클래스와 탑걸의 또 다른 4강전에서도 탑걸 소속의 채리나가 턱을 강하게 얻어맞는 반칙을 당하자 '아이씨...'하는 거친 추임새가 방송을 탔다.
채리나는 곧바로 우스개 소리로 수습에 나섰고 분위기는 5일 경우보다 화기애애하게 지나갔지만 이 역시 과거 예능에서는 편집으로 들어내고 방송으로는 이어지지 않게 하던 상황이다. '골떄녀'가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는 거친 감정과 비속어의 장면들을 챙겨 보여주는 이유는 출연자들의 승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즌과 회가 거듭되면서 경기와 연습 장면의 되풀이만으로는 선수들의 열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에는 불편할 수 있어 배제했을 이런 장면을 통해서라도 출연자들의 열정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날 것'의 등장은 '골때녀'만의 일은 아니다. 비속어가 쓰인 상황을 버리지 않고 묵음으로 살린 장면에서 시청자가 어느 정도 그 비속어를 추정할 수 있게 하는 연출이 관찰 예능에서도 많이 흔해진 상태다.
'미운우리새끼' '신발벗고 돌싱포맨' '나혼자 산다' '안 싸우면 다행이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등 관찰 예능 계열로 분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런 '날 것'의 비속어를, 심의 규제를 우회해 살려 쓰는 것은 리얼리티를 높여 웃음을 더 많이 유발시키고자 함이다.
리얼을 표방하는 관찰 예능의 경우 방송 내용이 설정으로 느껴질 경우 재미는 반감되지만 반대로 '찐'으로 느껴지면 웃음을 유발하는 힘은 커지기 때문이다. '골때녀'와 관찰 예능을 통해 '날 것'에 대한 예능의 수요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 속에 있다. 비속어나 감정 충돌이라는 '날 것'의 비릿함은 이제 예능의 입맛을 돋우는 감미료로 반전되며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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