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일까, 코일까···‘신라시대 토기’가 이리 귀여울 줄
5~6세기경 만들어진 사람 얼굴 모양의 토기(투각인면문옹형토기)가 2019년 12월 경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출토됐다. 언뜻 들으면 학자들만 관심을 가질 소식 같지만, 세 가지 얼굴이 새겨진 이 토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출토 당시 화제를 모았다.
투각된 부위를 ‘눈썹-눈-입’으로 볼 것이냐 ‘눈-코-입’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토기의 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단의 긴 선 두개를 눈, 밑의 구멍 두개를 콧구멍으로 보면 눈이 길게 찢어진 험상궂은 얼굴로 보인다. 반면 긴 선 두 개를 눈썹으로, 밑의 구멍 두 개를 눈으로 보면 요즘의 이모티콘 같은 귀여운 얼굴이 보인다. 누리꾼들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두 파로 나뉘어 의견을 나눴다.
때아닌 화제에 힘입어 문화재청은 경산토기를 SNS 마스코트로 삼았다. 2년 넘게 경산토기는 문화재청 SNS계정의 대표 사진으로 쓰이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일 “문화유산 이야기를 지루하고 어렵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며 “경산토기의 힘을 빌려 가벼운 호기심이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으로 갈 수 있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경산토기 이모티콘 23종 공개
경산토기에 대한 문화재청의 진심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1일엔 2023년 새해를 맞아 경산토기 이모티콘 23종이 gif파일 형식으로 공개됐다. “가장 귀여운 경산토기를 찾는다”며 이모티콘 23종에 대한 인기투표도 지난 15일까지 진행했다.
누리꾼들은 “생각보다 엄청 귀엽다” “그래서 눈이냐 콧구멍이냐”며 호응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합산 총 7015명이 인기투표에 참여했다. 이모티콘 관련 SNS게시물 조회수는 19일 오후 3시 기준 74만 120회를 기록했다.
이모티콘 작업에 참여한 서선진 그림작가(활동명 달고나·34)는 2019년 출토 당시 ‘눈이냐 코냐’는 애정 어린 논란을 즐긴 누리꾼 중 한 명이었다. 경산토기를 남몰래 좋아해왔다는 서 작가는 지난 2019년 SNS계정에 ‘혼돈의 경산토기’라는 제목으로 “눈이게 콧구멍이게” 묻는 경산토기의 그림을 올렸었다. 해당 게시물은 문화재청이 서 작가를 섭외한 계기가 됐다.
서 작가는 협업에서 문화재청이 고증을 세심히 신경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이모티콘 배경 속 건물이나 갓과 붓 등 소품까지도 꼼꼼히 챙겼다고 한다. 그는 “그림 속 궁궐의 모습이 실제 어떤 궁과 흡사한데, 거긴 이런 담이 없다처럼 디테일하게 잡아줬다”고 했다.
그래서 눈이냐 콧구멍이냐. 진실은 무엇일까. 학계에선 ‘콧구멍’이 정설이다. 두 구멍이 위치한 양쪽이 살짝 눌려 콧등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예 연구자인 손환일 서화문화연구소장은 논문(‘경산 소월리 출토 목간의 내용과 서체’)에서 토기의 얼굴이 ‘혹정을 일삼는 세리(세금을 징수하는 관리)’의 얼굴이란 추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인의 눈에는 귀여워 보이는 얼굴이 가진 흥미로운 배경이다.
이번 이모티콘 작업에서 서 작가는 “고증을 살리면서도 캐릭터상 귀여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둘 다 보일 수 있게 그렸다”고 전했다.
이모티콘은 SNS별 GIF검색창에서 찾거나, 애니메이션 이미지 저장소인 GIPHY 홈페이지에서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선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출시해달라”는 누리꾼들의 요청도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일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로 상업화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003270600001
https://giphy.com/search/%EA%B2%BD%EC%82%B0%ED%86%A0%EA%B8%B0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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