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지만 따뜻한… ‘짜파구리’ 같은 그들만의 동거 [김셰프의 씨네퀴진]

2023. 1.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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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과 짜파게티
한 집서 살게된 父가 다른 두 형제
한때 복싱 유망주 출신의 거친 형과
서번트 증후군 가진 동생의 하모니
필요에 의해 모였지만 가족애 느껴
1984년 출시된 짜장라면 짜파게티
‘너구리’와 새로운 맛의 궁합 떠올라
엉망진창으로 어질러 놓은 거실에 먹다 만 과자들과 음료. 짜파게티를 먹다만 그릇. 그 난장판 속에 팬티만 입고 자고 있는 20대와 30대 아들 둘을 보며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반적으로 화가 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표정은 따뜻하기만 하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주인공 조하(이병헌)가 진태(박정민)를 동생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장면 아닐까 싶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장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전단지를 돌리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주인공 조하. 한때 복싱 유망주였지만 세월의 풍파를 이기 못한 그는 창문 넘어 TV에 나오는 젊은 복싱선수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체육관에서 하루, 만화방에서 하루를 보내다 어려운 마음에 찾아간 친구랑 밥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17년전 자기를 버렸던 엄마를 만나게 된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못 견뎌 주인공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는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동생이라고 소개시켜 준다.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면서도 피아노를 수준급으로 치는 서번트 증후군의 동생 진태. 둘은 아버지가 다른 형제 사이다. 주인공은 캐나다로 갈 경비를 벌기 위해, 엄마는 진태를 돌봐줄 사람을 찾기 위해 각자 살아온 삶은 다르지만 그렇게 그들의 동거는 시작된다.

이 영화를 보면 주인공 역을 맡은 이병헌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뭇 진지한 연기 속에 녹아있는 코미디는 이 영화가 다소 유쾌한 내용이 아님에도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그들은 각자의 세상에 살고 있다. 각자의 목표가 있기에 다시 만날 용기를 내었고 다시 웃으면서 잠깐이나마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이 영화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진태만이 피아노를 통한 그 세상 속에서 행복하다. 영화는 진태의 피아노 콩쿠르 도전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이하고 엄마의 시한부 병과 수술 사실을 알게 된다. 버림 받은지 17년, 밉지만 가장 사랑했던 엄마에게 미운 감정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엄마에 대한 마음이 그리움으로 남아 버린다.

이젠 정말 둘만 남게 된 형제. 함께 신호등을 건널때 노래 ‘그것만이 내 세상’이 흘러 나오며 행복한 듯 영화는 끝난다.

#형제의 짜파게티

어색한 동거에 익숙해진 형제. 첫 만남은 당황했던 형의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와 기절이었지만 불만 가득한 주인공 조하의 표정과 달리 정말 형제처럼 게임도 하고 불량배들에게서 구해주기도 하며 형으로서 역할을 차곡 차곡 쌓아 나간다. 17년 전에 자기가 버린 큰 아들과 자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서번트 증후군의 작은 아들. 그 둘을 놓고 세상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미안함과 또 아들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버림받은 아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마음 말이다. 그래도 그런 불안감도 잠시, 형제는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를 기다리며 함께 짜파게티도 끓여 먹고 밤새워 군것질에 게임까지 하며 온 집안을 어지럽혀 놓는다. 여느 어린 형제들 처럼 말이다.

팬티만 입고 널부러져 자는 두 형제와 엉망진창인 집을 보고 엄마는 화 보단 안도감에 미소를 짓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 자신은 이제 떠나도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짜파게티

“일요일은 짜파게티 요리사!” 30대 후반 나이에 이 광고 문구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광고의 여파 만큼 짜파게티의 인기 또한 무너지지 않는 성벽이다.

짜파게티는 1984년 농심에서 나온 짜장라면으로 시장에 꽤 많은 짜장 라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짜장라면이라고 하면 짜파게티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는 것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 하지 못할것이다. 거의 40년이 다되가는 세월 동안 사람들은 짜파게티의 변화를 시도해 봤다. 그 중 가장 성공한 건 너구리 라면과 섞어 만드는 짜파구리 아닐까 싶다. 짜파게티는 일반 라면보다 면발이 굵다. 이름에서 보면 알다시피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합친 말이기에 통통 불은 스파게티 면발 굵기이다. 40년전 작명 센스치고는 엄청 앞서나간 세련된 이름 아닐까 싶다.
새우 짜파게티 덮밥
■새우 짜파게티 덮밥 만들기

<재료>

짜파게티 1개, 새우 5ea, 고춧가루 10g, 쌀밥 150g, 계란 1ea,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10ml, 대파 30g, 참깨 some

<만들기>

① 짜파게티 면은 삶아 준 후 가위로 곱게 잘라 준비한다. ② 면을 삶은 물은 50g 정도만 따로 빼놓는다. ③ 팬에 오일을 두르고 다진 대파와 새우를 볶아 주고 삶은 면을 넣어 준다. ④ 물을 넣고 분말 스프를 끓여 준 후 버무려 걸쭉하게 농도를 잡아준다. ⑤ 그릇에 밥을 담아 짜파게티를 얹고 미리 만든 스크램블 에그를 올려 완성한다.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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