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이 총 인구의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일본은 2005년에 이미 진입했다.
노화는 예측 가능하지만 피할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장애가 생기고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나이가 들어도 일상 활동에 불편없이 사는 기간을 건강수명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글로벌 노령화대책으로 '건강노화 10년'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노년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인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침을 제안했다.
100세 시대를 열은 김형석 교수님은 '백년을 살아보니'란 저서에서 노년에 일과 가족 양육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이 시기를 황금시대(golden age)라고 했다. '늙어서 행복하게 살 권리와 후손들에게 존경받을 의무도 있다'는 게 김 교수님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년에 건강이 받쳐주어야 한다.
노쇠(老衰)가 오면 일상활동에 제약이 오고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하며 누워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50년 전에 비하여 크게 늘었지만 건강수명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병들고 불행한 상태로 타인의 돌봄을 받으며 인생의 노년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일찍이 초고령사회로 들어간 일본에서 노인의 15%는 치매, 12%는 노쇠다. 점차 늘어나는 추세로 지속가능 보건의료 체계 유지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치매 위험요인(교육, 청력소실, 외상성 뇌손상, 고혈압, 습관성 음주, 비만,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운동량 부족, 공해, 당뇨 등)을 연구해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면 40%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또 치매위험요인과 노쇠유발요인은 공통점이 많아 노쇠 예방에 노력하여 75세 이상 노인에서 유병률과 간병을 필요로 하는 치매발병률도 낮추었다.
필자는 최근 도쿄도립 건강장수의료센터를 방문했다. 입구에 양로원 등 의료 복지의 개념을 일본에 처음 정착시킨 에이치 시부사와의 전신상이 있다. 일본은 이미 50년전에 노인문제 대처를 위해서 노인의료센터와 종합연구소를 설립하고 수명연장에 따른 건강수명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지금은 두 기관을 합쳐 건강장수의료센터를 운영하여 병원은 노인병 관리를, 연구소에서는 노인학 연구를 지원하며 서로 협력해 노쇠 예방과 노인을 위한 맞춤형 진료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이 센터는 또 당뇨 등의 만성 질환 고령자에게 근력을 포함한 운동, 지각 장애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조기 관리를 통해 노쇠로 가는 위험을 늦추는 교육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도 노인건강관리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구강 노쇠는 신체 노쇠뿐만 아니라 고령자 사망과도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치과질환을 치료 위주에서 구강기능 개선에 초점을 둔 노쇠 예방 관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괄목할 성과를 얻고 있었다. (참고로 일본치과협회는 80세까지 치아 20개 이상을 유지하자는 치아보존 8020 캠페인을 1989년 시작했다. 초기에는 10% 미만이었으나 최근에는 50% 이상으로 괄목할 성공을 거두었다.)
NEAR재단 정덕구 이사장은 '한국의 새 길을 찾다'에서 '우리는 압축 고도화 성장 시대를 살아오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뒤로 남겨둔 채로 앞으로 달려왔다. 이제 치유하지 않고 방치된 문제로 잃어가는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치유하며 공존의 생태계를 일구어 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저개발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압축 성장을 하는 시기에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열심히 직장과 가정을 위해 살다가 준비 없이 노년을 맞이한 세대들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어르신들이 받던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대접은 차치하고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지혜로운 어르신이 아니라 '틀딱 또는 꼰대'라는 모욕적인 비하를 받기도 한다.
고(故) 이어령 교수는 '오래 산 사람을 늙었다고 하고 오래 쓴 물건을 낡았다고 하는 데, 사람과 물건이 다른 점은 오래 산 사람은 생명체로 늙어가기 때문에 낡은 게 아니니 당당히 살라'고 하였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돌봄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가정에서 사회나 국가로 넘어 왔다.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서 노화로 노쇠가 오고 질병으로 돌봄을 받아야 할 때 의료비용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지금 우리의 건강은 10년전 건강생활습관의 결과다. 노년 건강을 위해 건강생활습관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다.
노인의 문제를 복지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보건과 복지가 연계된 정책을 통한 건강수명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정책이 시급하다. '모든 일은 끝이 좋은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아직 끝이 아니다.'라고 하였듯이 준비 없이 초고령사회로 오는 어르신을 도와 돌봄 없이 당당하게 사는 법을 알려주고 지켜 나가게 해야 한다. 열심히 살아온 노년이 건강하고 행복한 황금시대를 누리고 인생의 종착역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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