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종협은 여전히 배우를 꿈꾼다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많은 사람들은 연기자와 배우라는 단어를 혼용한다. 그러나 배우 채종협은 스스로를 '배우 채종협'이 아닌 '연기자 채종협'으로 소개한다.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낯설기 때문이다. 겸손한 모습으로 미래를 그리는 채종협은 여전히 배우의 꿈을 품고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입스를 겪고 있는 신인 투수 유민호,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이하 '너가속')에서 운동을 그저 직업으로만 여기는 실업팀 소속 배드민턴 선수 박태준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채종협은 최근 종영한 ENA '사장님을 잠금해제'에서 박인선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종영 이후 인터뷰에 나선 채종협은 작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수상한 사건에 휘말려 스마트폰에 갇힌 사장 김선주(박성웅)와 그 스마트폰을 줍고 인생이 뒤바뀐 취준생 박인성(채종협)의 공조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원작의 웹툰이 있지만 일부를 각색했다. 박인성은 김선주를 롤모델로 삼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다. 김선주의 휴대폰을 주운 박인성은 이후 김선주를 대신해 사장의 자리에 올라 숨겨진 비밀을 수색한다.
"웹툰 원작은 판타지적인 소재도 있고 소위 '병맛코드'적인 요소가 많았어요. 드라마에서는 현실적인 소재를 주로 다뤘고 '휴대폰에 영혼이 들어갔다'는 소재만 가져왔어요. 그렇게 허구적인 모습은 없었어요. 캐릭터를 설정할 때는 순박함과 순수한 면에 초점을 맞췄어요. 취준생이라고 하면 열정과 눈치가 있어야 하는데 인성이는 그러지 않아요. 오히려 어수룩하고 어벙한 느낌이 있죠. 다만 이름대로 인성이 바른 친구고 매사에 진심인 친구예요. 범영이든 실버라이닝이든 모든 인물을 만났을 때 '때 묻지 않은 점'과 인성에 중점을 두면서 연기했어요. 정말 힘들었던 건 휴대폰과 대화하는 것이었어요. 마지막 촬영까지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집에 AI 스피커가 있어서 가끔 날씨를 물어봤는데 드라마를 하고는 그마저도 안 쓰게 되더라고요"
채종협의 말대로 극 중 인성은 휴대폰에 갇힌 김선주 사장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김선주 역을 맡은 박성웅은 대부분 목소리로만 출연했다. 실제로 출연하는 분량이 많지 않았기에 채종협과 박성웅이 만날 기회 역시 없었다. 많은 배움을 원했던 채종협에게 이는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박성웅 선배님을 대본 리딩, 마지막 회 촬영, 제작발표회 때만 뵀어요. 저도 본방송을 보면서 선배님께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알게 됐어요. 사실 아쉬움도 남아요. 연기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나누면서 쌓이는 거라고 배웠는데 공기계랑 대화하려니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선배님께 어떻게 할지도 모르고요. 감독님께 여쭤보니 '성웅 선배님은 그만큼의 경력도 있고 노하우도 있으니 다 맞춰줄 거다. 그러니 너 할 거 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방송을 보니 정말 다 해주셨더라고요. '더 받아먹을 걸'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극 중 취준생이었던 박인성은 순식간에 김선주를 대리하는 사장의 자리에 오른다. 또 김선주의 도움 없이도 진짜 사장 임무를 수행하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채종협은 이러한 박인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취준생이었을 때 모습은 제가 경험해봤던 것이라 그런지 잘 전달했던 것 같아요. 오디션을 보고 합격을 기다리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 모습이 조금은 다른 결이지만 잘 투영된 것 같아요. 다만 처음 사장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준 부분은 미숙했던 것 같아요. 비록 연기자의 꿈을 꾸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해봤던 인성이지만 연기가 아닌 사장으로서 사람들을 대해야 하잖아요. 미숙하게 보여야 하나 강단 있게 보여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방송을 보니 더 강단 있게 갔어야 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그런 부분은 미숙한 것 같아요"
독특한 소재와 박성웅, 채종협, 서은수 등의 단단한 연기가 있었지만 '사장님을 잠금해제'의 시청률은 신통치 않았다.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무리됐지만 채종협은 개의치 않았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은 있어요. 다만 시청률로 무언가를 이루고자하는 건 없어요. 흥행작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흥행작을 쫓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작품에 빠지고 열심히 하면 저에게도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이번 작품으로 풀고 싶었던 질문은 '박인성이라는 인물의 흐름을 12부작 동안 끊김 없이 이어갈 수 있을까'였어요.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매 신을 집중하며 찍었어요. 선배님들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번에 그에 대한 답은 내릴 수 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에게 강한 눈도장을 남긴 '스토브리그'의 유민호를 비롯해 '너가속'의 박태준까지, 채종협은 유독 운동선수와 연이 많다. 그렇다고 다른 연기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차기작 '우연일까'에서는 김소현과 로코 호흡을 맞추며 박은빈과 함께한 로맨스물 '무인도의 디바' 역시 검토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배역과 연기가 가능한 채종협은 여전히 자신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 '너가속'이 끝나고 나서 운동선수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운동선수를 연기하는 게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단기간에 따라잡으려니 오히려 몸이 망가지더라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이왕 시작한 거 운동선수를 다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은 어떤 역할이던지 준비할 기간만 충분하다면 다 해보고 싶어요. 장르 역시 지금 저한테 잘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채종협이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숙하다'는 말이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는 채종협은 스스로를 배우라고 부르는 것도 어려워했다. 그렇기에 채종협은 여전히 배우라는 꿈을 꾸고 있었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직도 저에게는 높고 어려운 수식어에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어디 가서 배우 채종협이라고 이야기를 못 하겠어요. 그만큼 어려운 단어고 높이있는 단어 같아 연기하는 채종협, 연기자 채종협이라고 소개해요. 앞으로는 배우라는 단어에 조금 더 가까이 가는 게 목표에요. 어떻게 해야 가까이 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많은 분들에게 채종협하면 배우라는 이미지가 연관되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잘해서일 수도 있고 이미지가 좋아서일 수도 있고요. 순간의 몰입감이나 임팩트를 줘서 그럴 수도 있고요. 채종협이라는 이름이 어렵고 기억하기 쉽지 않은데 제 이름을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이 배우라는 수식어를 연상하면 저도 제 입으로 배우 채종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993년생 채종협은 올해가 입대를 미룰 수 있는 마지막 해다. 2023년에도 많은 스케줄을 소화 예정인 채종협에게 군 복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조심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채종협은 뇌전증으로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처음 병을 확인한 건 고등학생 때예요. 남아공에 있을 때였는데 계속 쓰러지게 되더라고요. 응급실에서 전문적으로 검사를 받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신체검사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4급 판정을 받았는데 현역을 가고 싶으면 완치 판정을 받아야 했어요. 약을 꾸준히 먹었는데 촬영하면서도 쓰러지고 집에서도 간간이 쓰러지더라고요. 4년이 지나 18년도에 재검을 받았는데 뇌파 검사에서 뇌파가 불안정한게 포착돼서 5급 판정을 받았어요. 지금도 아침마다 약을 먹고 있고 증상이 있을 때 먹는 약도 따로 있어요. 사실 '스토브리그' 끝나고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시기가 좋지 않아 미뤄졌어요. 얼굴을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마땅치 않았고 계속 일을 하느라 이제야 말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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