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이 뭔 죄라고…나도 ‘장손 사표’ 내고 싶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2023. 1. 21. 15:00
“제사 없애고, 장손 사표 냈습니다.”
지난해 인터넷상에는 이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 때마다 제사 음식을 차리느라 ‘파김치’가 되는 어머니와 아내를 보면서 속상했다는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손 사표’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후 명절 때마다 평화로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훈훈한 결말도 전했다.
이 게시물은 지난해 설 연휴 기간이 끝난 직후 올라왔지만, 명절을 앞두고 최근 또다시 회자됐다. 게시자는 “명절에는 우리집(큰집)이 식당인가 싶다” “친척들은 빈손으로 와서 손님 행세하다 집에 갈 때는 (음식을) 탈탈 털어 싸들고 갔다” 등 그간 쌓인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그는 친인척에게 “저는 장손 사표를 쓸 테니 앞으로 작은아버지 장남이 장손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크게 공감하며 통쾌해했다. “고생한 게 보인다” “아직도 ‘장손’이라는 이유로 집안 대소사를 떠넘기는 친척들을 보면 환멸을 느낀다” “장손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장손이 뭔 죄라고…나도 사표내고 싶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서는 ‘주작’(조작된 글)을 의심했지만, 현실은 더 ‘막장’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며느리에 이어 아들까지…‘제사 떠안기’ 기피한다
지난해 인터넷상에는 이같은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 때마다 제사 음식을 차리느라 ‘파김치’가 되는 어머니와 아내를 보면서 속상했다는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손 사표’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후 명절 때마다 평화로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훈훈한 결말도 전했다.
이 게시물은 지난해 설 연휴 기간이 끝난 직후 올라왔지만, 명절을 앞두고 최근 또다시 회자됐다. 게시자는 “명절에는 우리집(큰집)이 식당인가 싶다” “친척들은 빈손으로 와서 손님 행세하다 집에 갈 때는 (음식을) 탈탈 털어 싸들고 갔다” 등 그간 쌓인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그는 친인척에게 “저는 장손 사표를 쓸 테니 앞으로 작은아버지 장남이 장손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크게 공감하며 통쾌해했다. “고생한 게 보인다” “아직도 ‘장손’이라는 이유로 집안 대소사를 떠넘기는 친척들을 보면 환멸을 느낀다” “장손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장손이 뭔 죄라고…나도 사표내고 싶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서는 ‘주작’(조작된 글)을 의심했지만, 현실은 더 ‘막장’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며느리에 이어 아들까지…‘제사 떠안기’ 기피한다
과거에는 며느리 등 여성이 제사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치러야 하는 몫이 오로지 여성의 노동으로만 인식된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들, 특히 제사를 책임져야 하는 장남·장손이 되레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명절을 앞두고 차례를 짊어진 이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40대 남성 A 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가 우리집에서 제사랑 명절 차례를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며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매번 우리집에 친척들이 다 모일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내한테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장손들은 아버지를 이어받아 제사를 가져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남성 B 씨는 “제사를 가져오지 않을 생각”이라며 “어머니가 힘드실 때가 되면 부모, 친척 등 합의하에 제사와 차례를 다 없앨 생각”이라고 했다. 또다른 남성 C 씨는 “아직 멀었지만 곧 내 고민이 될 것 같다. (제사를 가져올)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현행 법령도 문제다. 현재 건전가정의례준칙에 따른 관련 법령 예시에는 △기제사의 대상은 제주부터 2대조까지로 한다 △기제사는 매년 조상이 사망한 날에 제주의 가정에서 지낸다 △차례는 매년 명절의 아침에 맏손자의 가정에서 지낸다 등이 쓰여 있다. 장손의 집에서 차례를 지내야 한다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명시하면서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손 사표’ 낸 뒤에는…어떻게 바뀔까
개그맨 장동민 씨는 최근 S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가족 앞에서 제사금지령을 선포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집안의 장손이라고 밝힌 그는 “제사가 1년에 12번 있었다”며 “어린 시절부터 봤을 때 (맏며느리인) 어머니가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결국 그는 친척들을 다 불러모은 뒤 “산 사람이 죽겠다. 제시 지내지 말자. (조상들은) 내가 마음으로 기리겠다”며 제사를 없앴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D 씨는 “본가 책꽂이에는 족보가 가득 꽂혀있고, 작은 아버지들은 항상 나에게 제사 모시는 것과 선산 관리 등에 대해 강조하셨다”며 “나이가 들수록 장손이란 것과 제사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만 커졌다. 결국 나는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제사를 가져오더라도 1년에 1회 정도로 간소화하고 다른 친척들은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사는 농촌 사회에 걸맞은 문화였고,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맞지 않다”며 “(30~40대가) 자유로운 세대이기도 하고, 과거에는 부모 세대가 가진 권위와 재산 상속 이점 등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자식이 동등하게 물려받지 않나. 개인적·문화적·사회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한다고 해도 바로 윗세대만 추모하는 모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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