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재미로 죽이면 안 되잖아요 [Th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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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코로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음에도, 산천어축제는 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동물환경단체들이 산천어들의 고통이 심각한 맨손잡기 체험은 없애야 한다는 요구를 했지만, 축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산천어들이 그동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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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화천산천어축제가 3년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코로나19로 2년간 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음에도, 산천어축제는 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동물환경단체들이 산천어들의 고통이 심각한 맨손잡기 체험은 없애야 한다는 요구를 했지만, 축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20년 차를 맞는 산천어축제,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요? 산천어축제에 다녀온 김지숙 애니멀피플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사람들이 맨손으로 잡으면 산천어도 고통을 느끼나요? 물고기는 표정도 없고 알 수가 없을 거 같은데요.
김지숙 기자: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걸 입증한 실험이 있습니다. 물고기한텐 고통을 느끼는 기관이 주로 얼굴 쪽에 있거든요. 연구진이 무지개송어의 안면부에 벌독과 식초를 투여해봤습니다. 그러니 아가미를 여닫는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었습니다. 그 뒤에 무지개송어에 진통제인 모르핀을 투여하니까 잠잠해졌습니다. 진통제 효과가 있단 건 물고기가 고통을 느낀다는 거죠.
[The 2] 산천어들이 축제장 얼음판 위에서 펄떡펄떡 뛰는 것도 고통스러워서 그러는 건가요?
김지숙 기자: 좀 다른데요, 물고기들이 물 밖에 나와서 갑자기 많은 양의 공기가 들어오면 아가미 쪽 기관(새엽)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호흡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산소가 부족해지니 입을 뻐끔거리고, 펄떡펄떡 뛰는 거죠. 저는 차라리 주최쪽이 사람들한테 채집봉투를 줄 게 아니라, 물이 담긴 플라스틱통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산천어들이 그동안이라도 숨을 쉴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에도 빨리 어류 도살기준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농장동물에 대한 사육과 도살기준이 있는데, 양식어류에 대해선 이런 기준이 없거든요.
[The 3] 어류 도살기준이란 게 존재하는지 몰랐네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지숙 기자: 스위스는 다시 풀어줄 의도로 하는 낚시 행위나 살아 있는 물고기를 얼음 위에 두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바닷가재를 산채로 끓는 물에 집어넣거나 얼음물에 담가두는 것도 막고요. 노르웨이는 도살할 때 반드시 기절시켜서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합니다. 영국은 지난해에 동물복지법 보호 대상에 두족류(문어, 낙지, 오징어)와 십각류(바닷가재, 게)를 포함해서, 도살 중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했습니다.
[The 4] 동물이용축제를 다녀온 시민들이, 앞으로도 가겠다 말하면서도 ‘이대론 안 된다’고 답한 조사 결과가 흥미롭네요.
김지숙 기자: 조사를 진행한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은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결과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동물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면 방문객들의 윤리적인 불편함을 완화할 수 있고, 이는 축제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고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잖아요. 과거엔 일반적이던 동물원 물개쇼도 다 사라졌습니다. 산천어축제도 앞으로 바뀌지 않으면 언젠간 ‘뭘 모르는 사람이나 가는 낙후된 축제’로 인식돼서 방문객이 급격히 줄지도 모릅니다.
[The 5] 화천군도 동물단체의 시위와 고발에 감정의 골이 깊은 건 이해가 가긴 하지만, 그래도 모여서 같이 고민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지숙 기자: 최재천 교수 같은 생태전문가나 축제기획, 브랜딩, 도시디자인 전문가 등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죠. 전 지금처럼 비슷한 물고기 잡이 축제가 난립하고, 사람들의 동물권 인식이 급속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화천군이 변화를 거부하는 게 더 위태로워보입니다. 며칠 반짝하는 축제로는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단 것도 자명해졌잖아요. 20년 전 발상의 전환으로 성공 스토리를 썼던 화천군이 다시 역발상으로 사람들을 놀래킬 순 없을까요? 대한민국 대표 동물이용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가 바뀐다면 다른 축제들에 영감을 줄 수도 있고, 주목도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산천어축제의 성공 과정과 현장 이야기, 동물학대 논란에 대한 법적 다툼과 대안을휘클리에서 모두 읽어보세요.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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