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박소담 "갑상선암 투병 후 새 출발, 행복할 뿐이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의 길을 위협할 정도로 큰 병이었지만 박소담은 "아픔을 통해 진정한 쉼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여전히 긍정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돌아와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그저 행복할 뿐이라는 그다.
18일 개봉한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제작 더 램프)은 1933년 일제강점기 경성, 용의자들이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박소담에게 '유령'은 그 어느 작품보다 뜻깊은 작품이었다. 아픈 시기를 넘기고 1년의 회복 끝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그의 복귀작이기 때문. 박소담은 지난 2021년 '유령' 촬영 중 건강검진을 통해 갑상선 유두암 소견을 들었고 같은 해 12월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박소담은 첫 스크린 단독 주연작 '특송' 일정에 불참하기도 했다.
수술 후 1년여 만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박소담은 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를 회상하며 "의사 선생님이 수술이 조금만 더 늦었으면 목소리 신경을 잃을 뻔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수술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특송' 홍보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혹이 많이 있었고 임파선까지 전이됐던 상태였다. 지난 1년이 개인적으로 길고 힘들긴 했지만 금방 지나가 이렇게 내 목소리로 무대 인사를 다닐 수 있어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다. 내 상태를 잘 파악해서 오래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매일이 너무 행복하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현재 근황을 자세히 들려주기도 했다. 박소담은 "건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피부가 뒤집어져 있고, 계속 약도 먹어야 한다. 아직 완치라고 말하긴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일상생활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돌아온 상태다. 목소리도 많이 돌아왔다. 그때그때 내 컨디션이 어떨지 예측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잘 조절하면서 준비할 수 있는 단계에는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담은 건강검진을 받기 전만 해도 본인이 아픈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목이 아픈 건 먼지 때문이고 에너지가 없는 건 그저 번아웃이 온 줄로만 알았다고. 박소담은 "스스로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라며 자책을 많이 했고 속앓이도 많이 했다"면서 "심지어 촬영 동안은 4인 이상 집합 금지였기 때문에 선배님들과 속 터놓고 얘기할 기회도 없었다. 그저 혼자 힘들어했다"라고 운을 뗐다.
땅굴 아래로 파고 들어가는 절망감을 느낄 때마다 박소담을 끌어내준 건 선배 이하늬였다. 박소담은 "현장에서나 촬영이 끝나고 나서나 이하늬는 정말 엄마 같은 선배였다. 항상 아낌없이 주는 선배다. 현장에서 목이 아프다 하니 목에 좋은 사탕을 챙겨줬고, 아프다는 걸 알고 나선 갑상선에 좋은 오일을 챙겨줬다. 항상 받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에 내가 물어보니 본인에게 갚을 생각하지 말고 다른 후배들에게 해줘라라고 하시더라. 존재만으로 기댈 수 있는, 항상 내게 에너지를 부는 분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년을 곰곰이 되짚던 박소담은 "이번 투병은 물론 힘들었지만 동시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총평했다.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단다.
"투병 이전엔 나름 긍정적인, 건강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생각했다. 또 스스로가 전형적인 E(외향적) 성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라는 그는 "쉬는 날에도 집에 안 있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 정도로 외형적이었는데 아픈 동안 두 달 정도를 홀로 가만히 있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밝히며 "홀로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쉼의 의미를, 서른둘 나이에 처음으로 배우게 됐다. 그제야 내가 지금껏 가만히 있지 않았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 주는 만족을 몰랐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답변의 이유를 설명했다.
더욱이 박소담은 생애 처음으로 홀로 여행까지 다녀오며 휴식의 중요성을 더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엔 '촬영을 끝낸 뒤엔 여행을 다녀와 봐라'라는 선배의 조언이 이해가 안 됐지만 이제서야 여행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다만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기에 떠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유령' 개봉일이 정해졌던 상황이라 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았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두려웠어요. 홀로 떠나면 공허하고 외롭고 우울할까 봐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예약을 몇 번 취소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행 후 그의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여행 중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고 높은 만족도에 열흘 정도로 계획돼 있던 기존 여행 일정을 34일까지 늘리기도 했다. 다양한 도전에도 임했다. 샤론 최 감독의 추천으로 아이슬란드를 즉흥으로 다녀오거나 빙하 투어를 위해 하루 6시간 동안 운전을 하기도 했다.
박소담은 한 달여간의 여행이 "많은 걸 배울 수 있던 기회였다.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건넬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여행을 통해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안 하고 싶은지,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비워낸다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라고 설명하며 "그렇기에 이번 아픔은 힘들지만 의미 있었던 기억으로 남게 됐다. 물론 안 아팠다면 좋았겠지만 아팠기 때문에 건강하게 달려갈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됐다 생각한다. 다음 작품 전까진 최대한 제 컨디션을 찾아서 제대로 된 박소담을, 건강한 박소담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NM]
박소담 |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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