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중동…주적 아니라는 UAE와 이란은 어떤 관계? [추적자 추기자]
이란 정부 측에서 대한민국의 입장을 지켜보겠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도 진짜 이란과 UAE가 어떤 사이인지는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과연 이란은 UAE의 진짜 주적일까요?
기나긴 중동사는 차치해두고, 20세기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UAE는 1971년에서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생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UAE는 7개의 토호국 연합입니다. 잘 알려진 아부다비와 두바이 역시 7개의 토호국 중 하나이며 이러한 7개의 토호국 연합이 바로 UAE죠. 미국이 각 주들의 연방국인 것과 비슷한 셈입니다.
이란과 UAE의 갈등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두나라는 영유권 분쟁을 벌입니다. 흔히 접경국이 가지고 있는 숙명 같은 것입니다.
이란과 UAE가 분쟁을 벌인 지역은 걸프만의 아부무사섬, 턴브섬 등 3개 섬입니다. 해당지역은 원래 UAE의 토호국 중 하나인 샤르자 토호국과 라스 알카이마 토호국의 땅이었는데요. 이란이 이 곳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점령을 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UAE를 지배해온 영국이 군대를 철수시키는 틈을 비집고 이란이 들어온 것이죠. 사실 영국은 이 사태를 방치했습니다.
이란은 해당 지역이 과거 18~19세기 해당 토호국을 통치했던 카와쉼 족장이 이란계 페르시아인들에게 종종 공물을 바쳐온 역사가 있다며 이러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해당 영토 분쟁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토호국과 이란의 분쟁이었다면 1971년 이후에는 UAE라는 토호국 연합과 이란의 갈등 구조로 그 당사자가 바뀌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토지분쟁의 이유는 역시나 경제적· 지정학적 가치 때문입니다. 이란은 해당 지역을 확보할 경우 해당 지역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가 해당 도서를 통과하기 때문에 확보할 경우 해안선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UAE는 1992년 해당 문제를 유엔안보리를 통해 해결하려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양측은 최대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합의하고 계속적으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접경지서 발생하는 갈등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갈등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역시 접경국 두 곳의 치열한 전쟁이고요. 인도와 중국 역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습니다. UAE와 이란 역시 이와 다를 바 없는 갈등입니다.
민족적으로 이란은 페르시아 국가이고 UAE는 아랍국가입니다. 또 종교적으로 UAE는 중동 아시아 중 대표적인 수니파 국가이고 이란은 시아파 국가입니다. 이슬람교 중 파벌이 다른 셈인데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중동의 맹주를 두고 항상 치열하게 대치해 왔지만 UAE와 이란은 크게 전쟁을 일으키거나 대규모 전투를 일으킨 적도 없습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점인데요.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를 비유하기엔 차라리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라면 몰라도 UAE와 비교하는게 조금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UAE는 지난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으로 인해 주이란 대사를 소환하는 등 최근에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물론 양국의 영유권 갈등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일본이 독도를 두고 끊임없이 괴롭히듯 두 국가 간 앙금처럼 항상 남아있는 요소입니다. 독도를 두고 일본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 자체는 너무나 괘씸하고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지금 대한민국의 주적이 일본이라고 한다면 다소 무리가 있진 않을까요. 모쪼록 성공적인 세일즈 외교를 마치고 돌아올 윤석열 대통령이 이란 발언으로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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