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는 경기도 국물 음식, 여기!
국물 있는 따뜻한 음식은 몸을 훈훈하게 해 겨울철에 알맞다. 한우 사골을 푹 고아 만든 소머리국밥, 쫄깃한 면발과 바지락이 어우러진 칼국수, 다양한 재료의 조합이 만들어낸 얼큰한 부대찌개 등은 겨울에 먹을수록 진국이다. 경기도가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는 입소문난 국물 음식들을 소개했다.
■ 의정부 부대찌개(의정부시 태평로 137번길 22-1)
부대찌개는 한국전쟁 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에 김치와 채소, 고추장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1960년 한 할머니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에 미군 부대 사람들이 햄과 소시지, 베이컨을 가져와 요리를 부탁했고, 훗날 김치와 고추장을 더해 지금의 부대찌개가 탄생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소개된 이 원조 집을 따라 골목에 부대찌개 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됐다. 의정부경전철 의정부중앙역 코앞의 100m 남짓한 거리에 부대찌개 식당 10여 곳이 모여 있는데,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이 넘은 곳들이다. 부대찌개는 얼큰한 감칠맛이 압권이다. 팔팔 끓을수록 녹진한 풍미가 우러나오는 국물에 한겨울에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가게마다 햄과 소시지, 다진 소고기, 묵은지, 당면 등 들어가는 재료는 비슷하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숙성된 김치를 쓰는지, 또 육수를 어떻게 내는지 등에서 맛의 차이가 있다.
■ 화성 바지락칼국수(화성시 서신면 제부로 일대)
바지락은 국물 요리와 궁합이 좋다. 국이나 탕에 넣어 육수를 내면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잘 살아난다. 후룩후룩 넘어가는 면발과 갖은 채소, 싱싱한 생물 바지락이 들어간 바지락 칼국수는 그야말로 바다의 맛이다. 바지락 칼국수의 정석은 화성에 있다. 화성 사람들은 제부도와 궁평리 갯벌에 있는 바지락이 최고라고 자랑한다. 이곳 바지락은 유난히 알이 굵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썰물 때면 최대 4km까지 펼쳐지는 광활한 갯벌과 청정한 바다 덕분이다. 제부도 진입로와 해안도로를 따라 칼국수 식당이 듬성듬성 있다. 가게마다 조리법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바지락과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어 푸짐하고도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부터 시선 닿는 곳 너머까지 펼쳐진 갯벌, 뜨끈한 칼국수 국물까지 오감이 생생해지는 즐거움이 있다.
■ 용인 백암순댓국(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로 201번길 일대)
용인 백암면에는 끝자리가 1과 6인 날에 열리는 5일장이 있다. 120여년간 이어져 온 백암장은 한때 소가 하루 150마리 넘게 거래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팔도를 다니는 장사꾼들에게는 목 좋은 요지였고, 농부들은 애지중지 기른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킬 수 있었다. 이들이 장터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순댓국이다. 백암순댓국은 질좋은 돼지고기가 흔했던 백암 장터에서 아낙들이 순대를 만들고 국물을 부어 팔던 것이 장사꾼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며 유명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백암은 용인의 제일가는 돼지 사육장이었고, 많은 이들이 돼지고기를 사가며 신선도 유지가 쉬웠을 것이다. 오늘날 장터내 우시장은 사라졌지만 백암순댓국거리가 그 명성을 잇는다. 백암순댓국에는 세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순대 껍질에 돼지의 작은 창자만을 사용해 식용 비닐을 쓰는 여타 순대와 다르다. 둘째, 순대 소에 채소가 많고 성근 편이다. 이는 소 사이사이로 국물이 충분히 배어들게 해 부드러운 순대를 먹을 수 있게 한다. 셋째, 나오자마자 먹으면 딱 좋은 정도로 뜨끈하게 나온다.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르기를 반복하는 토렴 방식으로 내기 때문이다. 순댓국 한 그릇을 비우면 갖은 재료가 알차게 들어간 순대 소처럼 배 속이 든든해진다.
■ 광주 곤지암 소머리국밥(광주시 곤지암읍 도척로~곤지암로 일대)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을 고아낸 육수에 밥을 말고 소머리 고기를 큼직하게 썰어 올린 음식이다. 가마솥에 영양 만점 사골과 소머리 고기, 무 등을 넣고 푹 우린 국물은 인스턴트 제품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낸다. 겨울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는 든든한 맛이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조선 시대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갈 때 곤지암을 지나던 선비들이 소머리 국밥을 먹고 허기를 채웠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는 1980년대초 최모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곤지암읍에 낸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일대가 소머리국밥 거리로 발돋움했다.
■ 수원 왕갈비탕(수원시 인계동 일대)
수원은 ‘갈비’의 고장이다. 그것도 보통 갈비의 두배쯤이나 큰 왕갈비. 1940년대 수원은 전국 3대 우시장중 하나가 있었다. 수원은 한양으로 들어가는 온갖 물자가 모이는 길목이었고, 우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1년동안 소 거래량이 2만두가 넘을 정도로 성행하던 우시장 근처에는 자연스레 소 갈빗집이 생겨났다. 수원 왕갈비의 시초는 해방 후 지금의 영동시장 싸전 거리에 문을 연 ‘화춘옥’ 해장국집이다. 해장국에 넣어주던 소갈비를 소금으로 양념해 숯불에 굽자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이후 ‘수원 왕갈비’라는 이름으로 식당이 우후죽순 개업했고, 수원시는 1985년 수원갈비를 고유 향토 음식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동수원 사거리를 중심으로 갈빗집이 모여 있다. 대부분 한우 갈비와 호주산·미국산 갈비와 왕갈비탕을 판매한다. 족히 15cm가 넘는 큼지막한 갈빗대가 두어개 들어간 갈비탕은 국물이 깊고 담백하다. 보기엔 맑아 보여도 한술 뜨면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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