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이대호 빠지니 130억 바로 쓰긴 했는데… 롯데 운명 쥔 ‘유망주 알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규정타석 소화를 기준으로 지난해 롯데에서 가장 높은 공격 생산력을 뽐낸 선수는, 역설적으로 팀 최선임이자 은퇴 시즌이었던 이대호(41)였다. 은퇴하기 아까운 방망이로 고군분투하며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이대호는 지난해 143경기에 나가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1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보다 46% 가량 높은 득점 생산력은 지명타자라는 포지션과 기동력의 한계를 지우기 충분했다. 이제 롯데는 그런 이대호가 없는 시즌,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롯데의 공격력은 알쏭달쏭한 부분이 있었고, 기복이 심했다. 결과적으로 ‘자기 타격’과 ‘자기 숫자’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부족했다는 선수층의 한계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규정타석을 채운 롯데 선수 중 리그 평균 득점 생산력을 상회하는 선수는 이대호 한동희 전준우 안치홍까지 단 네 명에 불과했다. 기동력에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타선이었기에 안 터질 때의 답답함은 더 심했다.
이대호가 없는 가운데 롯데는 공격에서 그의 빈자리를 지워내야 한다. 롯데는 일단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도움이 될 만한 자원을 공 들여 영입했다. 4년 80억 원을 준 포수 유강남, 4년 50억 원을 투자한 내야수 노진혁이 그 주인공이다. 4년간 150억 원을 받은 이대호의 은퇴로 팀 페이롤 계산을 새로 시작할 수 있었던 롯데는 4년간 최대 130억 원을 고스란히 투자했다.
롯데의 약점은 센터라인이고, 이는 오랜 기간 지속된 문제로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포수와 유격수 쪽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 문제를 드러냈다. 수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어쩌면 더 심각한 건 공격이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지난해 롯데 포수들과 유격수들의 득점 생산력은 압도적인 꼴찌였다. 포수들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41.4, 유격수들은 46.4였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해도 너무 심한 수치였다.
유강남은 프레이밍이라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고, 블로킹 측면에서도 그간 롯데의 주전 포수들보다는 좋은 구석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도루 저지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도루 저지율의 경우 시즌별 편차가 다소 큰 성적이기도 하다. 유강남의 지난해 공격 생산력은 롯데 포수보다 훨씬 좋았다. 노진혁도 마찬가지다. 유격수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소간 의문부호는 있지만 그는 리그 평균보다 25% 정도 좋은 공격력을 보여준 내야수였다.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두 선수로 이대호의 공백을 모두 가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누군가 이대호의 지명타자 자리를 메워야 하고, 롯데에서 그만한 타자들을 찾기 쉽지 않다는 건 지난해 증명됐다. 결국 지난해 중반 입단해 큰 가능성을 내비친 외국인 선수 잭 렉스의 분전이 절실한 가운데, 외야 쪽에서도 새 얼굴이 나와야 밸런스가 맞춰질 수 있다. 롯데의 선수 구성에서 이는 유망주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뜻과 거의 동일하다.
지난해 공격에서 확실한 재능을 보인 고승민이 최대 기대주다. 비록 규정타석과 한참 거리가 있었지만 92경기에서 262타석에 나가 타율 0.316, 5홈런, 30타점, OPS 0.834를 기록했다. 공을 맞히는 재주나 공에 힘을 싣는 재능은 이제 의심의 여지없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완 상대로 더 경험을 쌓아 성과를 낸다면 주전 판도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그 외에 악바리 같은 근성과 기동력으로 롯데에 부족한 점을 제공했던 황성빈, 역시 타격 재능에서는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세진 등 새로운 얼굴들에 기대를 건다. 전준우 안치홍의 지명타자 출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 고려할 때 내야에서도 가능성 있는 이름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롯데는 지난 3년간 뚜렷한 가능성을 닦아 나가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3년간 포스트시즌 진출과 거리가 있었다. 1년도 아닌 3년이라면 이는 KBO리그의 환경상 명백한 실패였다. 그런 롯데는 이번 오프시즌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이제는 ‘윈나우’ 팀이 됐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실패고, 빠른 시간 내에 대권 도전 팀을 만들지 못하면 그것도 역시 실패다.
‘윈나우’ 사이클을 계속 이어 가려면 투자도 성공해야 하지만 전준우 정훈 안치홍 등의 뒤를 이을 선수들이 계속 나와야 지속 가능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의 반짝 성과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2023년 롯데의 사활은 FA 선수는 물론 ‘플러스 알파’도 꽤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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